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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9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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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48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57595312 |
ISBN10 | 8957595317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감자나 벙어리삼룡이같은 고전작품의 느낌을 받는 현대작품이 있다면 어떤 소설일까. 책소개글을 처음 읽었을때 이 소설은 이주해온 중국동포 여성의 삶을 다룬 비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소설이거나 연변동포의 고달픈 삶을 그려낸 다소 어두운 소재의, 그래서 주인공들이 비극적 사건들과 얽히어 비운의 삶을 살다가는 그런 류의 이미지로 떠올렸다. 하지만 사랑을 묻다는 앞서 언급한 고전적 단편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하되 주인공의 비극적 말로를 드러내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아니다. 또, 해외이주여성들의 삶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리얼리즘소설도 아니다.
작가의 이력에서도 보이듯이 사랑을 묻다는 여성의 삶이라는 포괄적 질문을 큰 테두리로 한다. 여성동아 장편공모에 당선된 작가의 이력과 이 소설의 방향성은 서로 맞아 떨어진다. 주인공 부용이 젊은(어린) 나이로 삼천만원에 팔려오다시피 광주의 한 고댁으로 시집오는 설정은 뭔가 심상찮은 사건의 전개를 예고하는데 그러나 비극적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자신의 삶을 추스려나가도록 결말이 이루어지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고 선택이었을 것이다.
바보에 자식생산도 불가한 남편, 그 남편을 유혹하는 남편의 어린시절 친구 고영라. 바람피우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유혹에 넘어간 남편을 견뎌내며 갈등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부용은 사실 가장 힘들고 마음이 퍼렇게 멍드는 사람이다. 게다가 삼천만원을 날려버린 친정 오라비와 병들어 오늘내일을 알수 없는 언니, 늙은 아버지는 또다른 마음의 짐이다. 운신을 못하는 시어머니, 아흔의 시할머니, 전통적인 고댁의 살림살이를 떠맡은 위치는 차라리 답답함을 잊게하는 요소였다. 오히려 남편의 불임검사후에 시누이와 시동생으로부터 받는 보이지 않는 출입제한같은 장애가 자신의 처지를 비루해보이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고영라의 협박에 중심있게 대처하는 그녀는 자신의 주어진 삶을 인내하는 자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21세기에 마치 19세기 여성의 삶을 복원시킨듯한 사랑을 묻다는 현대적 여성의 지향점과는 상반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주여성의 정착과 그들의 삶을 포용하려는 사회적 시도들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우리 주변의 소외자들중에서도 이주민이라는 새로운 계층에 대한 보다 폭넓은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재기발랄하고 거리낄 것 없는 20대의 삶을 저당잡힌 주인공 부용은 바쁘게 돌아가고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현대인들의 삶속에서 떠도는 자아상실감의 한 형체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구도속에서 부각되는 다른 두가지 측면, 즉 시할머니 인덕과 조수평과의 관계, 그리고 시동생 남면의 정치적 야망은 이 소설을 떠받치는 힘이기도하다. 아씨곁에서 평생을 돌보는 충직한 사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수평은 마치 토지의 길상이 같다. 또 남면의 정치입문을 위해 모든 불길한 것은 사장되어야한다는 원칙에, 떵떵거리는 고댁의 일거수일투족이 왠지 불만이고 깨뜨리고 싶던 고영라의 수틀린 마음은 산산조각나고 말게 된다. 여기서 고영라의 성격이 부정성만 부각되고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은 그 수틀린 마음의 수작과 행동이 인간의 숨은 본성일 수 있기에 더 진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희생은 은근슬쩍 시도되고 고댁의 품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처리'된다. 정치적 음모는 꼭 정치판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바보 남겸을 고댁의 품위에 상임자신과 나머지 두 아이들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게 하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 뒤에 중풍으로 몸져누운 어머니 상임의 삶에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은 혼돈되어 나타난다. 진정 사랑은 무엇이던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삶속에서 부용의 사랑은 무엇이던가. 바보지만 착한 남편을 알았을 때 유혹에 넘어간 그 사람을 진정 사랑할 수 있는가. 아이를 갖지 못함을 알고도 평생 바보 남편과 불편한 몸의 시어머니만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이 또다른 사랑이라고 누가 감히 말하겠는가. 시어머니가 바보아들을 안았던 것마냥 부용은 아이없는 자신의 미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사랑을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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