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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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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3쪽 | 670g | 153*224*30mm |
ISBN13 | 9788901088037 |
ISBN10 | 8901088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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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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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한 모퉁이에서 발견한 이 책의 제목이 스러져가는 2008년의 끝자락에 선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아마도 나 자신이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불평꾼임과 동시에 행복을 갈망하나 찾을 길을 몰라 방황하는 길 잃은 어린아이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렵 나는 한 해 동안 내가 속해 있던 자리와 나에게 주어진 이름들을 벗어던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찰나였다. 부끄럽지만 나는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짙은 회색조로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의 짐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
행복이란 의미는 무엇이며, 진정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어떤 것 일까? 사람들은 제각기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며, 그 행복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일까? 답도 없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들이 나의 구멍 뚫린 가슴속을 메워가고, 뒤엉켜 버린 고민들은 생각의 공간을 넘어서 뼈 속까지 잠식해 들어와 나약한 관절 마디의 삐걱 이는 소리는 녹이 슨 깡통로봇을 연상하게 하였다. 답답하고 이유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는 멍하니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이방인처럼 서서 누군가 나타나 행복에 닿는 길을 가르쳐주길 바랐다.
살면서 힘든 적이 한 번도 없이 늘 행복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거짓말 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슬픔, 아픔, 고민, 괴로움이 마음 속 저 바닥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나름의 방법으로 어쩌면 피상적일 수 있는 그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을 추구해 간다. 나 역시 나만의 시련을 딛고 일어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2009년 새해를 맞이하며 한국을 벗어나 유럽 여러 나라들을 배낭을 둘러메고 여행하면서 다른 환경과 문화를 경험하고 여러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무엇인가 해답이 있을 것만 같았다. 배낭 한편에 자리 잡은 <행복의 지도>라는 책은 길 잃은 나를 온전히 행복으로 향하도록 인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긴 여정 속에서 지쳐 잠시 쉬어가는 길에 틈틈이 펼쳐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바탕이 되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나라들을 돌아 본 것은 아니지만 책의 내용과 더불어 유럽 여행을 통해 바라 본 나와 다른 이들의 삶과 그들의 가치관, 행복함이 묻어나는 웃음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가장 아이러니 했던 것은 여행 중에 어느 나라를 가도 내가 떠나온 한국만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괴로움에 못 이겨 삶의 피난처와 행복을 얻고 싶어 떠나온 그 자리가 그리워 여행 중에 힘들 때마다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여행 후 제자리로 돌아와 취하는 꿀맛 같은 휴식에 기뻐하는 내 자신을 보면 참 간사한 것 같다. 즉,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지금 서 있는 곳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의 열쇠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잊고 살았다. 마음속이 오랫동안 황폐화 되어 그 폐허 더미 속에서 나는 행복의 열쇠를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고개 돌려 자꾸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일을 잊지 못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미래의 일을 두려워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 쓰고 기대하는 일이 많았으며, 자기만족의 척도가 너무 높고 가질 수없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기 바빠서 행복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는 내 자신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않고 만족할 줄 모른다. 어디서 어떻게 행복을 얻는지 모른 채 어리둥절 주변만 둘러보다가 난 점점 낙오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오랜 기간 방황을 하면서도 마음속에 많은 갈등과 고민이 떠나질 않고 풀리지 않는 숱한 질문들과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시험들과 빈틈하나 없이 숨 막히게 짜인 시간표에 나를 맞추어 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저 공부를 잘하고 성적을 높게 얻으면 난 그게 이상적인 행복인 줄만 알았다. 내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인데...
억누르지 못한 바람들과 나의 삶 속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들은 많은 후회와 걱정을 낳고 결국에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와 깊은 상처를 냈다. 모두에게 잘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욕심도 많고 그 만큼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모든 방면에서 제일 좋은 것을 얻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그치길 반복했고 잘 안되면 많이 좌절하고 우울했다. 이렇게 안고 있던 짐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상처자국들이 자리 잡은 것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난 그냥 방치했고, 저절로 아물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길 막연히 기대하면서 모른 척 하나 둘씩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끝도 없이 재발해서 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게 될 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한 때는 바닥까지 우울해졌고 그렇게 점점 무너져내려갔다.
모든 게 자신 없고 두려워져 막막했으나 다행히 책과 함께 한 여행의 여러 길목에서 행복을 향한 나의 간절한 마음을 발견했고, 앞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갈 용기를 얻었으며,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아직도 일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서 고개를 들고 부정적인 질문들을 던져 오기도 한다. 이렇게 심약한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갖은 애를 다 써가며 끝없는 시간을 행복을 좇는데 허비하지 않을까? 결국 끝없는 삶의 불합리성에 부딪혀서 포기 하지는 않을까? 슬프지만 과거에 내가 잃어버렸고 현재 나에게 없고 미래에 오지 않을 그 무엇이 바로 진정한 나의 행복, 내가 그린 이상적인 유토피아, 마음의 평화와 안식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차갑게도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것이 내가 꾸며내고 상상 속에서 가공된 허상일지라도, 실제로는 볼품없고 가난한 실체일지라도 나의 지친 영혼을 쉬게 해주고 힘겨운 삶을 버티게 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 행복을 얻고 안식처와 평화를 찾고 싶다.
<행복의 지도>라는 책은 분명 우리들 눈에 보이는 행복을 바로 가져다 안겨 줄 보물지도는 아니다. 자신의 마음속의 행복의 열쇠를 찾고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내어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심을 잃지 않을 뚜렷한 가치관을 세우고 멋지게 삶을 이끌어나갈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또한 많은 것을 누리는 풍요로운 삶 속에서 마음의 빈곤이 주는 괴로움의 덫에 걸리는 실수를 하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갖추는 것도 우리들의 숙제 일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대전으로 올라갔다. 가족들과 떨어진채 올 겨울방학은 외할머니와 이모가 있는 대전에서 보내기로 가족들과 사전합의를 했기에 문제될건 없었다. 다만, 가족들은 나혼자 대전으로 보내는게 외로워하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만큼 나는 건강하게 지내다 왔다.
방학이 끝나고 본래 살던곳으로 오게된 후,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전에서 살아야한다고! 나는 그곳에서 살아야 즐겁고 행복할거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부모님께 끝없이 이야기를했고, 결국 5학년때 대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전보다는 행복할꺼야' 라는 생각은 불과 몇개월만에 사그라들었다. 전보다 못한것은 없었지만, 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살아보기전에는 너무나도 환상같고 꿈처럼 보였던 곳이었지만, 막상 살고보니 그렇지도 않다는걸 느꼈고, 또다시 새로운곳을 꿈꿨다. 이곳이 아니라, 다른곳이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하지만 여러번의 이사를 하면서 사실상 그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는것을 깨달았다. 행복한곳. 그런곳은 없다고!
<행복의 지도>는 뉴욕타임스 기자, NPR 해외특파원등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한가지 의문을 갖게되면서 궁금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전하는 소식들의 대부분이 불행한 나라들의 부정적인 소식들뿐이라는것을 느끼고 반대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무엇을 통해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행복의 정체를 밝히는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1년동안 10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것을 담아냈는데 행복에 대한 정의를 각각 달리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은 내면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해준다. 네덜란드, 스위스, 카타르, 인도 등.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 그 어떤곳도 완벽한곳은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있는그대로를 어떻게 받아들일것인가의 문제며,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듣고 느낀점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재미없기도했지만, 훗날 여행할때 알아둘 수 있는 몇가지 정보들도 눈에 띄어서 좋았다. 각 나라에서 무엇이 합법이며, 어떤 음식은 먹되, 먹지 말아야할 음식은 무엇인지 페이지를 넘기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인만큼, 책속에는 다양한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교훈적인 말들이 많이 담겨져있었는데, 과연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저런걸 깨우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인상깊은 문구가 참 많았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이거다. "이 빛이 보여요?" 램프를 가리키며 한 남자가 묻는다. "예. 보여요." 에릭이 대답했다. 다시 A라는 사람이 말하길, "하지만 증명할 수는 없죠. 태어날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빛을 못봐요. 증거를 원한다면, 결코 깨달음을 얻지 못할꺼에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무엇때문에 행복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들은 그저 무시하고 보여지는것들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소유하고있는 집, 셀수없이 많은돈,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을때 등. 증거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을 깨닫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행복은 보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것이기에 말이다. 사람을 겉만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의도만 보아야하듯, 진정한 행복을 증거로 판단하면 안될듯싶다.
무조건적인 내면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끝으로 책속에서 와닿는 말을 하나 써야겠다.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수가 싶을정도로 세상이 흉흉해지는 요즘 나 역시 두려움을 느끼는 바다. 행복의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어쩌면 이 때문인것도 아닐까? 범죄가 줄어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평온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강도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한 사람은 당연히 행복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에서 범죄 피해자는 극소수일 뿐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렇다) 어떤 나라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범죄 그 자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삶, 심지어 범죄에 희생된 적도 없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사람들의 삶에까지 퍼져 있는 두려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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