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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8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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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1쪽 | 408g | 142*210*20mm |
ISBN13 | 9788949121093 |
ISBN10 | 894912109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이 책은 '나도 죽었어' 하고 시작된다. 이 책을 집어 들고 그 말을 읽고 나자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죽음이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것.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 죽음과 가까이 가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다 살아계시고 가족이나 친구를 사고나 병으로 잃은 불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음과 가장 가까이 간 건 나의 외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월은 사고로 여동생을 잃었을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죽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월이 여동생 웨니에게 편지로 쓴 이야기였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심장이 십 분 동안 멎었다는 이야기와 죽으면 어떤 느낌일지 말해주었다. 나는 가끔 그 책을 바라보며 그 책에서 죽은 동안 느낀 설명이 진짜인지 곱씹곤 한다. 날짜 형식도 아닌 위에 '1일'이나 '10일' 같이 쓰여 있는 것은 자기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뒤 며칠이 지났는지 알려주는 것이라는 것은 내 기억 속에 아주 크게 남았다.
월의 가족은 웨니의 죽음으로 크나 큰 고통 속을 지나간다. 월의 엄마는 계속 울기 일쑤였고, 아빠도 슬퍼하긴 마찬가지였다. 월은 그 자신이 살아가는 내용을 모두 책에 기록하고 어떨 때는 '~기억나?' 식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웨니는 잘못을 해도 혼나지 않는 아이였다. 항상 월이 그 책임을 졌고, 어른들은 꼬불거리는 금발머리와 사랑스러운 얼굴에 넘어가곤 하였다. 그럼 월은 웨니가 했던 잘못을 지적하고 가끔은 화내기도 한다.
나는 가끔 상상하곤 한다. 만약 나도 이 이야기처럼 내 쌍둥이를 잃으면 어떤 느낌일지. 당연히 많이 싸웠지만 영영 볼 수 없으니, 또한 무척 슬플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월도 이제 다시는 웨니와 살 수 없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얼굴을 베개에 처박고 운다고 했으니. 아무리 짓궂은 여동생, 남동생, 쌍둥이, 언니 오빠, 형누나라고 하여도 하늘로 보내는 것은 결코 쉬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 과연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고 아는 사람들만 하늘로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일까?
그 일은 몇 년씩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나는 쉽게 알 수 있다. 몇 년씩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의 우리 모두 다 고통받고 있다. 매일 몇천 명씩 코로나19로 목숨이 끊어지고 있는 하루하루가 그저 두렵고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 몇천 명씩 죽어가고 있는데도 나는 이상하게도 예전만큼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짧은 순간이라도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 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전염되지 않으려 하는 것뿐이니 마음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행스럽게도 코로나로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코로나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닌 거다.
작년까지만 해도 난 코로나는 일 년이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왜 내가 이 시기에 태어나서 한창 뛰어놀 나이에 이런 일을 당하는지 원망도 해 보았지만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며 내가 이때 태어난 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찌하여 갑작스레 죽는다 하여도 내가 할 일을 다 해서 이 세상을 떠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웨니에겐 날개가 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은 나를 이끌었다. 대체 웨니라는 아이한테는 어떤 날개가 있는지, 그리고 왜 날개가 있는지, 이 두 가지 궁금증이 합쳐져서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지은이의 글과 차례를 읽은 나는 책의 초입부에서 “나도 그때 죽었어”라는 첫 문장과 더불어 웨니라는 꼬마아이에게 보내는 듯한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혼란스러웠지만 다음 글을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다리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라는 문장을 읽고 나는 확신했다. 이 책은 다른 책과 다르다는 것을. 윌이라는 한 오빠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이 책은“죽은 동생 웨니”에게 “죽었다 살아난 오빠 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윌은 웨니와 함께 트럭에 치였고, 웨니와 같이 사후세계로 이동을 했다가 자신의 가족 걱정에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전기패들로 충격을 가한 자신의 몸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편지들에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일수가 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걸 기록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윌은 나와 같은 나이인 11살이었고 웨니는 7살이었다. 5살짜리 어린 동생이 있는 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하는 두려운 상상이 퍼져나갔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면서 책의 끝에 도달했다. 웨니에게 날개가 있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젠가의 맨밑에 있는 블록이 빠지면 모든 블록이 우수수 무너지듯이, 가족이란 공동체에서 웨니라는 한 블록이 빠지면서 가족이 모두 우수수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오빠 윌의 슬픔, 엄마의 슬픔, 아빠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나는 책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과 두려움에 묻혀버렸던 감동이 나에게 퍼져왔다. 눈물이 났다. 그리고 언제나 무심코 대하던, 하지만 더없이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 그들이 없어지면 생겨나게 되는 빈자리의 썰렁함과 허무함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았다. 그와 더불어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소중한 존재를 잃게되면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 고통을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에 껴안고 사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는 사실. 언젠가는 놓아주어야 하는 것을 계속 곱씹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벌리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해준 책이다. 앞으로는 남은 웨니의 가족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과, 우리 가족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퐁퐁 솟아나게 하는 그런.
“ 웨니야, 네가 나와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던 거 고마워. 수천 수백의 천사 친구들이 있어도 날 기억해 주면 좋겠어. 내가 여전히 네 오빠라는 사실을 말이야. 사랑해......” 엄마가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해 주셨을 때 뒷표지를 봤다가 본 말이다. 순간 콧등이 시큰해졌다. 아무래도 웨니란 아이는 굉장히 어린 것 같았는데 천사들의 나라로 날아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내가 만약 웨니를 잃은 웨니의 오빠 윌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의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웨니는 윌과 상점을 가다가 언덕길을 내려오던 트럭에 치여 크게 다쳤다. 피가 철철 흘리는 도중 윌과 웨니는 죽음의 터널을 지나가 저 멀리 빛의 세계로 날아간다. 윌은 전기 충격기 패들로 인해 가까스로 살아나지만 웨니는 살아나지 못했다. 자신의 동생이 빛의 나라로 날아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윌의 충격은 말로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나의 동생이 그랬다면 난 죄책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 삶의 동력이 되주었던 웨니의 죽음은 아마 굉장히 큰 힘의 손실과 같았을 것 같다. 윌이 엄마, 아빠가 자신을 보려고 올 때마다 엄마, 아빠 얼굴에 ‘네가 웨니를 지켰어야지. 네가 웨니가 죽지 않게 차 옆으로 밀었어야지.’라고 써 있다고 느낀 것은, 마치 내가 동생하고 싸웠을 때 엄마 얼굴이 ‘넌 언니면서 왜 같이 싸우니 왜?’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 같다. 웨니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윌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죄책감으로 살아가던 윌에게 웨니에게 보내는 이 154일간의 편지는 윌의 죄책감을 약간이라도 덜어주는 것 같았다. 딸의 죽음에 윌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윌이 차라리 자신이 빛이 나는 죽음의 터널로 들어가고 웨니가 다시 살아났으면... 이라고 생각할 때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글의 내용중 “난 트럭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네가 하늘로 가는 길에 따라가 주었잖아.” 라고 윌이 웨니에게 쓴 글은 자신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너무도 잘 나타나져 있어서 코끝이 찡하고 아파왔다. 웨니만을 생각하고 있는 엄마, 아빠 때문에 자신이 힘든 도중에 더 많이 성장하게 된 부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윌이 엄마, 아빠에게 웨니가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날라가던 모습을 말할려고 하면 막기만 하던 엄마, 아빠의 마음도 굉장히 복잡했을거라고 생각한다. 학교로 가서 아이들과 죽음의 터널로 모험을 가는 것을 보고 ‘나도 윌처럼 성장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이 웨니의 죽음을, 추억을, 슬픔을 마음속에 묻어놓을려고 할 때 윌은 웨니에게 편지를 쓰며 웨니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을 볼 때 나는 윌이 엄마, 아빠보다 더욱더 성장해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의 터널을 지나 저 멀리 빛의 세계에서 윌과 엄마, 아빠를 보고 있는 웨니가 윌과 엄마, 아빠를 보고 웃을 수 있도록 윌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엄마, 아빠도 윌을 이해하고 자책하게 하지 않고 웨니를 잊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이 끝났다.
이 책에서는 어른보다 더 씩씩하게 웨니의 죽음의 상처를 점점 회복해 나가는 윌의 모습이 내 기억속에 남게 했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동생이라는 중요한 삶의 부분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윌의 모습에 내 평소의 모습도 생각해 보았다. 내가 만약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하나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눈을 감아보면 저 하늘의 구름 위에 웨니가 윌과 엄마, 아빠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웨니의 마음이 편하기를... 저 하늘 위에서는 행복하기를...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웨니가 저 하늘 위에서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꼭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웨니야, 이 세상에서 짧았던 삶 속의 가족과 지내던 순간순간마다 네가 기뻐하던 모습을 보고 참 기뻤어. 너같이 항상 밝은 어린 천사가 벌써 빛의 세계로 날아가다니...라는 생각을 아마 너의 가족들도 했을 거야. 웨니야, 저 하늘 위 빛의 세계에서는 영원히 너의 가족들을 바라보며 웃는 네가 되기를 꼭 바랄게.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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