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거나 「핑계 없는 무덤 없다」란 우리말 속담이 있다. 어떤 결과가 아무리 황당하게 보여도 자기합리성을 지닌 나름의 원인과 이유를 지닌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시장과 백화점에서, 지하철에서, 남자화장실에서 그리고 연예인 앞에서 보이는 아줌마의 이런저런 진상에 가까운 모습도 그 나름의 합리성, 더군다나 경제적 합리성을 지닌다고 저자 나카지마 다카노부는 강조한다. 그는 아줌마경제학의 목표를 이렇게 말한다.

「아줌마 경제학의 목적은 여성이 왜 아줌마가 되기를 결단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그것이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인지, 아니면 사회의 어떤 왜곡된 현상을 반영한 것인지 해명하려는 것이다.」(p.17)

저자의 아줌마에 대한 정의는 일상적인 용법과 비교하면 매우 협소하다. 합리적 선택의 경제시각에서 아줌마현상을 진단하는데,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비용이 그 이점보다 클 때 아줌마의 길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즉 논지는 아줌마는 개인이 어느 인생시점에서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은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다는 말이다. 저자에겐 아줌마란 「여성다움을 포기한 존재」이다. 이 책의 기본적인 아줌마 정의는 듣기엔 좀 노골적이고 잔혹한 표현이다. 보통 「여성다움」 혹은 「여성성」하면 그 사회문화가 사회적 젠더로서의 여성에게 갖다붙이는 전형적인 꼬리표를 뜻한다. 예를 들어 상냥함, 순종, 무책임, 어리광, 소극적, 우유부단 등 대중문화에서 즐겨 재현되고 재생산되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저자의「여성다움」이란 여성호르몬에 의한 생리적인 특징에 국한된다, 즉 동물적인 성적 매력에 국한된다. 그러나 생리적 특징에서 연유한 여성다움이 무엇인지 저자는 책에서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내 나름 추론해 보면, 아마 백옥 같은 피부, 탄력있는 엉덩이와 탱탱한 가슴 그리고 날씬한 개미허리, S라인 등일 것이다. 이런 여성다움을 유지하는 경제적 비용은 여성호르몬 분비량과 반비례한다. 따라서 생물학적 연령층으로 본다면 아줌마는 갱년기가 시작하는 45세부터 주위로부터 자연스레 할머니 소리를 듣게 되는 65세 이전까지다. 일본 총인구의 14%가 아줌마 연령층에 속한다. 45세부터 64세까지 이런 연령에 따른 구분은 일단 저자에게 있어 단순히 통계적 편의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본질적인 정의는 여전히 여성다움을 포기한 여성이다. 한마디로 여자로서의 자신의 몸값올리기를 포기한 사람이 아줌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 때 이슈가 된 「몸짱아줌마」란 말은 저자의 관점에선 잘못된 표현이다. 그럼 앞으론 몸짱누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여성의 일생에서 결혼, 출산과 퇴직은 아줌마화를 촉진하는 삼대 계기다. 그래서 「여성다움을 포기한 존재」의 전형은 결혼한 (무직의) 전업주부다. 이성적 선택으로서의 「아줌마화」는 개인적 선택이란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강요에 의한 복종의 측면도 지니고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장애아이의 엄마」 다. 사실 영화「말아톤」에서도 주인공의 엄마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각종 통계자료에 근거해 아줌마의 직업 비율을 알아본다. 제1차산업(농업,어업,임업 등)에 종사하는 비율은 43%이고, 제조업 가운데 여성의 약50%가 섬유, 가죽제품, 목제품, 식료품, 가구, 의복 등 주로 경공업에 종사한다. 일단 제1차산업과 제조업을 논의에서 제외하고, 아줌마가 활약하는 직업 11종을 순위별로 보면 가정부, 토목작업자, 청소부, 아파트 관리인, 음식점주, 회사임원, 소매점주, 미용사, 목욕탕 종사자, 수금원, 조리사 순이다. 상위권에 든 직업 대다수가 가사노동의 연장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아줌마가 주로 활약하는 이런 일자리도 외국인 노동자나 대형할인매장 등의 시장점유확대로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아줌마의 일련의 특징을 설명할 때 저자는 경제학적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고 금세 심리학적 논리로 가볍게 넘어간다. 크게 아쉬운 점이다. 아줌마의 특징으로 우선 뻔뻔하고,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다른 사람의 자잘한 소문과 작은 불행에 관심이 많고, 저렴함과 간편함을 추구하여 TV홈쇼핑에 중독되기 쉽고,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각종 보도기사와 아이돌 스타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중에서 거래비용절감의 측면에서만 뻔뻔함과 유행열을 다루고 그 외 내용은 거의 전부 사회심리학적 내용을 단순히 갖다붙였다.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비용이 적게 드는 해석의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저자는 남성의 아저씨화도 논의하는데 그 깊이는 아줌마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일단 남성은 여성보다 선택사항이 많다. 멋진 신사가 될 수도 있고, 여성에게 여전히 관심을 갖는 조금 불량한 아저씨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지저분하고 추잡한 아저씨일 수도 있다. 생리학적으로 남성의 생식력은 65세까지 여전하기 때문에 남성이 성을 버리는 방법은 도 닦는 도인이 되던지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자기가 친 그물에 빠진다. 여성의 경우, 할머니는 저자에게 있어 뒤늦게나마 여성다움을 회복하려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데, 반면에 할아버지의 무성화 논리로는 이들 노년의 사랑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일처제의 경우를 기준으로 남편의 아저씨화와 아내의 아줌마화 유무에 의한 상대적 만족도를 설명한다. 세가지 경우(일반경우, 남편이 조금 불량한 아저씨가 될 경우, 부부가 이타심을 가질 경우)를 구분해 예시하지만 이런 구분 자체가 너무나 단순한 발상이다.

끝으로 이 책은 다른 문화적 볼거리들도 제공하는데, 「아라포」, 「와타나베 부인」,「일란성 모녀」,「헬리콥터 부모」, 「남자 아줌마」 등 일련의 사회현상학적 문제들도 지면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이론적 깊이에서 여러 아쉬움을 남긴 책이지만, 한국어판의 번역과 편집에 있어선 공을 많이 들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