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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02년 11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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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35g |
연령제한 | 15세 이용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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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한 젊은 남자가 있고, 그의 삶은 매일 반복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무언가 틀에 박혀진 것처럼 일정하게 유지가 된다. 아침이면 대부분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별 다른 큰 일이 없는 뉴스를 듣고 직장에 출근한다. 주변 인물들은 모두 정형화 되어 있다. 또 항상 구체적이다. 그의 와이프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무언가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아주 세부적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이는 그에게 설명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딱딱하다. 더불어 그는 태어나서 3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자신의 동네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앞으로는 바다가 놓여 있고 뒤로는 커다란 산이 있어 어디든 쉽게 갈 수가 없고,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모조차 대본의 역할로 인해 그가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결정적인 힌트를 그는 예전 대학교 때 사모하던 한 실비아에게 얻게 된다.
가끔 이 세상에 질문을 던져 본다. 내가 존재하는 현재가 진짜가 맞는가? 혹시 내가 누군가에 의해 꾸며지고 연출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짜인 각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시점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야 하고 이 시점에는 또 무언가를 해야 하고 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실제 존재하는 것이 정말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 의문이 든다. 세상의 본질은 무엇인가? 실은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인물을 실험하기 위한 등장인물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누가 연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라고 웃으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나의 영화로 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둘러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미셸푸코의 책 ‘감시와 처벌’에 나오는 감옥처럼 우리는 항상 감시를 받고 살고 있다. 길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카메라를 비롯해 심지어 지구 밖에서 돌고 있는 위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숨기고 싶어 하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이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사회의 한 흐름에 의한 변화로 받아드릴 뿐 자신의 자유가 얼마나 침해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간과하고 넘어간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주인공 트루먼이 한 개인의 희생자라 생각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로 지켜보는 불쌍한 어릿광대. 사실 그는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은 자유가 없다. 억압을 억압이라 느끼지 못하고 감시를 감시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소수의 사람들이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면에서 지워내고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는다. 우리는 지켜보는 관람자가 아니라, 조종당하는 참여자다. 사실 벗어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그 사실을 깨닫든 그렇지 못하다든 그 결정은 매우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삶이 자신을 더 안정적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조정자들은 바로 그런 점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한다. 적당한 선에서의 편리와 안정, 익숙함은 그들이 가장 잘 사용하는 무기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트루먼은 결국 자신이 30년 가까이 살던 무대를 탈출했다. 왜,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그곳에서 지내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평생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사랑스런 아내도 있고 퇴직을 걱정할 필요 없는 직장과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데 그는 왜 그곳을 벗어났을까. 사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무대는 언젠가 막이 내리고 끝난 뒤 소품은 모두 정리 폐기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 있다. 조작과 연출, 아내와 부모는 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오직 직업적 관계다. 인간은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감정의 관계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곳에는 서로 간에 마음을 통할 수 있는 만남이 없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트루먼 역시 퇴장을 해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무대 뒤로 말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심적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에게 그곳을 탈출한다는 것은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의 삶의 진실 여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하늘도 가짜고 별도 가짜고 모든 것이 허구라면 얼마나 허무할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누군가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울까. 이미 많이 노출되어 있을지 모르지. 내가 깨닫지 못할 뿐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진짜인 것처럼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게 죽어라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돌아 봤을 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가를 의심하게 된다면 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드릴까. 결국 깨닫고도 혹은 깨닫지 못하고 무대의 막이 내렸을 때 소품처럼 정리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
굉장히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영화다. 그저 웃고 넘어가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다시금 내 삶과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다들 조그만 무대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봤다. 실제 그러고 있을지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는 삶이라면 그 삶은 실제 일어나고 있어도 진실한 삶은 아니라고 본다. 각 자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다면 어쩜 우리는 나중에 무대 한 구석에 묻혀 쓰이지 않는 소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 우리 주변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모르겠다. 나 역시 이곳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실정에 걱정조차 과분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존적 고민은 내 의식이 살아 있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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