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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1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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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438g | 153*224*20mm |
ISBN13 | 9788954607322 |
ISBN10 | 8954607322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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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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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빠 아프리카는 어떤 곳이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여렵다. 그곳은 흑인들이 사는 곳이고, 날씨가 무척 덥고, 동물들이 많단다... 이렇게 대답을 하면 틀린 말이다. 그곳에는 백인들과 아랍인들도 살고, 날씨가 차가운 곳도 있고. 이제 동물들은 자연보호구역이 아니면 그다지 많지 않기 떄문이다.
"그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병을 앓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지만. 사람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고, 그곳에 있는 나라들끼리는 서로 잘 싸우고, 자기 나라사람들끼리 전쟁을 많이 하고, 굶어죽는 사람도 많고, 원조를 해주어도 원조품이 굶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아파도 약을 쓸수가 없고.... "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곳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삶을 긍정하고,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언젠가는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뿐이겠는가. 방글라데시, 남미의 나라들, 아시아의 오지들...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 풍요로운 시대에 굶주리며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현실이. 그런데 우리는 이제 그런 사실들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나라사람들이 게을러 터져서 일을 하지 않고, 전생에 지은죄가 많아서 이승에서 고통을 치르기 위한 운명으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이따끔 메스컴에 보도되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아픔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쯧쯧쯧... 하고 혀를 차고 말뿐. 그 이상은 없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인 것이다.
그토록 지독한 아픔. 그토록 잔인한 환경.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겪는 그 극심한 고통. 이젠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우리들은 우리들 앞에 놓인 경제문제에만 급급할뿐, 우리가 막 벗어난 바로 그 가난. 혹은 그것보다 더 독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부를 지키고 더 늘리는 것도 급급한 것이 이 세상의 논리 아닌가.
더 잘살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프다. 그러니 그들의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기를 싫어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똑 같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계속 보다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더 이상 골치 아프고 싶지 않다. 지금의 삶만으로도 충분히 괴롭지 아니한가. 그러니 그들의 문제는 자연히 우리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팔리지 않는 기사. 광고비를 얻어내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방영될 수 있겠는가. 자연히 서점에도 그들의 문제에 관한 책들이 줄어들어 간다.
힐 더 월드라는 책이 나왔다고 하기에 나 역시 골치가 아팠다. "집으로 가는 길"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같은 책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호텔 르완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영화로도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러나 조금의 양심이 나를 이 책의 첫장을 열게 만들었다. 표지에 예쁜 검은 아이가 귀엽게 웃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는 두텁지 않는 책이라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라고 책속에는 풍부한 사진이 많다. 사진은 많고 글씨는 적고, 중요한 부분은 친절하게 밑줄을 쳐놓은 책. 게다가 약간의 유며와 위트까지 들어 있는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지 않으면서 이 책의 내용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읽는 사람들의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으면서 두툼한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고, 어려그들만의 문제인것 같은 것이 결국은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닿게 하고, 어려운 결심을 하지 않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하고, 이미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 그런 일들을 위해 벌이고 있는 운동들, 그리고 우리가 아주 약간만의 마음으로도 그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요령껏 설명해 내는 책.
나같이 이 세상을 얄팍하게 살아가면서도 겉으로는 최소한의 자손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 혹은 강력한 철판으로 심장을 보호하고 내가족을 지키기 위해 굳은 마음으로 세상에 나온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여런 감성을 충분히 포응하는 책. 그들의 아픔을 통하여 우리들의 잘못을 발견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이 나의 잘못임을 깨닿게 하면서도 호되게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하게 달래어주는 책.
이 책은 책이 지닌 훌륭한 내용뿐 아니라, 이 책이 지닌 독특한 형식으로도. 이 책을 간략하게 만들기 위해 복잡한 데이터 중에서 눈에 뜨이는 데이터만을 뽑아내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잘 움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교본으로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빼어나게 훌륭한 책이다. 올해의 마지막에 만난, 올해의 책중 가장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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