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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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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5쪽 | 495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7482120 |
ISBN10 | 8937482126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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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Walks Into a Room :: Nicole Krauss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느껴 그 사람과 친하고자 하면 잔뜩 기합을 넣고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된 지난 날을 전부 설명해 내려고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면 이번에는 당신 차례, 하며 무언으로라도 상대가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기를 요구했다. 그때는 그것이 서로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궁극적으로는 일체화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다. 사실상 '나는 이런 걸 겪었기 때문에 너는 나의 그 부분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돼' 라는 경고를 장황하게 나열하고 짐짓 너그러운 척 '너에게도 그런 부분이 있으면 나도 조심해 줄게' 식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보다 더 스스로를 객관화 할 줄 몰랐던 나는 그 방법의 오류를 빨리 깨닫지 못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는 노력했는데 세상이 소통을 거부했다' 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 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는 착각으로 '사람은 영영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고 혼자 읊조리며 초라함을 숨기고 잊으려고 애썼다.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으면서도 습관을 쉬이 버리지 못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있어 한 가지 방법 밖에 몰라서, 그걸 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연했기 때문이었다. 고장나서 새 것을 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고쳐서 써 볼까 하는 미련과도 같았다. 그런데 잘못된 걸 인식하고 쓰려 할 때는 예전과는 달리 조심성과 두려움이 먼저 앞서 버려서, 중간쯤 쓰다가 지레 먼저 거둬 버리거나 아예 쓰기를 포기하고 함께 골방에서 먼지맞기를 자처하는 습관만 새로 키워내고 말았다. 남은 것은 바싹 말라버린 육포같은 외로움을 자근자근 씹으면서 멀리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무조건 '공감' 하려고 벽에 공치기 마냥 반복하는 것 뿐이었다. 그 '공감' 이라고 내멋대로 이름 붙힌 것을 바깥에 드러내는 것은 두려웠다. 그건 네 '상상' 에 그칠 뿐이야, 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이해' 하는 것은 영영 불가능한 일일까. 100% 공감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고민을 한(비록 '공감' 하려고 한 내 '상상' 에 불과할지라도) 니콜 크라우스는 종양 제거 이후 24년이라는 시간의 기억을 졸지에 잃어버린 샘슨이라는 남성을 예로 들어본다. 열 두살 이전의 일들은 거의 기억하면서 나머지는 모두 공백으로 돌아간 그에게 흥미를 느낀 과학자 레이가 샘슨에게 다른 이의 강렬한 기억을 주입하는 실험 결과는, '다른 이의 기억을 자기 일처럼 기억해서 공감하게 되면 과연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을 도출해 내는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자 보고서다.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낼 수도 있었을 그 실험 결과는 적어도 샘슨에게, 혹은 크라우스 생각에 '오히려 더한 외로움만 낳는다' 는 것이었다. 샘슨은 레이가 자신을 '이해' 하고 '공감' 해준다는 생각에 그를 믿고 의존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에 깊게 절망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뒤 샘슨은 만나는 사람마다 '공감'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지만 그런 인연의 끝에는 항상 착각을 확인하는 과정이 돌아온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 받고 싶고 그렇게 '큰 일' 을 겪은 것에 대해 인정 받고 싶었던 샘슨은 '공감' 의 무의미함에 낙심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접촉을 끊지 못해 끊임없이 잡지들을 읽고 일없이 TV를 켜놓으며 단절되지 않으려 애쓰다가, 아내인 애나와 맥스 할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세상에 공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 닿게 된다. 그들 역시 '나' 아닌 '남' 이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기억' 이야말로 공감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니 과거를 전부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 해서 외로울 게 무얼까. 단 한순간만을 공유해도, 가슴 벅찼던 추억 한가지만을 함께 나눠도 우리는 그 순간 외로움에서 구제 받는 것이 아닐까. '자아의 방' 에 가득찬 적막함을 망각하게 해주는 것은 옆방에서 두드리는 타인의 울림이 아니던가.
남편을 붙잡고 외롭다 했다. 주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점점 세상과 단절되는 것 같아 괴롭다 했다. 내가 여기까지 일까봐, 잊혀질까봐, 영영 인정받지 못할까봐 가슴이 꽉 막힐 정도로 초조하다 했다. 어디 마음 나눌 곳이 없나 바깥을 헤매고 조금 비슷한 형상을 만나면 반갑다 말을 걸고 친밀해지려는데 알고 봤더니 그가 내 기대에 못차고 그쪽도 나를 그렇게 필요로 하는 게 아니어서 실망스럽다 했다. 사람 욕심은 많은데 수만 많아지면 더 무섭다 했다. 그것도 몇 번 반복하니 지친다 했다. 이제 남은 건 고립 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며 등돌려 웅크리는 나를 남편은 안타깝고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왜 몰랐을까. 자아의 방을 걸어 잠그고 꽥꽥 소리만 지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바로 옆 방에서 작지만 끊임없는 두드림으로 존재의 공감을 알려왔던 그를 왜 몰랐을까. 그 소리가 내 방의 적막함을 더 상기 시킬 뿐이라고 투정 하는 것은 내가 진짜 고립이란 걸 아직 몰라서가 아닐까.
이제는, 문을 열고 선선한 바람 같은 '기억' 을 공유할 차례다.
외로움의 방이 채워지지는 않을지언정, 가끔씩 그 기억에 마음 달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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