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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9년 01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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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629g | 140*210*30mm |
ISBN13 | 9788992036757 |
ISBN10 | 8992036752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디즈니 캐릭터 태블릿&노트북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사람을 죽이는데에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음에 안들어서 죽이고, 미워서, 심심하다고해서 내키는대로 아무나 죽이면 그건 삼류양아치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죽이기는 죽이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나쁜놈만 죽인다. 그렇다고 동기만 있고 원칙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운이 좋아 몇차례 안잡힌다고 해도 결국에는 꼬리가 잡혀서 철창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악당이든 뭐든 죽이고 싶어도 더이상 죽일수가 없다. 이건 좀 곤란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두철미한 계획과 원칙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안이함은 절대 금물! 생물계도 천적이 사라지고 나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어져 버리듯, 죽어야 할 악당들이 죽지않고 번듯이 살아 돌아다니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공동부담이 되고 만다.
나쁜놈은 죽여도 된다? 당장에 철퇴라도 맞을 논리이지만 절대 현실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귀여운 연쇄살인마 덱스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안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더더군다나 덱스터에게는 어린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고, (이 트라우마가 살인에 대한 제대로된 변명이 될수는 없겠지만) 그로인해 제2의 자아라고 할수있는 검은 승객의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싫든 좋든 싸이코패스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검은승객이 없었다면 덱스터도 지금처럼 피냄새를 맡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피할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방법을 모색하자. 어쩔수없이 죽여야 한다면 악당만 죽인다. 나름대로 현명한 처사이지 않나.
영웅이라면 투잡은 필수
평소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클라크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부터 슈퍼맨이 되어 부지런히 악당들을 때려잡는다. 마찬가지로 덱스터도 낮에는 성실히 과학수사대의 일원으로 일하다 밤만 되면 나와서 악당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소설속에서는 예의 슈퍼 히어로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과학수사대라는 남보기에 멀쩡한 직장은 덱스터에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보다 용이하게 살인을 저지를수 있는 훌륭한 위장막이 되어준다. 이런 의미에서 리타와의 결혼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자리는 그의 정체를 지금보다 더욱 훌륭히 가려주는 가림막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피를 묻힌다는 것만 제외하면 남들보다도 오히려 성실하고 모범적인 덱스터이니 만큼 훌륭한 남편도 될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리타의 아이들은 덱스터처럼 검은승객의 지배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 이대로 그냥 놔두면 장차 어떤 아이로 자라날 지 모를일이다. 덱스터의 경우에는 덱스터의 본질을 궤뚫어본 양부가 곁에 있어서, 평범한 살인마로 전락하지 않을수 있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수 있었지만, 리타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에게 덱스터가 그런 역할까지 해줄수 있다고 가정하면 리타와의 결혼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륜지대사인 결혼를 목전에 두고 골치아픈 일이 발생한다. 엽기적인 범죄현장에 여느때처럼 설렁설렁 나타난 덱스터. 그곳에서 특이한 방식으로 살해된 시체들과 마주하는 동안 어찌된 일인지 덱스터 몸속의 검은승객이 동요하는 것 같더니, 급기야는 덱스터의 몸을 아예 떠나버리고 만다. 참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악당을 죽여야 하는 사람이 악당을 찾아내는 직감도 사라지고 살인본능도 사라져 죽일수도 없으니 이만저만 지장이 있는게 아니다. 어쩔수없이 맨몸으로 부딪쳐 가는 동안 드디어 드러나는 검은승객의 정체가 흥미롭다. 인류와 검은승객 사이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니 이게 꼭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검은승객을 컨트롤 하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들이 현실에도 종종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코디가 제2의 덱스터가 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좀 안타깝다. 그렇지만 잘 가르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듯 하다. 지혜에 왕 솔로몬 왕까지 사이코패스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판에 일개 코흘리개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어떻게 할수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이야기 했듯 피할수 없다면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다같이 잘살수 있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으로 보인다. 그나마 덱스터가 그 역할을 잘 해주리라 믿는다. 고양이를 묶어놓고, 그것도 작업대 위에 테이프로 감아놓고, 게다가 정원용 가위까지 들고 있다가 리타에게 발각된 두 아이를 훈계하고 있는 덱스터의 모습이 듬직하다.
"너희들이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
(끄덕)
"그럼 왜 잘못 됐는지도 알겠니?"
"잡히면 안되는데 잡혔으니까요!"
아직도 시리즈는 갈 길이 많이 남은것으로 보이니 그 사이에 검은승객이 소멸된다던가 뭐 작가가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것이다. 설마 시리즈가 모두 끝날때까지도 "언제까지나 덱스터는 악당들을 해부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류의 결말이 되는건 아니겠지. 결말만은 그래도 조금은 이보다 인륜적이길 기대하면서, 아무튼 그때까지만큼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재미있게 부탁합니다. 덱스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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