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정리학』의 저자 도야마 시게히코와 사와야 서점직원 마쓰모토 다이스케 대담
※2007~2008년, 일본의 중견출판사 치쿠마쇼보(筑摩書房)에서 가장 잘 팔린 책은 1986년에 발행된 치쿠마문고 『사고 정리학』이었다. 1983년 ‘치쿠마 세미나’라는 시리즈의 한 권으로 간행된 이래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발행된 지 20년도 넘은 이 책이 최근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모리오카의 사와야 서점에서 근무하는 서른 살의 서점직원 마쓰모토 다이스케 씨가 쓴 POP가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도야마 시게히코 씨의 희망으로 저자와 서점직원 간, 보기 드문 조합의 대담이 실현되었다. 이 기회에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사고 정리학』의 퇴색하지 않는 매력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쓰모토 : 제 나이가 올해로 서른인데 ‘사고(思考)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늘다 보니 『사고 정리학』이라는 제목에 확 끌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자서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사실 그런 마음의 여유를 좀체 갖기가 어려웠거든요.
도야마 : “좀더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카피,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뭐랄까. 호소력이 있다고 할까! 확실히 명문구예요.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서점직원이 자발적으로 직접 써서 내걸었다는 점이 설득력을 갖게 한 듯합니다. 가령 “이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식의, 제스처가 큰 말이었다면 ‘글쎄……’ 하며 갸우뚱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카피는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오히려 강하게 어필하는 힘이 있죠.
마쓰모토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책이 20년 전에 나온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다 읽은 후에야 ‘20년 전에 나온 책이야?’ 하고 놀랐죠. 그렇게 오래된 책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해 가는 이 시대에 이 책의 메시지가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시되는 시대인데, 선생님은 이 책에서 “사고에도 숙성이 필요하다”고 말씀하고 계시죠. 이런 메시지는 저를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사고 정리학』을 읽은 덕분에, 요즘은 저도 종종 바쁜 걸음을 멈추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야마 : 저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쓴 책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어놓았다”는 말보다 더 큰 찬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짧은 시간에 많이 팔리고 마는 책보다는 되도록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자면 우선 생각의 뿌리가 깊어야 하고, 탄탄한 논리와 알찬 내용을 갖춰야 하고, 그러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조건이 다 갖춰진 건 아닙니다. 그런 내적 조건을 갖춘 책도 이런저런 이유로 운 나쁘게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경우처럼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마쓰모토 :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이네요. 20년이 넘도록 오래 살아온 책인데, 제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요. 정말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도야마 : 이른바 스테디셀러는 마음먹는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것이 우연히, 그리고 여러분이 응원해준 덕분에 놀랄 만한 센세이션이 일어났습니다. 참 기쁜 일이에요.
최근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학습참고서에 『사고 정리학』이 자주 인용되고 있어요. 대략 1,000자 정도의 문장으로 설문을 작성해 고교 시험을 준비하는 중학생에게 읽힙니다. 한데, 제가 이 책을 썼을 당시만 해도 대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원생조차 졸업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애를 먹고, 결국 표절논문을 써서 제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죠. 그런 터라, ‘이래서는 안 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써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궁리하게 된 듯해요.
학교 교육은 지식 전달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독서가 중요합니다. 책의 내용을 달달 외우고 빠짐없이 기억하면 그만큼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해서 책에 나오는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머릿속을 정리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고 문제제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차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제가 고민하고 깨달아온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보았어요. 말하자면 『사고 정리학』은 제 머꺸보다는 제 삶 속에서 나온 지혜를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쓰모토 : 선생님의 책을 읽고 난 후 막연했던 것들이 선명해졌어요.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많지만, 특히 강한 인상을 받은 곳이 「글라이더형 인간 vs. 비행기형 인간」이었어요. 그 부분을 읽은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구입할 거라고 생각했죠.
도야마 : 글라이더형 인간을 만드는 학교에 대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직접적으로 지적하면 학교가 설 자리도 없어지고 반감이 생길 테니까 글라이더와 비행기에 빗대어봤죠. 때로는 추락도 하고 뜻대로 날지 않는 경우가 있어 글라이더보다는 안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되기 위해, 혹은 ‘비행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책을 읽으면 점점 더 현명해진다고들 생각하는데, 일종의 미신이라고 생각해요. 전후(?後)에는 점수라는 것을 매우 중시했는데, 점수와 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기억’이죠. 머리에 외우고 있는 것을 답안지에 쓰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나 기억과 사고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우등생이 아닌 사람 중에 생각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라이더가 아닌 비행기인 사람을 보면 ‘비행기는 문제가 많다, 글라이더가 낫다’고 생각하기 쉽죠. 비행기는 글라이더에 비해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튈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볼썽사납든 어떻든 스스로 날아보려고 시도하고 나는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행기와 글라이더의 예가 떠올랐을 때, 사실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단순히 학교교육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죠. 특히 컴퓨터는 글라이더 인간의 극치로, 기억력이 아주 좋고 재생력도 뛰어납니다. 인간은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컴퓨터를 당해낼 수는 없어요. 옛날처럼 컴퓨터가 없을 때는 글라이더 인간이어도 충분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컴퓨터가 그런 사람을 대신해 일하게 됩니다. 아니,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 컴퓨터에 의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요. 그러나 컴퓨터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뭔가를 잊어버리는 것도 할 수가 없죠. 적절히 잊어버리는 것, 즉 ‘망각’이 없다면 창조력도 통찰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남이 만든 곰팡내 나는 지식을 꾸역꾸역 쌓아놓고는 남들보다 지식이 많다고 뻐기기 쉽죠. 그러나 아무리 지식과 정보가 머릿속에 많이 쌓여 있어도 결국 컴퓨터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기려면 기억력이나 지식 축적의 정도가 아닌 ‘창조력’과 ‘통찰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지식 축적 이상으로 머릿속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한데, 여기에서 망각이 큰 역할을 하죠.
편집자 : 맞아요. 각 장(章)을 보면 문제 제기랄까, “이래서 될까?” 하는 식의 문장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말씀하신 대로 ‘망각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 그런 경우입니다. 보통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도야마 선생님은 사물에 대해 늘 대비(對比)로 풀어내세요. 이번 『읽기 정리학』도 그렇지만 대비로 이해가 쉬워지고 논리가 분명해지죠.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써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역동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야마 : 오직 이것 하나뿐이다, 하고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잠깐 옆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거기서 앞도 보고, 다시 돌아가기도 해야 읽는 사람도 저자와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것이 바로 사물을 연구하고 우주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고 봅니다. 그런 독자가 요즘 많이 나타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도쿄 신주쿠, 미디어라인서점 직원의 말]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려요?!”
저희 서점에는 정말 오랜 세월 동안 계산대 앞을 차지하며 ‘끈질기게’ 팔려나가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 『사고 정리학』입니다. 출판사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이 팔려요? 무슨 특별한 판매 방법이라도 있나요?”라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죠. 그때마다 “아뇨. 그냥 앞에 내놓기만 했는데, 계속 팔리네요”라고 대답합니다.
『사고 정리학』은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최근까지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지 알기 위해 드디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십 번도 더 무릎을 치며, “아하, 그렇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죠.
‘사고’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저마다의 스타일이 다른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분명한 형태로 ‘정리’하자는 이야기니까, 정말 기대가 되었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창조적인 두뇌를 만들려면 자꾸자꾸 잊어라’ ― 잊는 것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창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메시지는 제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곁가지로 탈선할 때 예기치 않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찾아온다’ ― 주변에서 ‘괴짜’로 평가받는 사람들이 머리도 좋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는 것을 볼 때마다 잘 이해가 안 됐었는데, 납득이 되었습니다.
*‘주제는 숙성될 때까지 충분히 재워둔다’ ― 쓸데없는 부분, 생각의 군더더기를 풍화시켜주는 시간의 힘은 위대합니다.
*‘목소리는 눈보다 똑똑하다’ ― 이 책을 읽고 난 뒤 실제로 제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며 수정해보았는데, 확실히 목소리가 눈보다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뿐이어서는 너무 많다’ ― 네,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진짜 ‘한 사람’이면 너무 많거든요! 무슨 소리냐고요? 책을 읽어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이 책 『사고 정리학』은 잘 정리된 말끔한 사고로 생각하기 위한 연구, 아이디어를 쑥쑥 키워주는 환경 등, 누구에게나 즉시 적용 가능한 지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섣부르게 내 아이디어를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 아이디어 군은 대단히 겁이 많고 소심해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꽁꽁 숨어버리곤 하니까,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