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부활이냐 형벌제도 폐지냐-형벌의 민주화를 위해서

공지영의 소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화되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사형폐지론이라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영화화된 작품을 읽고 다시 소설을 읽게 된 예에 속하는데 이런 사형폐지와 형벌제도에 대한 논쟁적 담론을 내용으로 하는 루크 홀스만 교수의 책은 나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익히 알고 있지만 형법은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면서 생긴 법률이다. 고조선의 팔조금법도 그 성질은 형법의 성격을 띄고 있다. 그 첫머리가 바로 살인죄에 대한 사형이라고 할 수있다.이 사형제에 대해서는 인류 역사 이래 폐지냐 존치냐 하는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지만 최근 강호순 사건으로 해서 이 논쟁은 재 점화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걸 형벌로 사용한다는 건 국가권력에 의해서 강제되는 합법적인 살인이라는 측면이 있는건 사실이다. 이에 루크 훌스만 교수의 [사형제 부활이냐 형벌제도 폐지냐-원제는 사라지는 형벌(문제는 형법과 형벌과 감옥제도다]는 이런 사형제 존폐론을 넘어서 형벌 제대로 자체에 대한 논쟁적 담론을 담고 있다. 즉 형벌의 근거로 삼는 범죄란 게 존재론적 근거가 없고 이른바 국가의 형벌권 자체를 문제 삼고 이 형벌과 형사 사법제도 일반 자체를 폐지하자는 운동이면 이론이기데 지극히 위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학을 전공하면서 사형 존폐론에 대해서는 참 많은 고민을 하긴 하였지만 형사 사법 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를 논하는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고 이런 책이 번역됐다는 것도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성숙해 졌다는 반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생소한 형벌 폐지주의란 개념은 1960년대 북유럽에서 처음 등장하였고 학계에서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제 9차 세계범죄학대회에서 처음 소개될 정도로 아직은 초창기에 머물고 있다. 이 이론의 역사적 이념의 근거는 특권계급폐지, 노예제 폐지, 사형제 폐지, 학교 체벌 금지 등이 실현되는 폐지주의이다.

폐지주의는 범죄라는 개념의 폐지, 범죄로 규정하는 범죄화 즉 형법의 폐지, 감옥의 폐지, 형사사법제도의 폐지를 말하고 있다. 폐지주의에서 형법의 핵심은 지금도 저 중세시대 마녀재판과 동일한 억압 제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제도가 아닌 문제를 야기하는 제도로 등장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폐지주의란 국가가 ‘범죄를 훔쳐 내’형사사법절차를 통하여 형벌을 가하는 현행 형사사법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사회가 자율적으로 범죄 아니 문제 상황들을 중재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구체적 대안으로 민사재판의 중재조정, 재교육, 재활교육, 공동체 역할 강화 등의 방식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범죄화 이론이나 형법이론 차원이 아닌 사람다운 삶을 살아나가고자 하는 사람소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비전, 이 시대 시급하게 채택해 나가야하는 사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는 않다. 비 현실적이라는 게 가장 크다. 우리나라도 경찰, 검찰 사법제도, 교도소등이 없다면 이 급증하는 범죄를 어떻게 막겠는가 하는 현실적 이유를 들 것이다. 이에 저자는 위에든 여러 대안들을 찬찬히 들어가면서 자신의 경험과 여러 형태의 중재조정제도 제 3자의도움을 받아가는 제도 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상이 거칠게 폐지주의의 개념을 정리해 보았지만 사실 저자가 위치한 네덜란드의 사법현실과 우리의 사법현실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형사 정책적으로 우리도 조금씩 인권을 보장하고, 형벌에 대한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할 따름이다. 사법부라는 게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이거나 논의한다는 거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한 것은 저자인 로크 훌스만과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이다. 우연치 않게 두 분은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해에 돌아가셨다는 공통점 외에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에서 인연을 맺었다는 점이다. 루크 훌스만은 젊은 시절 네덜란드 가톨릭교회의 탈제도화 운동의 주역으로 나아가서는 전 세계 가톨릭차원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한 교회쇄신과 사회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면 김수환 추기경은 이를 우리나라 가톨릭이 수용하여 민주화역사를 새롭게 쓰도록 하는데 크게 공헌하였으며 재소자와 사형수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베푸셨다. 두 분 다 휴머니즘을 공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기존의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비판적이고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는 사회는 만들려는 인류 전반의 꿈에 대한 조그만 지침서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