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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0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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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308g | 140*200*20mm |
ISBN13 | 9788959192632 |
ISBN10 | 8959192635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3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 아버지의 죽음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는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친구 보증 선 것이 잘못 돼 가세를 기울게 하고 동정심 때문에 보살펴주던 여자와 살림을 차려 이혼하고 떠났습니다. 엄마는 할머니(외할머니로 추정)에게 딸들을 떠맡기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렸습니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성인이 된 세 자매만 가마쿠라 시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큰언니 사치는 소아병동 간호사, 둘째 요시노는 마을금고 직원, 막내 치카는 스포츠용품점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집 나간지 15년 만에 아버지가 위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요시노와 치카는 아버지가 살았다는 카지카자와 온천 지역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가고 근무 때문에 사치는 나중에 갑니다.
세 자매가 자라고 살고 있는 가마쿠라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일본에 대해 배울 때 가마쿠라 바쿠후(幕府 막부)라는 이름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막부는 원래 중국 원정군 장군의 진영이라는 뜻이지만 12세기 말 쇼군 미나모토 요리모토가 혼란스러운 귀족정을 안정시키고 정권을 잡은 후 그의 본부가 위치한 가마쿠라의 지명을 따라 가마쿠라 바쿠후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래 16세기 무로마치 바쿠후를 거쳐 19세기 에도 바쿠후가 무너질 때까지 실질적인 정부 역할을 했습니다.
가마쿠라를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면 도쿄 남서 쪽 사가미 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요코하마와 가깝고 도쿄에서도 50k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으며 서 쪽으로 100km 이내에 후지 산이 있습니다. 일본 불교 니치렌 종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니치렌 종은 진리를 구하기 위한 본존(本尊 : 법화경에 나오는 부처, 보살의 이름을 그린 만다라), 제목(題目), 계단(戒壇 : 계율을 내리기 위해 만든 단)의 3대비법을 주장했는데, 제목은 나무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 : 묘법연화경에 귀의함]라는 구절을 정성껏 외우라는 가르침입니다. 이것도 어쩐지 귀에 익죠? 한 때 권력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인구 20만이 안 되는 소도시입니다. 풍광이 좋고 도쿄에서 가까워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2. 배다른 동생
장례식에 간 세 자매는 아사노 스즈라는 중학생 소녀를 만납니다. 아버지의 성이 아사노였습니다. 세 자매의 성은 코다입니다. 작품에는 명확히 나오지 않지만 엄마의 성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미망인 요코는 심약하고 유아적이며 다소 무책임합니다. 스즈와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이 둘 있습니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돌보고 장례식에서 제대로 상주 노릇을 해낸 사람은 요코가 아니라 어린 스즈였습니다. 요코와 그녀의 삼촌 이이다는 코다 자매에게 아버지의 유산을 포기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가지카자와 초(町)는 구글지도로 찾으면 야마나시 현에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작중에는 야마가타 지방의 온천지역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곳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두산백과를 찾아보니 에도 시대에는 후지 강 연안의 수상 운송 거점이었다고 나옵니다. 작중에 묘사 된 기차역 그림이 가지카자와구치 역과 흡사한 것으로 보아 번역할 때 실수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일본을 잘 아시는 분께서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쓰면서 찾아보니 이런 블로그 글이 나오네요.
한편 가지카자와를 검색하면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후지산 36경 중 하나인 고슈의 가지카자와라는 우키요에 풍경화가 검색되는데, 물살이 빠른 후지 강변에서 한 남자가 물 속으로 연결된 줄(저는 그물에 연결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을 끌어당기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강가의 바위와 거친 물결에 비해 후지산이 보이는 원경은 과감히 생략한 간결한 묘사가 돋보이는 걸작입니다. 우키요에 풍경화는 개방 후 서양의 원근법이 들어오면서 발달했으며 유럽에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표 작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그림들은 인상파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림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1&contents_id=97250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나선 코다 자매를 따라온 스즈는 아버지가 생전에 간직했던 사진들을 전해줍니다. 그걸 보고 아버지가 생전에 두고온 딸들을 사랑했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즈의 안내로 아버지가 좋아했던 언덕에 오른 코다 자매는 거기서 보는 풍경이 어쩐지 가마쿠라와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스즈는 친엄마가 죽고 나서 아버지가 왜 이 곳으로 와서 살고 싶어했는지 깨닫습니다. 계모가 동생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할 거라고 느낀 큰언니 사치는 역까지 배웅 나온 스즈에게 가마쿠라로 와서 함께 살자고 합니다. 스즈도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3. 좋은 사람
둘째 요시노의 연인 후지이 토모야키는 장례식에 가면 고인이 살아온 행적이 드러난다고, 뜻밖의 것들을 알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온천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좋은 사람,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합니다. 미망인 요코도 아이들에게 다정했고 잘 보살펴주었다고 말합니다. 큰언니 사치는 요코가 엄마와 비슷한 성향이라면서 아버지는 착했지만 인정에 끌려 주변까지 힘들게 한 몹쓸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어버지 어머니가 차례로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10대 초에 겪은 첫째 사치는 부모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아버지는 유약하고 무능력했고 어머니는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요시노는 아버지는 다정했고 어머니는 잘 우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막내 치카는 너무 어릴 때 부모가 떠났기 때문에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과 시신을 보고 생판 모르는 아저씨가 누워있다고 난처해 할 정도입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코다 자매를 뒤쫓아온 스즈는 아버지가 생전에 간직해 왔다는 봉투를 내밉니다. 그 안에는 코다 자매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 들어있습니다. 그걸 본 자매는 다정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해 냅니다. 치카도 우리 아버지 맞구나 혼잣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요시노도 함께 놀러갔던 일을 이야기하며 울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버리지 못했던 사치도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인정합니다.
스즈는 가지카자와에서 유소년 축구단 초등부 선수였습니다. 가마쿠라로 온 뒤 지역 유소년 축구단 중등부 옥터퍼스에 입단합니다. 단원 중 오자키 후타라는 소년은 슬럼프에 빠져 실수를 자주 하게 됩니다. 초조해진 그는 연습 경기 중 주장 타다 유야에게 태클을 해서 다치게 합니다. 부어오른 무릎을 보고 유소년 축구단 코치 이노우에 야스유키는 경기를 중단하고 자신이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병원에 데려갑니다. 검사 결과 골육종이 발견되어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됩니다. 죄책감에 축구부를 그만두려는 후타에게 야스유키 코치는 태클 덕분에 일찍 발견할 수 있었으니 오히려 생명을 살린 셈이라고 말합니다. 갑자기 키가 자란 것을 관찰하고 슬럼프도 급격한 성장에 적응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면서 후타에게 주장 자리를 맡깁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아빠와 엄격하지만 합리적인 야스유키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좋은 사람입니다.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상반된 입장의 사람들을 모두 난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개인이 좋은 가장,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인 관계에서는 냉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4. 가족
요시노와 치카가 가자카자와에 먼저 와서 여관에서 요코와 이이다를 만났을 때, 스즈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요코는 머뭇거리며 가족이니까 함께 지내게 되겠죠 하고 대답합니다. 요코와 이이다가 돌아간 뒤 요시노는 치카에게 스즈를 억지로 떠맡았다가 나중에 못하겠다고 할 것 같다며 걱정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발인 인사를 할 차례가 되었는데 미망인 요코는 진정이 안 돼서 못하겠다며 삼촌 이이다에게 대신해달라고 합니다. 직계 가족이 아니라 곤란하다니까 친딸인 스즈가 하면 되겠다고 말합니다. 큰언니 사치는 반대합니다. 장례식 내내 울기만 하는 요코를 달래고 조문객들을 맞이한 것은 어린 스즈였습니다. 사치는 자신이 일하는 소아병동에 입원한 중증 소아 환자들은 힘든 투병을 견디면서 어린이다움을 잃게 되는데,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어른의 일을 아이에게 맡기는 것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사치가 차라리 자기가 하겠다고 말하자 자존심이 상한 요코가 결국 인사를 합니다.
시신 화장까지 마치고 기차 타러 역으로 가는 길에 사치는 요코가 아버지 입원했을 때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을 거라고 동생들에게 말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어렵고 괴로운 일이며,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는 타입의 사람들은 잠깐 옆에 있는 것도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들로서는 최선일 테니 비난할 수는 없다고도 말합니다. 스즈가 뒤따라왔을 때 사치가 "네가 아버지를 보살폈구나. 고맙다." 하고 인사합니다. 의연하던 스즈가 목놓아 울고 언니들이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스즈가 가마쿠라로 온 뒤 요시노가 소주를 탄 줄 모르고 치카가 매실액을 먹입니다. 어린 스즈가 한 모금 마시고 취해 정신을 잃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쏟아냅니다. 요코 아줌마가 밉고, 말 안 듣는 동생들도 싫다고 울면서 외칩니다. 깍듯하게 새어머니를 위로하고 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폈던 것은 어린 스즈가 버림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요시노나 치카보다 사치를 닮은 건 어린 스즈였습니다. 사치도 아버지 어머니가 차례로 떠난 뒤 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 철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5. 요시다 아키미
이 사람의 만화를 이번에 처음 봅니다. 1956년 생이고 1970년대부터 활동했군요.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거장 권진규가 나온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TV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에서 여주인공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선배 따라 입학한 학교가 무사시노 대학인데 같은 곳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찾아보니 유명한 작품이 많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많네요.
흔히 일본 만화 풍이라고 하는 눈 크고 신체 비율이 과장된 그림과는 다르면서도 일본 만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림체입니다. 세밀한 선과 건조한 듯 사실적인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짜임새가 좋습니다. 큰 사건이 없으면서 지루하지 않아 읽기 편합니다. 판타지, 액션, SF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만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만화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으니 아주 나중에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일본 만화가 중에 다니구치 지로, 이가라시 다이스케를 좋아합니다. 전자가 문학적이고 현실적이라면 후자는 환상적이고 신화적입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읽고 요시다 아키미도 좋아하는 만화가 목록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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