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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09년 06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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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대의 3부작(다소 무리일지는 모르나 일단 이런 단일개념포착, 일반화를 시도해보자)이, 보다 정직한 감성, 자연스러운 전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등을 동시에 담아야한다1)는 어느 정도의 순진한 강박관념을 간직한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우리 시대의 그것들은 보다 철저한 기획과 계산, 그리고 그 필연의 부산물인 정교한 시각적 어시스트를 반드시 달지 않고서는 아예 탄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차이가 있다. 예전에, 아직 이문세가 '별이빛나는밤에'을 진행하고 있을 무렵, 게스트로 나온 이소라2)가 DJ에게 '(오빠는)요즘 같으면 아예 데뷔가 안 되죠.'라는, 재치있으면서도 뭔가 분위길 싸하게 만드는 농담을 던진 적이 있3)었다. 내가 지금 푸근한, 혹은 애잔한 마음으로 '지난 시대의 트릴러지'들을 볼라치면, 아무리 시대의 차이고 뭐고를 다 감안하더라도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선 프러덕션 펀드의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일 자체가 없을, 그런 '풋풋한' 발상과 기획이 너무 많았던 시대가 아니었나, 그저 그런 생각만 든다. 눈을 돌려, 영화사 책에서 B급영화라 흔히 규정하는 그 필름들(1980년대의)을 보면, 참 저속하고 데퉁맞고 설익은 비주류스러움이 가득하지만, 그 역시 어떤 것에도 영향 받지 않은, 엇나가되 정직하기 짝이 없는 발랄함이란, 과연, 전봉건의 어느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을 연상하게 하는 그런 박력으로 가득한 패기와도 동의어였던 것이다. 주류는 다소곳하나 루틴을 떨치려는 부지런함이 있었고, 비주류는 비록 엇나가는 트랙을 제 궤도로 유지하되 그 영혼의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느닷없는 탈선은 끝까지 삼가는, 진지함과 참신함이 최소한 지금보다는 높은 밀도로 남아 있던 그런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일종의 노스탤지어와 무드셀라 신드롬의 축축한 분위기에 푹 젖어, 달갑지 않은 소음이나 광선은 일절 차단한 채 나만의 소우주를 구축하고 감상해야 하는 것이 이런 트릴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엑스맨 연작은, 그야말로 자의적인 카테고리를 놓고 짜는 개인적 작업이라고 해도, 과연 경계의 어느 편에 이를 배치할 것인지가 상당히 모호한 그런 작품이다. 물론 특수효과의 정치함이나 빈틈없는 플롯과 전개, 부품으로서 제 모듈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배우들 하나 하나, 어느 씬에서도 이후 프로덕션 보드에 해명할 논리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장면을 찍어나가는 '속물적' 감독의 연출력 등을 보면, 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는 분명 '후속세대'에 속하는 작품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원한 카테고라이징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이 작품이 한 발을 분명 과거에 대고 있는, 그 출생의 지향이 지난 시대를 응시한다는 의이에서의, 족보의 상대적 명확성에 있다는 것인데, 다들 아는 것처럼 이 영화는 그 원작을 마블사의 한 코믹에 둔다는 분명한 리니지를 지니기 때문이다. 엑스맨의 세대적 모호성은 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를 하자면 무지 길어지겠으니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영화는 마치, 작년 연말 가요프로그램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본 것처럼, '아이돌 가수들이 열창하고 열연하는 7080문화컨텐츠'를 구경하는 그런 느낌, 감개에 비유하면 그 포착, 설명이 용이하지 싶다. 스터프는 분명 지난 시대의 것이나, 그새 놀랄 만큼 세련되고 종전 상상치 못할 활력이 부가된, 유전자 개량(조작이 아닌)이 이루어진 명마, 약초의 탄생과 성장을 보는 듯한 뿌듯함, 역사의 단절 혹은 답습이 아닌 변증법적 승화가 달성되는 그런 흐뭇한 경의, 경이가 깃든 그런 재생(resurrection)을 목도하는 희열과 숙연함이 교차하는 감상, 이것이 이 lavish한 상품 블루레이를 그 매개로 한 관찰, 응시, 경배의 결과라고나 하겠다. 다 좋고, 다 흐뭇하며, 지난 시절을 이런 묘한 스코프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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