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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6년 1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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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0.4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7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8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7601142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25일 ~ 2024년 10월 25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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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를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로 꼽는 것은 아마도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어떤 개념이나 물건 발명의 위대성을 가늠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것이 없다고 가정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바퀴는 정말로 대단한 발명품이다. 현재
인류 문명이 바퀴에 기대고 있는 것은 정말로 많다. 이동 수단의 대부분이 바퀴에 의한 것이니 말이다.
인류 문명 발달에서 바퀴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이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이 바퀴를 발명했음에도 그것을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단순한 장난감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바퀴를 굴릴 대형 가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 바로
그런 지리적 한계가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 사회에 뒤처지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총, 균, 쇠』의 논리를 따라가면 그것은 굉장히 그럴 듯한 주장이다. 대형 가축의 부재가 늦은 문명 발달의 원인이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 바퀴의 예를 든 것이었지만,
그것은 또한 바퀴를 운송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문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바퀴는 언제, 어디에서 처음 발명되었으며,
어떤 발달 과정을 거쳤으며, 또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다른 학자들의 바퀴에 관한 가설들에는 오류가 없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리처드 불리엣의 『바퀴, 세계를 굴리다』이다(이 우리말 제목은 원제 『The
Wheel: Investions & Reinvestions』, 즉 “바퀴: 발명과 재발명”이라는 밋밋한 제목보다야 훨씬 독자를 끌어당긴다.
굴러가는 바퀴가 세계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이중적 의미를 잘 담고 있다).
저자는 바퀴가 동유럽 카르파티아 산맥 근처의 광산에서 광차를 굴리기 위해서 처음 발명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 기원전
4,000년
전쯤 얘기다. 광부들은 광맥을 찾아 더 깊은 데로 들어갔고, 채굴한 구리를 옮기는 수단으로 바퀴를 발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의 바퀴는 차축 끝에 고정되어 축이 회전하면서 바퀴도 함께 굴러가는 윤축(wheelset)이었다. 이후 흑해 근방의 고분들에서 출토되는 마차들을 보면, 마차가 생활을 하는 장소, 즉 이동 가옥과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이 때의 바퀴는 차축은 가만히 있으면서 양 끝에서 바퀴만 따로 굴러가는 것으로 바로 독립차륜(independently
rotating wheels)였다. 이 때까지의 바퀴는 통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것이었다면, 기원전 2,000년경부터는 바퀴살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는 이동수단을 만드는 이가 운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벼운 바퀴를 고안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자는 그런 바퀴살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깎아서 바퀴를 만들만한 큰 나무가 드물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수요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공급에 따른 변화라는 것이다.
바퀴를 장착한 이동 수단이 곧바로 사람, 특히 남성이 탈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람이 타는 경우는 의식에 사용될 때였다는 증거가 여럿 남아 있는데, 말하자면 ‘과시용 바퀴’라는 것이다. 전차(戰車) 역시 일정 시기에 위력을 보였지만, 여러 지역에서 채택되지도 못했고, 그리 오랫동안 위력을 떨치지 못한 것도 흥미 있는 역사다.
16세기에 이르러 유럽에서는 이른바 ‘마차혁명’이라는 운송수단에 있어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데,
이 원인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기존의 것과는 조금 차별적이다.
즉, 마차의 출현은 여러 기술적인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었고, 단지 유럽의 상류층 남성들이 이동수단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쟁 등에 화포가 사용되면서 바퀴가 달린 이동수단의 효용성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시각이 유럽 중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면서 마차가 고급 이동수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또한 중국 등 동아시아에도 관심을 둔다. 동아시아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사륜 이동수단, 즉 마차가 그리 널리 이용되지 않았다. 단지 군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륜 마차가 이용되었다는 것을 여러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럼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주고 있지는 않다. 거기에 일본 등에서 인력거라는 게 발명, 혹은 처음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사람이 바퀴 달린 이동수단을 ‘끄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인력거가 흥한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만 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싣고, 사람이 ‘앞에서’ 끄는 것을 보고는 사람의 지위를 짐승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비방꾼들이 ‘모국에서 남녀 미숙련공을 낮은 임금으로 만족스럽게 고용해서 공장과 광산의 더럽고 위험한 일을 시켰고, 요강을 비우고 굴뚝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더러운 잡일을 거리낌 없이 맡겼던’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력거가 일본을 거쳐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 등지에서 성행하게 된 요인을 경제적 효율성, 도시 생활양식, 노동 인구라는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그곳에서는 그럴 만 하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의 경우엔 사회적 지위와 연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캐스터에 대한 것이다. 바퀴라면 모두 바퀴인 줄 알았는데, 바퀴는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두 개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윤축과 독립차륜이고,
나머지가 바로 캐스터이다.
그런데 이게 낯선 것이 아니고, 가구 바닥이나 여행가방 등에 달려 있는 바퀴가 바로 캐스터이다.
차축을 중심으로 회전도 하고 위쪽에 달린 소켓이 수직 회전축을 중심으로도 회전하는 바퀴이다. 생각해보면,
이 새로운 개념의 바퀴인 캐스터가 얼마나 유용한 바퀴인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저자는 당연히 왜 그런지도 분석하고 있다. 주로 가축이 이동수단을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이 캐스터가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바닥이 평평해야만 캐스터가 온전히 이동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게 보면, 바퀴에 관한 역사는 거의 다 개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들 말고도 바퀴에 대해서 더 파고들게 있을 수는 있지만, 이 정도면 바퀴가 무엇인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세부적인 데 치중하는 면이 없지 않고(그것도 특정 부분에서만), 논리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지만 그래도 바퀴 하나에 대해서 이처럼 관심을 갖고 대중적으로 풀어내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바퀴는 세상 속에 굴러다니며, 세상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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