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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09년 07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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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11분 | 200g |
연령제한 | 15세 이용가 |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
사람이 살면서 제 주제를 알아서 그에 맞춰 살기가 쉬울까?
어찌 되었든 제가 가진 것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좋은 사람과 같이 살고 싶은데...
어느 누군들 더 높이 날고 싶지 않을까? 그런 자리를 못 잡았을 뿐...
예쁘고 돈 많은 집의 아가씨에게 장가들고 싶고,
멋있고 잘났거나 좋은 자리를 잡은 사내한테 시집가고 싶지 않을까?
어떤 쪽이든 누구나 제가 가진 모습보다 더 높이 날려는 꿈은 갖고 있다.
김기영 감독이 1960년에 만든 흑백 영화 <하녀 The Housemaid>는 제 주제를 모르고 사랑을 바라던 이의
아픔과,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끝까지 엉뚱한 모습으로 남게 되는 사내의 모습을 잘 담았다.
게다가 끝무렵의 비틀림은 1960년에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2년에 만든 <팜므 파탈 Femme Fatale>에 뒤지지 않는다.
2.
한 방에서 아내(주증녀)는 재봉틀을 돌리면서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판 위에서 공부를 하고,
옆지기인 동식(김진규)은 피아노를 치면서 가르치는 집...
1960년대에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리라. 이 집은 피아노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동식은 방직공장의 음악 동아리들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쳐주는 벌이를 하고,
아내는 바느질로 돈을 번다. 아직 낫지 않아 다리가 아픈 딸 애순이 있어 조금 걸리지만 아들도 있고...
모자란 게 그리 없는 집이다. 이들이 꿈을 꾼다. '돈을 빨리 모아 번듯한 2층 집에서 살아야지...'
방직공장에 다니는 조경희(엄앵란)한테 피아노를 가르쳐 동식이 돈을 더 벌고,
아내는 아이를 가져 몸이 무거운 데도 텔리비전을 사려고 밤낮없이 바느질에 매달린다.
이 집은 단칸 방에서 2층집으로, 텔리비전이 있는 집으로...한 계단씩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공장에는 동식을 좋아하는 아가씨들이 많다. 조경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선생님의 사랑 한 조각만 얻어도 좋겠어요..." 하며 매달리는 조경희를 동식은 내친다.
"직공 하나 때문에 잘못 되어 네 식구가 밥을 굶을 수는 없어..."
동식의 피붙이들이 2층집에 살게 되었을 때는 더 나은 모습을 꿈꾼다.
'애순이 다리만 다 나으면 우리가 가장 행복한 집이야...'
3.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동식은 집에 하녀(이은심)를 들인다.
하녀의 꿈은 무엇일까? 일해주고 밥이나 얻어먹으면 끝일까?
'누군들 처음부터 이런 2층집에 살았을까, 나도 한 번 안방마님으로 살아봐...'
하녀는 제 꿈을 이루고자 동식을 꼬시고, 동식은 아내가 쉬러 친정에 간 틈을 타서 눈이 멀어버린다.
한 번의 잘못은 쌓아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부엌데기 하녀를 벗어나 이젠 어엿한 둘째 마님으로 첩살이를 하려는 하녀...
옆지기가 한 짓이 이웃에게 알려질까봐 하녀가 하자는대로 2층 하녀 방에서 옆지기를 자도록 하는 아내...
잘못 놀린 아랫도리 탓에 꼼짝을 못하며 살아야 하는 동식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탄 동식은 묻는 기사한테 말한다."어디든 지구 밖으로 빨리 가..."
쥐를 잡으려고 찬장에 둔 쥐약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죽고, 행복했던 집이 어느듯 몹쓸 집이 되어버렸다.
보란듯이 살아보겠다며 엉뚱한 생각을 한 하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몸부림을 치면서 외친다.
"남편은 나한테 씨를 뿌리고, 그 아내는 밴 아이를 떼어내려 하고...제 아이는 낳고, 내 아이는 죽이고..."
4.
2층집에 살려고, 텔리비전을 장만하려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제 집이 무너질까 무서워 제 옆지기마저 하녀 방에 넣어주는 아내의 속내를 보여주는 모습 따위는,
1960년대나 이제나 다를 바가 없다. 속이 어떻든 남보란듯이 번듯하게 살고픈 마음은 어느 때나 같다.
침을 질질 흘리며 꾸는 달콤한 꿈도 있지만, 가위에 눌려 괴로워하는 씁쓸하고 무서운 꿈도 있다.
이 영화는 한여름 밤의 꿈이었으면 좋겠지만 내 삶이라면 꾸고 싶지 않은 나쁜 꿈이다.
요즈음 텔리비전에 나오는 모습과 180도 다르게 개미 허리의 날씬한 몸을 보여주는 엄앵란씨의 모습이나,
짖궂게 누이를 골리고 하녀를 막 부리는 아들 창신으로 나온 안성기씨의 어린 모습도 보기에 좋다.
동식을 놓고 아가씨들이 짝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멜로 드래머를 보는 듯하는데,
동식한테 으름장을 놓는 하녀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쥐약이 나오면 어느듯 스릴러로 넘어가면서
가슴을 졸이게 된다. 1층과 2층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어찌 보면 <박쥐>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다른나라 사람들이야 그냥 두고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은 구석이 많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에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고 서서 밥을 지을 수 있는 집이 몇이 있었을까?
게다가 방마다 침대가 있고, 2층 집에다, 전기 밥솥, 접시 위에 담은 카레 라이스를 해먹는 집...
이건 우리네 집이 아니라 서양 사람들의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5.
불을 보고 제 죽을 줄 모르고 덤벼드는 불나방처럼, 사람들도 앞뒤를 재지 않고 뛰어들다가 불에 덴다.
불에 데더라도 더 오르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오른 우리나라 영화 두 편 가운데 하나에 뽑히게 만들었다.
오래된 영화를 디지털로 다시 되살린 영화이지만, 곳곳에서 아직 화면이 깨끗하지 못하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볼만한 영화로 되살린 것만도 고마워 해야 하나...
만든 곳으로 '김기영 푸로덕슌'이라 쓴 것을 보고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보너스도 들어있다. 새로 되살린 영화와 되살리기 전의 영화를 견주어서 보여주고,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같이 영화를 보면서
김기영 감독과 영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어 좋다.
그런데 이왕이면 예고편도 모아서 같이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예고편은 없다.
경북 김천에서 일어났던 하녀와 집 임자의 불장난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신문에서 빌려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관에 걸렸을 때 안방마님들은 하녀를 가리키며 "저년, 죽여라..." 했다고 하며,
하녀들은 같은 처지인 하녀를 감쌌다고 한다. 누구를 탓하랴, 잘못이라면 꿈을 잘못 꾼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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