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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1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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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64g | 120*190*20mm |
ISBN13 | 9788932918129 |
ISBN10 | 8932918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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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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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버지니아울프를 그린 영화<디 아워스>에 버지니아의 언니가 동생을 보며 이런 말을 한다. "버지니아는 참 좋겠다. 두 개의 인생을 살잖니. 하나는 실제에서, 또 하나는 소설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 대부분은 선천적인 자아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나 꿈꾸는 삶의 인격을 부여하여 형성되는 것이 자신의 두 번째 자아인 후천적 자아가 된다.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이들은 이를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글, 그림 혹은 노래 등을 통해 또 하나의 나와 마주한다. 후천적 자아는 또 하나의 나인 동시에 나의 선천적 자아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벨기에 출신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저서 <샴페인 친구>에도 그녀의 '친구'가 등장한다. 자신이 글을 짓기 위해서 빌린 그녀의 샴페인 '친구'인 '페트로니유 팡토'. 처음엔 아멜리를 놀래키고, 그 다음엔 그녀를 흠모하게 하고, 경악케 하고 마지막엔 감탄케 했던 페트로니유. 달짝지근한 그녀들의 이야기에 이제 목을 축여보자.
술을 마시면서 취하지 않으려 드는 건
성스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숭고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것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행동이다
알딸딸한 샴페인 찬가로 서문을 여는 <샴페인 친구>는 아멜리가 그녀의 사인회에서 만난 여성팬 '페트로니유'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실제는 동료소설가 '스테파니 오셰'에게서 '페트로니유'의 캐릭터를 빌렸다는 본 저서는 아멜리가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만큼 대담한 풍미의 샴페인을 함께 즐길만한 '샴페인 친구'를 찾던 중, 자신의 팬임을 자처하며 팬레터를 주고받던 팬(페트로니유)과 아멜리의 사인회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친구가 되고 그 둘이 어울리며 겪는 이야기를 나열하여 마치 아멜리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끔 한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어려 보여서
나는 열다섯 살 소년으로 착각했다.
아멜리는 페트로니유를 처음 봤을 떄 무심결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럴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키 160정도의 아담한 체구에 빨간 고추를 닮은 눈길 거기에 팬사인회의 불청객인 거구를 멱살잡고 내쫓는 거친 성격. 첫만남에서 외모에 한번 놀라고 그녀의 성격에 두번 놀랐던 아멜리는 섬세한 성격의 자신과 다른 그녀에게 둘의 만남을 자축하기 위해 함께 샴페인을 마실 것을 제안하고 그녀는 쿨하게 응한다. 그렇게 둘은 아멜리가 바라던 '샴페인 친구'가 된다. 페트로니유는 아멜리와 확연히 다르다. 아멜리도 이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런 점 때문에 아멜리가 그녀에게 끌렸는지도 모른다.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술주정과 위험천만해보이는 노상방뇨를 시작으로 술김에 저질러버리는 즉흥적인 스키여행, 한마디만 더하면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 그녀의 말과 행동들. 이들은 분명 아멜리의 행동-레이더 밖에 있는 선택지들이었다. 그러나 아멜리는 페트로니유 덕분에 웃으며 즐겼던 시간을 겪으며 깨닫는다. 페트로니유의 순수한 대담함이 있었기에 자신은 이런 뜻밖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처럼 많은 생각없이 내딛는 발걸음이 자신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너는 글만 쓰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설가라는 걸 명심해야 해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학을 전공한 페트로니유는 훗날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 아멜리처럼 소설가가 되고 평론가계의 주목도 받으며 대여섯권이 넘는 작품을 펴낸다. 그녀의 팬들도 생기고 소설가로서의 입지도 굳힌 것 같다만 그녀는 '다른 글쟁이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며 훌쩍 자신을 찾으려는지 1년동안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러 떠난다. 아직 출판사에 부치지도 않은 소설을 아멜리에게 훌쩍 맡기고서 말이다. 그리고 1년 후 구릿빛 피부가 되어 돌아온 페트로니유는 녹록치 않은 인세로 인해 신약생동성실험에 자신의 몸을, 밤에 어둠의 러시안룰렛쇼에 자신의 머리를 갖다바친다. 이는 모두 글쟁이의 삶을 연명하기 위한 그녀 식대로의 응급처치였다. 후에, 아멜리는 페트로니유의 이런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그녀를 멈추려 하자 페트로니유는 이렇게 답한다. "너는 글만 쓰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설가라는 걸 명심해야 해" <샴페인 친구>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도취는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재능과 몰두가 요구되는 예술에 속한다.
페트로니유는 자신을 '문학'이란 샴페인에 집어던졌다. 문학을 자신의 대학전공에 그치게 하지 않고 인생의 전공에 '문학'을 임명하여 자신을 푹 담근 것이다. 그녀는 이성적으로 '문학'이란 샴페인에 도취된 것이다. 분명, 그녀의 행동은 위험하다. 책에서 그려지는 페트로니유의 행동은 안정이란 안중에도 없는 듯 늘 위험과의 얇은 경계를 두고 아슬아슬한 사이로 지내왔다. 옆에서 지켜본 아멜리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행동에서 자신을 반추해본다. '문학'이란 샴페인에 자신을 용기 있게 집어던진 페트로니유의 몸. 여러 권의 소설을 쓰며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였지만 '노동자 출신은 이 바닥에서 어려운 거 아시잖아요.'라는 말이나 들으면서도 끝까지 좋아하는 문학을 붙들고 있는 페트로니유의 정신. 펜대가리만 굴리는 펜대운전수들과 다르게 행동으로 보여줬던 문학에 대한 페트로니유의 행동은 아멜리가 가슴 속에서 염원하던 바로 그 '대담함'이었을 것이다. 샴페인의 도취만큼이나 위험한 '문학'이란 샴페인의 도취. 그리고 그 위험함을 쏙 빼닯은 둘. 아멜리는 본 저서를 끝맺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사건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교훈을 얻는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아무리 알아도 소용 없다는 것을, 매번 걸려들고 마니까."
아멜리, 이제 당신이 빠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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