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1.
언더그라운드의 공격성에 희망을 담다!
김사랑 EP [취중괴담]
프로그램의 작가와 VJ로 김사랑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다. 공백기 동안 쌓인 게 많아서일까 로커로서의 정체성이었을까... 참 어두운 친구였다. 그리고 음악 또한 그랬다. 인더스트리얼 뮤직에 매료된 공격적인 사운드, 가사 속에 담아 놓은 세상에 대한 비판.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는 언더그라운드에 머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전작 [U-Turn]에서 선보인 꽉 찬 사운드와 연주력. 원맨밴드를 고수하며 보여주고 있는 천재적 음악성을 생각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김사랑 같은 뮤지션이 조금만 밝아져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다면 감상(感傷) 일색의 대중음악씬에 큰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라드 곡인 전작의 타이틀 곡 '위로'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김사랑의 웃는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중의 사랑을 확인하고 음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이유인 듯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EP 앨범 [취중괴담]. 우선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나머지 곡들이 1, 2, 3집의 미발표 곡들과 데모 곡이니 싱글 '취중괴담'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논외로 해두자.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취중괴담'은 '위로'보다 한 발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선 곡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김사랑 본인의 곡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꿈을 이야기하고 과거를 털어내며 때로는 힘겨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호기를 부려보기도 합니다. 이 곡은 그 순간의 모습들을 노래했습니다.'
'많은 사람'이라고 적었지만 짐작컨대 '취중괴담'은 본인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가사를 보면 김사랑은 이제 '우리' 그리고 '희망'을 노래한다. '나의 노래 우릴 위해 / 나의 노래 나의 멜로디 / 널 위해 이 잔을 채우네 / 모두의 희망을 담은 채 / 축배 이 밤을 비우네'.
전작에서 보여준 세상에 대한 독설과 비판적인 가사들을 생각하면 큰 변화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 축배를 마시며 과거를 털어내고 음악으로 대중과 희망을 이야기하겠다는 본인의 결심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강하고 격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마인드가 변하고 가사가 변해도 음악 자체가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면 뮤지션이 대중에게 다가서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취중괴담'의 음악적 변화는 더욱 반갑다.
원맨밴드를 고수하고 있는 김사랑은 꽉 차고 묵직한 사운드만큼은 변함없이 기본에 두고 있다. 3집 [U-Turn]에서 빈틈없는 사운드에 브릿팝적 요소를 가미했다면 이번 싱글에서는 소위 이모(Emo)라고 불리는 감성적 코어(core) 음악으로 묵직한 사운드와 멜로디의 결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강하고 격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격정적 흐름을 연상시킨다. 주목할 부분은 마이 케미컬 로맨스가 격한 사운드를 보여주면서도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사랑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김사랑이 본인만의 강한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해준다. 앞으로는 록 마니아가 아니어도 김사랑의 음악을 들으며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며 그 시작이 이번 싱글 '취중괴담'이 아닐까 생각된다.
곡의 디테일에서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각운'과 '변주'.
가사는 전체적으로 'ㅐ' 발음의 각운에 맞춰져 있다. 노래 전체에 각운이 지나치게 짜여져 있을 때 자칫 노래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지만 전혀 부담 없이 각운의 묘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역시 괜찮다.
'변주' 역시 노래의 맛을 살려주고 있다. 초반부에 담백하게 시작한 곡은 초중반부터 악기의 두께와 리듬이 변주되며 감정을 고조시키고 곡의 중반부에서 또 한 번의 리듬을 변주시켜 친근감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시 곡은 감정을 최대한으로 고조시키며 마무리 된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변화되는 다양한 감정을 리듬으로 표현해 냈다는 점이 돈 맥클린의 'American Pie'를 연상시킨다.
김사랑, 한국 록의 희망을 노래해라!
한국의 오버그라운드 음악 씬에서 록 음악은 죽었다. 가요 차트에서 누가 록 음악으로 대중과 교감하고 있나? F.T. 아일랜드가 가장 영향력 있는 록밴드라고 생각하면 씁쓸하다. 김사랑의 이번 싱글을 접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변화다. 세계 록 씬의 흐름에 발맞춰서 고집부리지 않고 대중과 함께 나아가려는 변화. 그리고 함께 나아가려는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만 한국 록 음악의 재기가 가능할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변방으로 물러나고 그곳에서마저 새로운 사운드의 인디 뮤지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한국의 록 음악. 김사랑의 이번 싱글에서 성급하지만 한국 록의 희망을 이야기해 본다. 2009/08/03 이용지 (대중음악 평론가)
*앨범 리뷰 2.
아예 성별이 다른 동명이인의 여성 연기자가 존재한다는 난감함(?!)과 첫 솔로 앨범 때부터 그를 쫓아다니는 "나는 18살이다"라는 카피 문구, 그리고 특히나 부담스러움을 짊어지게 한 "제 2의 서태지"라는 표현 등 순수하게 그의 음악 자체를 대하기 전부터 선입견과 기대감에 빠뜨리는 그 방해요소(?!)들은 "뮤지션 김사랑"에게 있어서는 오랜 딜레마이자 고민이었을 것이다. 솔로 3집인 2007년작 [U-Turn] 활동 이후 근 2년만에 공개되는 첫 [EP] 음반은 그가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속내와 외침이 세련되게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순수한 4곡의 작업물에 1곡은 동 수록곡의 데모 버전이 담겨있는데, 지난 앨범의 어쿠스틱한 시도와는 또 다른 강렬함과 현대적인 스타일의 사운드가 청각을 자극시킨다. 여전히 작사, 작곡, 편곡, 모든 악기 연주와 음악 소스, 녹음, 로듀싱 등을 지방 모처에 위치한 자신만의 작업실에서 이뤄냈다. 솔로 1집부터 3집까지의 기간 동안 작업해뒀던 미발표곡과 지난 3집 수록곡의 재작업물, 데모 버전 등 이런 기회가 아니면 세상에 공개되지 못 했을 뻔한 내용들이란 점이 더욱 간절하게 와 닿는다. 상투적으로 등장했던 서태지와의 비교가 아니라, 이번에는 당당히 서태지의 근래 작품들을 이루는 사운드와 비교할 만한 시도와 형식미가 돋보이며 '취중괴담'이라는 곡의 타이틀은 그간 김사랑이 거쳤던 고뇌와 심정, 그리고 이번 EP의 주제를 대변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이제 당당히 "나는 김사랑이다!~를 외쳐대는 그는 아직도 겨우 28살이다..." 글/성우진(음악평론가, 방송작가)
*앨범 리뷰 3.
한 곡, 한 곡 느껴지는 다양함 속에 진지함...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멜로디...
열여덟살 에서 스물여덟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자신의 음악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치기어린 음악의 자존심이 아닌, 어른이 된 것 같은 노련한, 더 깊어진 거친감성의 김사랑을 느꼈다. 언제나 신선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
난 그와 노래할 때 이제 막 여행을 떠나려 하는 설레임을 느낀다.
2009. 08.07. 글/ YB 윤도현 (뮤지션)
[음악웹진 이즘 선정, 2009 올해의 가요앨범]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돌아온 김사랑의 화법은 허심탄회였다. 다양한 음악적 융합의 분기점을 거쳐 온 그였기에 모던 록으로 회귀한 울림의 진실성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진담이 때로는 괴담처럼 들려오는 광기의 시대에서 쩌렁쩌렁하게 토해 내는 회심의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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