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중에서 '리어 왕'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이 이야기는 리어 왕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는 슬픈 이야기로 내게 많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다.
리어 왕은 나이가 들어 자신이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신의 딸들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에 놓았던 계획을 이들에게 말하였다. 바로 자신이 국토를 세 등분하여 나누어 줄 것인데, 자신에 대한 효성이 가장 깊은 딸에게 제일 큰 몫을 주겠다는 것이였다.
나는 이 부분에서부터 리어 왕이 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리어 왕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제일 큰 몫을 준다 했으면 누구나 좋은 말솜씨만 있으면 쉽게 리어 왕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면 유산을 주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쉽게 가식적인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맏딸 고너릴이 그런 사람의 대표적인 것 같다. '이 세상 그 어느 것과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말하였다. 그 말에 혹하여 리어 왕은 그에게 우창한 숲, 기름진 평야, 풍요로운 강 등을 주겠다고 하였다. 둘째 딸 리건 또한 '언니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리어 왕은 그에게도 국토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내 딸 코델리아는 의외였다. 리어 왕이 마음 속으로 가장 사랑했던 코델리아는 '별 할말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기를 낳고 기르고 사랑해준 것에 보답으로 자식이 해야할 도리는 다 하겠지만 자신이 결혼을 하면 자신의 사랑의 반을 남편의 것이기 때문에 평생 아버지만을 사랑할 수만은 없다고 하였다.
정말 맞는 말 같았다. 고너릴이나 리건처럼 실천할 수 없으면서 말만 부풀리며 말하는 것보단 코델리아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만을 잘 하겠다고 한 것이 더 부모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리어 왕에게 너무 큰 기대를 안겨주어 놓고선 나중에 그를 실망시키는 것보다야 처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기대를 안겨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았다.
하지만 리어 왕은 생각보단 어리석었다. 단지 들려오는 말에 대한 자신의 기분에 따라 모든 일을 결정하였다. 다시 말해 리어왕은 코델리아의 깊은 뜻을 모르고 그에게 실망한 나머지 아무 것도 물려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코델리아에게 청혼했던 사람들도 지참금이 없다는 말에 포기하고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프랑스 왕은 코델리아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지참금때문이 아니라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였다. 이 말 한마디를 읽는 순간 프랑스 왕이 참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같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코델리아는 프랑스 왕과 결혼을 하여 프랑스로 떠났다.
영토, 왕위 모두를 두 딸에게 물려준 리어 왕은 먼저 고너릴의 궁전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리어 왕이 찾아온지 반달도 되기 전에 고너릴의 태도가 변하였다. 리어 왕을 호위하던 100명의 기사들의 생활비가 아까워서 기사 수를 반으로 줄이고 리어 왕을 만나지도 않았다. 또한 하인들까지도 왕을 무시하였다.
코델리아에게 한푼도 안 주고 그를 내쫓은 리어 왕보다 거짓을 말한 고너릴이 더 못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그래서 고너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과연 아버지를 이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은 만큼 사랑한다는 사람의 태도가 이거냐?"고……. 고너릴의 태도로 리어 왕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 자신의 잘못을 이젠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때쯤 전에 리어 왕에게 추방당했던 켄트 백작이라는 사람이 카이어스라는 이름의 하인으로 변장을 하고 영국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곤 왕을 찾아가서 왕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하였다. 고너릴과 말싸움을 하다가 화가 난 리어 왕은 리건에게로 가기로 했다.
분명 리건 또한 리어 왕을 불손한 태도 대할 것이라는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았다. 리건 또한 리어 왕에게 푸대접을 했다. 리어 왕보다 먼저 간 카이어스를 리건의 하인이 족쇄를 채워 버리므로 리건은 고너릴보다 더 못되게 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리어 왕이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족쇄에 묶여 있는 카이어스만 보였다. 뒤늦게 나타난 리건과 그의 남편 콘월 공작에게 리어 왕은 고너릴을 욕했다. 그런데 리건은 오히려 자기 언니 편을 드는 것이였다. 그러고는 언니에게로 돌아가라고 했다. 또 시종을 10명으로 줄이라고 했다.
왕이라는 신분의 사람이 고작 10명의 시종을 두라는 것은 정말 황당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쩜 이 두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뻔뻔하다. 어쨌든 왕은 이 둘을 저주하다 이들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말을 타고 폭풍이 몰아치는 황야를 달렸다. 카이어스는 그를 오두막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딸들에게 학대받고 쫓겨난 충격때문에 점 점 미쳐갔다. 빨이 이 딸들이 벌을 받았으면, 리어 왕이 다시 제정신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여기쯤에서 코델리아는 어떻게 되었을지도 궁금하였다.
그때 코델리아는 프랑스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계속 영국의 소식을 듣고 있던 코델리아는 리어 왕의 소식을 듣고는 화가다 남편에게 군대를 보내라고 했다. 나같아도 두 언니들의 행동에 화가 많이 났을 것 같다. 프랑스 왕은 코델리아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프랑스 왕은 갑자기 자기 나라에 일이 생겨 프랑스로 떠났고, 왕비인 코델리아와 한 장군이 프랑스 군대를 지휘하였다. 코델리아는 영국에 도착하자 마자 리어 왕부터 찾기 시작하였다. 역시 아버지를 생각하는 딸은 코델리아인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착한 딸을 내쫓은 리어 왕이 나쁘고 어리석은 것 같다.
켄트 백작은 코델리아를 찾아와 왕이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세세히 알려주었다. 켄트 백작의 도움으로 리어 왕을 찾지만, 그만 정신이 나가 코델리아를 알아보지 못한다. 나중에야 정신을 차린 리어 왕은 코델리아를 알아보고 그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것이다. 이렇게 후라도 서로의 진심을 알게된 것이 정말 잘된 일 같다. 또 리어 왕이 처음과는 달리 코델리아를 다시 사랑하게 되어서 더 잘된 것 같다.
한편 영국 진영에서도 여러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리건의 남편이 리어 왕을 도왔다는 이유로 글로스터라는 백작의 두 눈을 뽑고 추방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하인이 주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리건의 남편을 찔러 죽였다. '증오는 품은 자에게 되돌아 온다'는 말처럼 괜히 애꿏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다가 자신이 더 불행하게 된 것 같다.
나도 아무에게나 나쁜 마음을 품지 말아야 겠다. 리건은 에드먼드 백작과 결혼을 하였다. 에드먼드는 욕심이 많았던지 영토를 차지할 목적으로 리건과 고너릴을 유혹하였고, 결국 고너릴이 음식에 독약을 넣어 리건을 독살하고 말았다. 하지만 범행이 탄로나 고너릴은 옥에 갇혔다가 자살을 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잘못된 행동을 하던 이 두 언니들은 결국 서로를 죽이고 만 것이다. 왜이렇게 바보같고도 어리석은 짓만 할까? 왠지 이 가족들 중엔 코델리아 외엔 별로 지혜로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영국군이 프랑스군과 싸워 크게 이겨 리어 왕과 코델리아는 포로가 되고 말았다. 원래부터 욕심이 많았던 에드먼드는 이번에도 부하를 시켜 리어 왕과 코델리아를 살해하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모함하여 쫓아냈던 형 에드거와의 결투에서 져 죽고 말았다.
여기서도 똑같다. 리건과 고널리처럼 이 두 형제들도 서로를 증오하다가 결국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생긴다. 혹시 '셰익스피어가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불행한 일을 겪에 하려고 이렇게 모두를 죽인 것일까?' 하고 말이다. 어쨋든 코델리아는 피살되었지만, 리어 왕은 겨우 목숨을 건졌다. 정말 리어왕은 수명이 다른 사람들보다도 긴 것 같다. 자신의 실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 들이 진행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건의 원인인 자신이 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마저 죽자 리어 왕 역시 삶의 의욕을 잃고 죽고 말았다. 후에 켄트 백작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지만, 리어 왕은 정신이 혼미해져 켄트 백작과 카이어스가 왜 같은 사람이지 이해하지 못했다. 켄트 백작은 왕이 숨지자 자신도 왕을 따르려는 듯 얼마 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정말 비극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일까? 단지 자신의 딸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것, 그 사소한 것 하나를 알아보고자 했던 일들이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 '리어 왕'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첫번째는 겉만 보고, 들리는 것만으로 생각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언 중 '원수를 위하여 화로를 뜨겁게 하다가 먼저 데이기 쉽다'라는 말이 있다. 남이 불행해지는 것을 위해,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나쁜 일을 저지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남이 잘못되는 짓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 화를 수그러뜨려야 겠다.
또한 자신이 할 수 없은 일은 부풀려 말하지 말아야 겠다. 리건과 고널리가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종만도 못하였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자신이 아버지를 평생 사랑할 수 없다고 했지만 두 언니보다 더 아버지를 사랑하는 위하는 태도를 나타낸 것 같았다. 이렇게 '리어 왕'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감명 깊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