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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2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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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8.61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096914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지난달 말에 한 십만원 어치 책을 샀는데 그 중의 하나가 21세기 북스에서 나온 <항공징비록>이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제11대 공군참모총장을 지내신 김두만 공군 예비역 대장의 공군 인생을 다룬 평전이다. 이 분은 대한민국 공군 창건 시절부터 공군에 모든 인생을 바친 공군 1세대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공군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강화 장군의 <대한민국 공군의 이름으로>와는 달리 본인이 직접 쓴 회고록은 아니고 공주대학교 김덕수 교수가 인터뷰 형식으로 김두만 장군의 육성과 함께, 다른 관련자들의 증언과 공군 역사기록 관리단의 철저한 검토를 거쳤다고 한다. 따라서 건군 초기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그동안 세간에 잘 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도 바로잡아준다. 한국전쟁 시절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폭격을 놓고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는 결의로 우리 공군이 미군의 폭격을 가로막았다는 유명한 에피소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출판사 서평에 나온 것처럼 "대한민국 공군 통사"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 공군사를 심도있게 다룬 정도는 아니며 주로 김두만 장군의 일생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항공소년병으로 지원하여 가미가제에 투입되기 직전 일제가 패망하면서 연합군의 포로 생활을 보낸 것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 공군의 건군 과정,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 성금으로 구입한 T-6 고등 훈련기의 도입, 한국전쟁, 그리고 김두만 장군이 공군참모총장 재임 중 일명 "실미도 사건"으로 군문을 나오기까지 당사자의 신변 외에도 주요 정치적인 사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두루 다룬다.
한 군인의 평전으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책이다. 국내에는 맥아더이니, 니미츠이니 남의 나라 장군들에 대한 평전은 많지만 정작 우리 현대 전쟁사에서 활약한 군인들을 다룬 평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큰 책이다. 문제는 이 책을 쓴 김덕수 교수 개인의 정치적 편향성이 들어가면서 책의 의도가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지나친 미화라던가, "해방 당시에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 문제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여론이 대세였는데 1970년대에 와서 좌파들이 정권의 도덕성을 비판하기 위해 쟁점화시켰다"는 둥, "친일민족연구소가 박정희, 백선엽 등 정치인과 군 원로들을 친일파로 매도할 뿐 진짜 친일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둥 본문과 하등의 관계도 없는 주장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런 주장을 왜 여기서 굳이 거론하는 것인지,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단지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군경들에 의해 억울한 제주도민들이 학살되기는 했으나 애초에 좌익분자들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군경들을 비판하려면 애초에 나라를 이렇게 어지럽게 만든 좌익 세력들을 비판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고 말한다. 실로 해괴한 논리이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비판이 어째서 좌익에 대한 옹호가 되는가. 사람들이 "제주 4.3사건" 당시 벌어진 이승만 책임론을 거론한다고 해서 당시 좌익들이 벌인 만행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며 이는 별개의 얘기이다. 죄를 짓고도 "나만 나쁘냐, 쟤들이 더 나쁘다"라는 식의 흔한 물타기이다. 그럼 똑같은 논리로 저자 역시 좌익들을 비난하기 전에 이승만을 먼저 비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비판을 하려면 비판의 기준부터 분명히 하고 똑같은 잣대로 똑같이 들이대어야 한다. 그 기준과 잣대가 내 편의대로 바뀐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는 역사를 사실 그 자체가 아닌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사고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남의 편협함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편협함부터 벗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런 식의 기술은 자칫 아무런 상관도 없는 김두만 장군의 명예를 도리어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것이 단지 자신의 생각인지, 김두만 장군의 생각을 옮긴 것인지도 분명하게 밝히지도 않는다. 김두만 장군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아왔던 여느 출세에 눈먼 군인들과 달리 정치에 관심이 있다던가 특정 정치 세력과 연을 댄 사람도 아니며 평생동안 오직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히 해온 명예로운 군인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가 바로 이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본문 중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 F-86의 후계기로서 F-104와 F-5의 도입을 놓고 벌어진 복잡한 갈등이 나온다. F-104가 여러 차례 사고가 나자 김두만 장군이 F-104보다는 F-5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F-5로 낙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장군은 정체불명의 세력들로부터 온갖 음해를 받았으며 심지어 군복을 벗을 뻔하기도 했다고 한다. 배후에 F-104를 어떤 이유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은 채 "이런 일이 있었다"로만 끝낼 뿐이다. 저자로서는 군의 명예와 관련되다보다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 어려웠겠지만, 군의 뿌리 깊은 방산비리와 政軍 유착을 보는 국민으로서 "카더라"라고 적당하게 덮을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익을 비판하기 전에 좌익부터 비판하라"는 저자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저자야말로 이런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는가.
저자는 "역사를 이긴 자를 추모하고 현양하기 위해! 거짓과 싸워 이기기 위해"라는 결연한 각오로 썼다는데 결연한 각오를 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두만 장군의 평전인데 정작 장군의 얘기보다 저자의 쓸데없는 얘기가 더 많다는 점에서 장군의 이름을 빌려서 저자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함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훌륭한 책을 저자가 깎아내린 격이다.
책 제목이 "항공징비록"이라는데 의도가 모호하다. 원래 서애 유성룡 선생이 "징비(懲毖)"란 말을 쓴 것은 과거의 과오를 기억하고 경계하여 후대의 교훈으로 삼으라는 것인데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딱히 그럴만한 부분은 없다. 그보다는 맨주먹으로 시작하여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이만큼 일구어냈는지, "우리 때에는 이렇게 힘들게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라는 노친네들의 향수같은 느낌이다. 군과 관련된 서적들치고 그렇지 않은 책을 보기 어렵기도 하지만 이제도 하도 써먹어서 식상하달까. 더욱이 요즘 들어서 내용은 살피지도 않고 아무대나 "징비"라는 말을 함부로 갖다붙인다. 되려 책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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