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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1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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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254g | 129*205*20mm |
ISBN13 | 9788970137445 |
ISBN10 | 8970137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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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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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생학은 미셸 푸코Micheal Foucault의 몸에 관한 담론, 즉, bio-politics나 근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몸이 통제와 권력이 작동하는 중심점이 된다는 담론과 아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우생학과 관련한 담론은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생명을 바라보고 거기에 계급 혹은 가치를 매기기도 하는 것이다. 우생학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하층계급의 무절제한 출산과 그로 인한 빈곤과 떨어지는 능력의 되물림, 혹은 장애나 성병을 되물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봤을 때 크나큰 위협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계획적인 출산과 비적격자의 출산을 대중들에 대한 계몽 활동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고 줄여나가는 것은 인종의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아니면 적어도 인종의 퇴화를 막을 수 있다──실질적인 복지 예산의 감소를 가져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여긴다. 결국 이러한 담론에 의해서 미셸 푸코가 지적했던 것처럼 인간의 육체, 부부의 침실과 같은 사적인 부분이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지면서, 국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중심점이 되어 버린다. 요컨대, 육체가 정치의 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이것이 집중통제되어야 할 영역으로 부각된다는 것은, 결코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를 테면, 섹스가 인종의 재생산과 그 질에 관련하여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동등한 생명에 경제, 효율성 등의 논리에 따라 잣대가 드리워지며, 계급이 매겨진다. 그 자체로 존엄한 개인들이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이 부격적자들은 '사회의 짐'이라고 낙인찍히며,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결혼할 권리, 아이를 낳을 권리가 국가 권력에 의해 부정되고 만다. <인간의 유전>이라는 우생학 선전 영화에서 나레이션을 담당한 줄리언 헉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사회의 당연한 의무지만, 그들이 태어나지 않는 편이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보다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p.113)
이러한 대사를 읽으면서 나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한편으론, 그의 너무나도 냉혹한 논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이러한 견해를 깨끗하게 부정하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아직도 이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지금도 우생학 비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해 주는 것이겠다.) 실제로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우생학적 정책에 대해서 지지를 보냈다.
1935년 3월 《모닝 포스트Morning Post》지의 의식 조사에서 영국민의 78.6퍼센트가 정신 박약자의 단종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론이 어느 정도 우생 단종법 제정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었다. (p.108)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영국에서처럼 우생학을 지지하는 단체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로비활동을 벌인다면, 아니, 그런 것이 없다고 해도, 이러한 정책이 제안되었을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찬성을 할지도 모르겠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정책이 과거 영국에서는 어쨌든 빈민과 하층민,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사회적 관심의 차원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제기된 것이었지만──다시 말해서, 영국에서 당시 자조自助self help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밑바탕에는 먼 과거부터 사회 약자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자선이라는 관습이 상당히 뿌리깊게 박혀 있었고, 이러한 뒤틀린 정책도 일단은 그런 자선과 복지의 밑바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복지와 자선에 대한 관심은 거의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담론에 대한 동의가 형성된다면 대체적으로 사회 약자에 대한 상당한 거리감과, 그들을 이방인 보듯 하는 시선, 그리고 냉철한 경제 논리에 의한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쉬우리라는 점이다.
푸코의 bio-politics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기까지 이야기가 흘러와 버렸지만, 결국 지금으로서는 걱정되는 바가, 개인의 육체가 통제와 권력이 작동하는 장으로 부각된다는 점보다는, 여느 때보다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동체적 유대감이 떨어지며, 경제적인 면이 우리의 사고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잡은 가운데, 우리는 우생학적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더 나아가서는 과거보다 그 독성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2.
좀 엉뚱하고 위험한 얘기이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생학적 담론이 형성되고 치열하게 논의되었던 영국 사회가 차라리 부럽기까지 했었다. 그것은 분명 위험하고 뒤틀린 담론이긴 하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이 담론이 나름대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우생학적 담론이라는 바탕에서 당시의 긍정적인 사회 정책들이 야기되기도 했고, 혹은 우생학과 연계하여 그런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우생학자들은 '자선이 아닌 과학'으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요컨대,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생학이라는 것이 사회적 약자, 빈민, 그들의 복지 등에 대한 아주 진지하고 적극적인 고려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는 점──비록 그것이 철저히 부르주아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편협한 것이기도 했지만──에 주목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담론이 당시에 크게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었음에도, 이에 관한 정책, 예를 들면 단종법 같은 것이 입법화되는 데에는 실패했던 맥락도 흥미롭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단종법과 같은 정책이 입법되었을 경우 발생할지도 모르는 실질적인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대한 진지한 고려, 그리고 환경론을 중시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우생학의 유전론을 비판하면서, 단종과 같은 방법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치료를 포기하는 비양심적인 행위라는 입장을 취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좌절된 것이었다.
결국 우생학은 경제와 효율의 논리로 생명에 계급을 매기고 이를 토대로 개인의 육체와 결혼과 출산에 대하여 통제를 가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래의 세대를 위협하는 성병에 도덕의 잣대를 대어 그것을 타락, 방종 등으로 연결짓기도 하는 점(이 점은 현재 우리의 에이즈에 대한 태도와 비교해 볼 만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것은 상당히 부적절하고 빗나간 논리이고,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사회적 약자의 복지에 대한 커다란 관심으로부터 나왔다는 점,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법의 원칙 등을 기본 토대로서 중시·고수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엇나가지는 않았다는 점(물론, 미국이나 나치독일에서는 무시되고 말았지만)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 국민의 복지 따위는 아주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 그리고 그들에 대한 설득과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 따위도 개의치 않는 듯하며, 기본적인 절차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나로서는, 자꾸 그것마저 부러워지는 것이었다.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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