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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9년 1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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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9쪽 | 388g | 141*211*20mm |
ISBN13 | 9788946417670 |
ISBN10 | 89464176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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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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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물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순전히 인터넷 동호회 때문이었다. 단순히 미술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열망에서 시작되어 가입한 동호회였지만 매월 한번씩 박물관 나들이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재미가 붙어 곧잘 혼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곤 했었다. 대도시에 살아 행복한 점이 있다면 두말 않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박물관들이 많다는 점을 꼽을 정도로 박물관 나들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한 때였을지라도 강한 편이다. 여느 사람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아직도 나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처음 박물관에 왔던 때처럼 고즈넉한 건물의 기운과 전시물에 압도되어 몸이 움츠러 든다. 방문 횟수에 상관없이 전시물이 담고있는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팜플렛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빠르게 걷다보면 어느새 관람은 끝나고 헛헛한 기분으로 돌아왔던 것도 부지기수였다. 박물관을 견학하는 순간에도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야 한다는 강박증이 나도 모르게 발동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부터는 좀 덜해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뭔가 얻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후 2시의 박물관>이라는 책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점심을 먹고 식곤증과 함께 약간은 나른해지는 시간 '오후 2시'에 하는 박물관 구경이라면 조금은 긴장감을 놓고 공간을 초월해 또다른 나와의 만남을 열어주는 책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물관 나들이가 두고두고 남는 특별한 경험이 되려면 그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여행이어야 한다'는 저가가 추천하는 박물관 관람법은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읽지 않는다/ 팸플릿이나 도록은 미리 사지 않는다/ 박물관이 정해 놓은 동선을 따르지 않는다 /남의 의견을 참조하지 않는다/ 관람 시간과 방문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살피며 팸플릿이나 도록부터 사고, 작품마다 구입한 도록의 작품설명을 참조하고, 바닥에 표시해 둔 화살표를 따라 박물관을 견학했던 것이 지금껏 내가 박물관을 찾았을 때 해왔던 일이었는데 저자의 방법으로 따지자면 나의 박물관 견학법은 청개구리처럼 정반대였다.
저자는 내가 미리 책 제목에서 예상했 듯 박물관이 특이하고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또다른 자신과 만나는 곳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주제별로 묶어진 장마다 박물관이 소개되고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나 작품에 대한 약간의 얘깃거리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박물관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턱없이 적다. 그에 반해 각각의 박물관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고스란히 저자만의 유물이 되어 실제 박물관 이야기와는 별도의 박물관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전력때문인지 일반인들이 사물을 대할 때 느끼는 생각과는 다른 감성들을 읽을 수 있어 색다른 기분도 들었다. 사실 박물관보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저자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한 세대의 꿈과 열망을 간직한채 수명이 다한 유물보다는 현재 숨쉬고 땀 흘리는 나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등잔박물관에서 희망의 심지를 뜻한다는 저자의 딸 '희주'의 이야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던 것도 나의 삶에 '엄마'라는 존재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박물관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삶의 희노애락의 한자락을 맛볼 수 있다.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도 마음에 들지만 소개된 박물관의 위치와 관람료 등 박물관 방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액기스처럼 담았다는 점도 책을 오랫동안 소장 할 이유가 될 것 같다. 박물관 나들이를 취미로 삼았다고 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아이가 좀 크면 아이 손을 잡고 박물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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