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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세계와 혁명

동아시아의 루쉰과 한용운

[ 양장 ]
유세종 | 차이나하우스 | 2010년 01월 26일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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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세계와 혁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83쪽 | 512g | 153*224*20mm
ISBN13 9788992258012
ISBN10 8992258011

관련분류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젤과 팔레트를 들고 강과 산, 마을과 교외를 돌아다녔다. 물감이 귀할 때였으나 수채화, 유화, 파스텔화로 자유롭게 그렸다. 지는 해와 고요한 숲을 그리러 돌아다니다 강둑에 혼자 멍하니 어둑해지도록 앉아 있기도 했다. 고독했지만 나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당시엔 그림 그리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하고 즐거운 노동이라고 치기 어...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젤과 팔레트를 들고 강과 산, 마을과 교외를 돌아다녔다. 물감이 귀할 때였으나 수채화, 유화, 파스텔화로 자유롭게 그렸다. 지는 해와 고요한 숲을 그리러 돌아다니다 강둑에 혼자 멍하니 어둑해지도록 앉아 있기도 했다. 고독했지만 나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당시엔 그림 그리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하고 즐거운 노동이라고 치기 어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미학이론에 꽂혀 한?중?일 미론 공부를 시작했지만 종잡을 수 없던 가슴 밑바닥의 갈증은 여전했다. 중도에 그만두었다. 대학원에 들어가 불교의 정신세계와 당시(唐詩)의 미학세계에 한걸음씩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정신적 조로현상을 겪었다. 가짜 초월이었으나 마음은 편안하고 고요해졌다. 선후배들이 최루탄 맞으며 결사항전을 외치고 감옥엘 들락거려도 나는 당시와 불경을 외우며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논리로 자신을 ‘무장’했다.
오랜 ‘편안함’ 속에 중국 고전을 뒤적이다 『묵자』를 만났다. 난생 처음으로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민중에게 이로운 것이 미(美)이며 민중에게 이롭지 못하고 민중을 빈곤하게 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간단명료한 주장 앞에 의식의 빙판에 금이 쩍 가는 느낌이었다. 만민의 이로움을 미의 기준으로 내세운 묵자 앞에서 그동안의 모든 공부를 한 점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묵자의 연장선에서 루쉰을 만나고 중국을 만나고 중국영화를 만났다. 루쉰과 중국, 중국영화는 민중미학과 그림 그리기, 불교가 다 어우러져 있는 거대한 화엄세계 같았다.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의 한용운과 나쓰메 소세키도 마찬가지였다. 루쉰, 한용운, 나쓰메 소세키, 지아장커에게는 조용하지만 도저하고 도발적인 ‘저층’의 미학, ‘패배’의 미학이 관통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패배와 고통이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란 걸 알았다.
몇 해 전 허우샤오셴(侯孝賢)의 <자객 섭은낭>(刺客?隱娘)을 보았다. 허우샤오셴은 자신의 평생 공부 영화로 ‘득도’를 하였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절망감 같은 걸 느꼈다. 나의 공부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회주의 미학 연습』, 『함께 가는 친구에게』, 『루쉰전』 등이 있고, 『루쉰전집』 번역에 참여했다. 『루쉰식 혁명과 근대중국』, 『화엄의 세계와 혁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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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석학대담] 루쉰과 한용운 대담
(다음은『화엄』의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魯 : 저는 전통을 증오합니다. 중국의 근대화를 막은 것은 전통이라는 수갑과 족쇄입니다. 아Q식의 기형적인 자존심, 약자의 현실을 눈감아버리는 식인(食人)문화 전통, 그러한 전통에 안주하는 중국인의 마비된 정신이 그것이지요. 韓선생님도 개혁과 혁명을 중요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젊었을 때 이미 변화를 세상의 근본원리라 인식하고 세계여행을 계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韓 : 28세에 러시아를 통해 중구(中歐)와 미국을 유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선진문화를 보고 놀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魯선생님처럼 반전통이 아니라 전통을 계승해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물질문명이 구비된 후에야 독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독립할 만한 자존의 기운과 정신적 준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조선은 당당한 독립국민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魯 : 하지만 韓선생님도 ‘후진적인 조선’이라 했습니다. 백리를 감에 있어 조선인은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하여 시작만 하여 놓고 이미 반은 완성된 듯 쉬엄쉬엄 하는 반면, 서양인은 구십 리로 반을 삼는다 했습니다. 그 원인을 한두 가지로 헤아릴 수가 없다 개탄하셨고요.
韓 : 바로 ‘님’이 없는 세상입니다. 저는 이 고통과 슬픔에서 힘을 얻습니다. ‘내’가 나의 길을 만들고 쉼 없이 가야 ‘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을 꾀하는 것도, 일을 이루는 것도 ‘나’에게 있습니다. 오직 자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자아는 고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物과의 관계 속에 있는 존재입니다. 바로 화엄적 세계의 인드라망(indra's net) 속 존재이지요. 魯선생님의 작품에서도 마지막에는 화자가 늘 현실로 돌아오더군요.

魯 : 혁명은 ‘나’의 주인으로서의 ‘나’를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자기를 살피고 자기를 바꾸어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혁명입니다. 개인의 각성 없이 진정한 혁명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부조리해도 일상, 그 속에서 혁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韓 : 魯선생님 작품에는 ‘나’의 열기를 다시 타오르게 하고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죽은 불’이 나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는 의미인가요.

魯 : 그렇습니다. 韓선생님의 ‘나’가 ‘님’을 만나기 위해 생명의 옷까지도 벗겠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 韓선생님이 자유와 평등을 위해 계몽하고 계몽했던 것처럼 저도 절망에 반항하며 들풀(민중)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韓 : 오늘에 있어서 우리의 희망, 박애를 말하는 것이 너무 우원(迂遠)한 말이라 할지 모르나 이것이 진리인 이상 반드시 현실로 현현될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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