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많이 해 보았다. 쿠키도, 피자도, 김치볶음밥도 만들어 보았다. 물론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 경험들이 굉장히 즐겁게 느껴졌다. 같은 재료로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요리가 신비한 마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함께 요리하던 주말에 엄마에게 질문했다. 

   "엄마,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음식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요리 비법을 어떻게 찾았을까요? 어떤 재료들을 이용했는지도 궁금해요."

   그러자 엄마가 궁금한 것들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있다며 나를 도서관으로 데리고 가셨다. 

   "다인아, 네 마음속 물음표들은 네가 직접 답을 찾아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법이란다."라는 말을 덧붙이시고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읽게 된 책이 '너굴할매의 특별한 요리수업'이다. 이 책은 요리사가 되고 싶은 진미가 너굴할매를 만나 조선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가서 한식의 유래를 배우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는 설렁탕, 탕평채, 김치, 조랭이떡국, 팥죽, 똥떡의 유래가 차례대로 나온다. 나는 이 중에서 선농탕(오늘날의 설렁탕)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설렁탕의 원래 이름은 '선농탕' 이었다. 너굴할매와 진미는 조선 시대로 가서 '선농단'이라는 제단에 갔다.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인 '선농제'를 지냈다고 한다. 선농제는 신라 시대부터 시작되어서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까지 이어온 아주 오래된 제사였다. 신라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는 아주 긴 시간인데......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신을 많이 믿었나 보다.

   "올해도 농사가 잘 되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세종대왕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제단에 절을 올리자 늘어섰던 신하들과 백성들도 일제히 절을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세종대왕님께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신 것이다. 그러고는 농부들처럼 직접 소를 모시고, '이랴! 이랴!'라고 호령을 치시며 손수 밭을 갈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임금님의 모습은 백성들과 신하들에게 호통을 치고,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었는데 이 장면을 통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종대왕님은 임금의 체면보다 백성들과 함께 하는 경험을 더 소중히 생각하시고, 또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리시기보다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시는 진정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한참을 일하신 세종대왕님과 신하들, 백성들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절로 났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을 음식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세종대왕님의 눈에는 자신이 직접 밭을 갈 때 도움을 주었던 소가 보였다. 그래서 그 소를 잡아다가 끓여서 국을 만들어 함께 고생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선농단에서 끓인 국이라고 해서 이 국의 이름이 '선농탕'이 된 것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설렁탕은 이처럼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임금님의 마음이 만들어 낸 요리였다. 그래서 국물 맛이 세종대왕님의 사랑처럼 그렇게 깊었나 보다. 책에서 너굴할매가 말했다. 

   "국물 맛은 단지 고기만 우려낸다고 해서 깊어지는 게 아니란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함께 우러나야 비로소 그 맛이 깊어지는 거야."

   아직 난이도가 높은 국물 요리는 해 본 적이 없지만, 다음에 엄마와 함께 할 요리 시간에는 꼭 국물 요리를 직접 해 보고 싶다. 나도 세종대왕님을 본받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국물을 우려낼 것이다.

   이 책 덕분에 그저 하얗고 맛있는 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설렁탕이 사실은 임금의 사랑이 만들어낸 사랑의 요리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는 밥상 앞에 앉으면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전에 각 요리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부터 할 것 같다. 깊은 유래가 깃들어 있는 한식 요리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식사 시간이 더 즐거워질 것만 같다.

 엄마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엄마가 음식을 할 때마다 부엌을 기웃거리고, 음식 재료들을 함께 다듬어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음식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내가 만들어 본 음식의 레시피도 꼼꼼히 기록해 보았다. 그래서인지 자꾸 요리와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집으로 배달된 어린이 신문에서 ‘너굴할매의 특별한 요리 수업’이라는 책 광고를 보게 되었다. 표지에 우리 음식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그 특별한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얼른 책을 주문해서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로 스파게티, 샌드위치와 같은 다른 나라의 음식만 만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왜 다른 나라의 음식만 만들어 보고 우리 음식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쉽게 찾아 먹었던 음식이 우리 음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너굴할매의 특별한 요리 수업’은 나에게 우리 음식에 대해서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설렁탕의 유래가 눈에 들어왔다. 신라 시대부터 현재까지 전해져 오는 선농제는 매년 봄에 풍년을 기원하며 지낸 제사이다. 조선 시대에 들어와 세종대왕이 선농제를 지냈다. 직접 밭을 일구고 난 뒤 배가 고팠던 세종은 배고픈 백성들과 함께 밥을 먹고자 했다. 그런데 많은 백성들을 먹일 만한 음식이 없었다. 그래서 밭을 갈던 소를 잡아 끊였다. 그것이 바로 선농탕이다. 선농탕에는 세종대왕의 풍년을 바라는 마음과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설렁탕은 선농제 때 만들어진 국이라 하여, 선농탕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설렁탕이라고 부르고 있다. 설렁탕에 대한 글을 읽기 전에는 설렁탕이라는 이름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냥 내가 즐겨 먹는 국이었다. 그런데 설렁탕의 유래를 알고 나서는 설렁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요리는 다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위하는 마음이 들어간 정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매 끼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를 아무렇지 않게 먹었다.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챙겨주시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김치를 담가 보았다. 배추와 무, 파를 손질하고 소금에 절였다. 소금은 얼마나 뿌려야 하고, 몇 시간 동안 저려야 하는지 어려웠다. 절인 배추를 어느 정도 물을 빼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이 빠진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는데 허리가 빠질 것 같았다.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김치 하나에도 외할머니의 오랜 경험과 정성, 사랑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모르고 먹었다. 이런 오랜 경험과 정성, 사랑이 우리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의 재료들을 고르고, 다듬고, 만들고, 그릇에 담아내는 모든 과정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정성이라는 한 묶음이라는 것 또한 느꼈다.
 이 책은 우리 전통음식의 문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글로 표현한 책이다. 지금 우리 음식은 다른 나라의 음식에 밀려 점점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 계속 다른 나라 음식을 찾다보니 김치와 장 같은 기본적인 음식조차 담그지 못하거나 어려워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