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

 내 마음을 닯은 루시에게

 루시야, 안녕 ! 나는 대구에 사는 장서윤이라고 해.

 난 너의 이야기를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단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라는 제목은 본 순간 난 마치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아서 '나도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라고 대답을 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너의 이야기를 단숨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읽어 버렸어.

 너와 나의 학교 생활은 많이 다르지만 난 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미처 행동으로 하지 못했던 마음 속 생각들을 네가 대신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어. 난 마음 속으로는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것은 어려워하거든.

  네 친구 하신타가 네가 쓴 시를 보고 '베끼기쟁이'라고 놀렸을 때 너는 하신타의 필통을 쏟아버렸지.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겠지만  네가 화가나고 억울했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 그래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거든. 만약에 나였다면... 난 하신타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어버렸을 거야.

 그리고 하신타와의 일이 적힌 편지를 들고 아빠를 기다릴 때 속으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어.  난 솔직히 그 때 조금 놀랐어. 내가 만약 너처럼 선생님께 그런 편지를 받았다면 그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시무룩하고 기분이 가라앉아버려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 그러고 보니 너와 나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넌 참 호기심이 많은 아이인것 같아. 고모할머니를 마중하러 공항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난 머릿속이 아찔해지거든.... 어떻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니? 네가 짐가방도 아닌데 말이야. 만약 고모할머니가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넌 아마 큰 사고를 당했을거야. 

우리 엄마가 공항에서의 너를 보셨다면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을거야.

" 이 사고뭉치야! 이제부터 널 뭉치라고 불러야겠다."

 이런 네가 착한 아이가 되어서 검둥이 피트에 담겨진 초콜릿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을 거야.

 나도 맘 속으로 이렇게 응원을 했어, '제발 사고치지마! 루시야. 선물을 받을 때까지라도 알았지?'

 그런데 네가 착한아이가 되겠다는 결심을 잊고 폭발해 버렸던 그날을 기억하니? 난 정말 아쉬웠어. 네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조금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텐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잖아. 난 네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마음 속으로 '루시야. 조금만 더 참아.'라고 계속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는데 통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 맘을 이해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니.

 그런데 네가 "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했을 때 난 정말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

 사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곧바로 그 생각은 잊어버리게 돼. 왜냐하면 내 주위에는  내 맘을 잘 알아주는 엄마도 계시고, 내 기분을 즐겁게 해 주는 쌍둥이 동생들도 있고, 나와 친구처럼 놀아주시는 아빠도 계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슬픈 기분이 금방 사라진단다.

 네가 한 말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울렸던  말이 있었어.

 "내가 착한 아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난 착한 아이가 아니잖아요."

난 그 때 네가 얼마나 착한아이가 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너의 엄마, 아빠는 너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해주셨어. 네가 사고를 치고, 말썽을 피워도 너의 엄마, 아빠는 네 마음은 착한아이라는 걸 보실 수 있는 분이시니 정말 멋진 부모님이라고 생각했어.

루시야, 넌 왜 네가 착한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넌 착한아이야. 네가 고모할머니께 검둥이 피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착한 일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걸 생각해봐. 네가  착한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노력할 수 없었을 거야.

사실 이 말은 내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

나도 내가 착한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왔거든. 특히 동생들에게는 말이야.

 나의 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 그래서 그런지 동생들과 싸움이 자주 일어나. 지만 내 친구한테는 아주 친절해. 원래 가족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난 동생들한테 너무너무 미안긴하지만 나의 버릇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아.

 하지만 너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내가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것 만으로도 내가 착한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점은 정말 너한테 고맙게 생각해.

 우리가 실수도 하고, 가끔씩은 의도하지 않은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말썽을 피울 때도 있지만 우리는 아직 어린아이니까 배울 것도 많고, 기회도 많이 있잖니.

 하지만 착한아이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기로 하자.

 부디 너의 다음 이야기는 네가 착한아이가 되어서 멋지게 성장한 모습에 관한 이야기였으면 좋겠어. 기대해도 되지?

 나도 다음엔 착한아이가 된 내 모습을 자랑할 수 있게 노력할게. 우리 함께 노력하자.

그럼 그 때까지 큰 사고 치지 말고 잘 지내자. 안녕~

                                    2010년 9월 너의 친구 서윤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