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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4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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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0.07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9만자, 약 4.4만 단어, A4 약 8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63192260 |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세월호 사고 이후 지금 이 나라가 온통 참담한 슬픔과 울분과 죄책감, 부끄러움에 쌓여 있다. 300명이 넘는 많은 인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더구나 그 가운데 대부분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어린 학생들이다.
선장과 승무원은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 승객들 대피도 명령하지 않고, 제일 먼저 탈출해버렸고, 일각이 급박한 시간에 해경은 구조에 미적미적했고, 일사분란하게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에 우리의 어린 생명들은 그 차가운 물속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야만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사고 후에 구조할 수 없었을까? 왜 사고 후에 바르게 수습하지 못했을까? 한 마디로 각자 책임을 맡은 자들이 자신의 임무를 버렸기 때문이고, 자기희생 정신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단 그 사람들만이 그렇게 무책임하고, 이기적인가. 난 지금 이 나라, 이 사회 전체가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굳어 있고, 이번 참사는 그런 이 나라와 이 사회의 밑바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왜 이 나라, 이 국민이 이처럼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는가. 지난 역사에 이 민족과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면 오로지 부끄러울 뿐이다.
이 책 <경성을 쏘다>는 일제 때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1000명이 넘는 일경들과 총격전을 한 끝에 마지막 남은 총알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김상옥 의사의 이야기이다. 소설 형식을 빌었지만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실제 역사적 인물들이기 때문에 각 장면은 소설일지라도 전체적으로는 사실(史實)을 써놓은 것이다. 따라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읽어도 대차가 없다.
김상옥 선생은 1890년 서울에서 구한말의 가난한 군인의 집에서 태어났다. 이때는 조선이 망하기 직전 단말마의 몸부림을 하던 때다. 가난하여 정식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선생은 공부에 대한 꿈과 열정을 버리지 않고 스스로 야학을 세워서 가정 형편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다른 이들과 함께 배우고 익혔다. 이 모습만 보아도 선생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성품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선생의 이력만 보자면 선생이 망한 조선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할 책임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일군 사업에만 충실했다면 아마도 풍족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선생은 이민족에게 점령당해서 착취당하는 이 땅의 이 민족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독립 운동의 길로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뜻을 같이하는 몇 동지들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암살단을 조직해 무력 투쟁을 결심하지만, 결국 발각되고 상하이에 망명하게 된다. 그리고 상하이에서 의열단 단장 김원봉을 만나고, 의열단원이 된다.
그의 나이 34세에 조선총독부를 폭파하고, 일제 요인들을 암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하여,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후 도피하는 과정에서 일제 경찰 1000여 명과 경성 시내에서 교전을 벌이다 결국 생을 마감한다.
김상옥 의사의 일생을 읽다보면 엄숙함과 비장함에 소름이 돋는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 자객 편에서 형가가 연나라 왕자 단의 부탁으로 진나라의 왕 영정(훗날 진시황제)을 암살하기 위해 떠나기 전 황하 앞에서 불렀던 노래의 비장미는 오히려 선생의 일생에 비춰보면 초라할 정도다.
그리고 더 마음 아픈 것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선생을 도운 주위의 동지들이다. 선생은 국사책에라도 언급되지만 그들의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프다. 여자의 몸으로 선생을 도왔던 규동, 혜선 등이 있고, 일제의 경사로 복무하며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며 독립운동을 도왔던 황옥도 눈에 띈다.
또 조선인이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제에 부역해서 일신의 부귀를 쫓았던 반역자들도 많았다. 독립 운동가들을 검거한 자들이 대부분 친일부역배 조선인 경찰이었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참사의 그늘에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다. 선열들이 어떻게 해서 되찾고 이뤄놓은 나라인데, 한국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화가 난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현 세태와 그 중 한 사람인 내 자신이 김상옥 선생께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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