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가 나타난지도 오래되었다

 시장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이 양립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있고, 따라서 판은 점점 커지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양산형 작품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라이트노벨의 트렌드를 연 D&C미디어, 시드노벨은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L북스]와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를 목표로 새로운 레이블인 [시드북스]를 창간하게 된다.

 그 첫주자로 출간된 것이 바로 이 작품 [보스 몹답게 행동하세요, 스왈로우씨!]이다.

 본 작품은 원래 각종 소설연재 플랫폼에서 연재되던 것으로 어느정도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따라서 흥행성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보통 레이블 첫 작품이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D&C미디어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을 살펴 보겠다.

 먼저 제목. 언뜻 보면 '게임판타지인가?'싶지만 사실은 던전공략이라는 커다란 주제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이다.

 다만, 요즘 출간되는 여타 던전류 라노벨과는 다르게 주인공 및 그 동료들이 던전의 구성원들이며, 또한 경향성을 띄는 '이세계전이'나 '환생류' 주인공이 아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몬스터라는 점에서 설정상의 신선함이 보인다. 또한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간다거나, 책략을 써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형식이 아니라 개인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세계관 내에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그야말로 '보스몹'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던전류 소설,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던전디펜스'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작가후기에서도 드러나는데,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소설들 가운데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을 주인공 설정으로 삼음으로써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어떤 라노벨이 그렇듯이 사건의 발단->주인공의 해결이라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주인공과 동료들이 몬스터의 입장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탈인간중심적'사고가 또한 새롭게 다가온다.

 기타 이계환생물 등에서 나타나는 '몬스터가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공감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몬스터이기 때문에 그들의 언행이 독자로 하여금 설득력있게 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더불어 인간과 몬스터와의 관계, 그리고 압도적인 힘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 그로 인해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상황 연출은 인기작인 '오버로드'와도 비슷해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홈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수수께끼의 세계를 알아나가는 '오버로드'와는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굳이 상기 언급한 유명작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일회성 등장인물이 많다는 것이다. 따로 일러스트나 설정으로 공개된 것이 없고, 텍스트로만 등장하여 첫권에 바로 퇴장하는 등장인물들이 의외로 많은 것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물론 그들이 작품 진행의 발단이 되거나 복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술작품들에 비하면 그런 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는 작품의 첫 권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상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요소는 아니기에 잔혹한 것을 기피하는 독자가 아니라면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충실하며, 엔딩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구성과 편집 부분을 살펴보자.

 일러스트는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면서 등장인물들, 그리고 해당 장면들을 잘 구현해냈다. 너무 복잡한 선이나 색채가 없이 깔끔하고, 명암은 도트로 처리하여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작품들과 비교해서 일러스트의 수는 비슷한데, 이런 매력 때문에 약간 부족한 느낌마저 든다.

 판형은 일반적인 라이트노벨보다는 약간 큰 편으로, 요즘 출간되는 프리미엄 라이트 노벨의 그것과 같다. 종이의 질은 마찬가지로 조금 더 고급지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고, 표지 또한 코팅되어 있어 표지의 오염에도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라노벨의 일러스트 표지가 판형에 맞춰 책 전체를 감싸고 하단부에 띠지를 두르는 데 반해 본 작품은 제목과 작가부분, 레이블명이 상단에 위치한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나머지 부분을 무지 촉감의 일러스트 표지로 채웠다는 것이다. 마치 일반 문고본 소설과 라노벨을 합쳐놓은 것 같은 구성인데, 이게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하면서 또 독특하다.

 초판 한정 부록인 책갈피는 꽤 큰편인데, 일반적인 라노벨 책갈피의 1.5배정도의 크기로, D&C미디어 만의 독특한 크기이다. 큼직한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하다.

 또한 초판 한정 부록인 북커버는 이미 L북스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재질인데, 겉면에 작품 제목과 왕좌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범용성이 높았던 L북스의 북커버와는 약간 다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본 리뷰의 제목이기도 한 '인간은 어째서 광기에 빠져드는가'를 한 번 알아보자.

 현대 사회는 획일화된 일상과 좁은 인간관계, 부정적 현실에 대한 절망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간의 지성이 발달하고, 사회가 다변화 그리고 복잡화를 거치면서 역으로 개개인의 인간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성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그저 동물로서의 인간 그 자체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 더 끌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그런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 바로 '광기'. 지성적 존재이기에 가질 수 있는 '광기'라는 요소는 인간 내면의 자연스러운 욕구의 발현된 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광기는 그저 사전적 의미의, 부정적인 그것보다는 더 넓고 원초적인 개념으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막장드라마에 즐겨 시청하고, 블록버스터 영화의 폭발 장면에 감탄하며, 헤비메탈에 심취하고, 익스트림스포츠에 몸을 맡긴다.

 문학 또한 인간 지성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광기로 대변되는 인간의 본성이 터부시 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성립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기를 테마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리라.

 그러한 측면에서 본 작품은 또 다른 훌륭한 '광기'를 담은 작품으로써 가볍게 읽는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문학의 특성을 잘 융합했다고 할 수 있다.

 던전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 '던전디펜스'나 '오버로드'를 재밌게 읽은 분들, 또는 본인처럼 인간의 본성, 그 거침없는 광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가격도 구성과 볼륨, 그리고 프리미엄 소설인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으로 부담도 적다.

 타 레이블의 등장과 인기작의 연이은 완결&신작발굴의 부진함으로 점유율이 많이 떨어졌을 시드노벨이 이번 [시드북스]의 창간으로 활로를 찾고 다시금 한국 라노벨의 선두주자로서 활약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