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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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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299g | 128*188*20mm |
ISBN13 | 9788937483059 |
ISBN10 | 893748305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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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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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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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네 가지 방법
이 책의 겉 표지는
이 소설이 연애소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표지를 보기 전까지 나는 이 책이 연애소설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시처럼 쓰인 가치 함축적인 단어들을
보며 그 단어들을 하나하나 해석하는데 힘쓰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표지에서 ‘연애소설’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흘려 읽는다는 듯이 읽었더니
내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큰 숲을
바라보며 읽어야만 읽을 수 있는, 작은 나무를 하나하나 바라보려고 애쓰지 않아야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은교와 무재의 이야기이지만 은교와 무재만을 노래하는 책이 아니기에 그 넓은 그림을 바라보아야만
그제야 은교와 무재의 이야기가 보입니다. 얕은 문학적 상상력과 좁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과연
이 책을 정석대로 해석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보려 합니다. 자의적 해석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글로 써내려 보며 독자로서, 학생으로서, 평론가로서 책에 실려있는 평론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
1 그림자
“자꾸 따라가게 되던데요.”(31쪽)
얘기 좀 해 주세요. 그림자 이야기를 할까요. 왜
하필 그림자. 분위기도 그렇고. 그림자 이야기는 싫은데요. 아는 이야기라고는 그게 전부예요. 그러면 해 주세요. 음,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15쪽
이 책을 읽으며 첫째로 그 의미를 알아야만 했던 단어는 그림자였습니다. 동시에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단어도 그림자였습니다. 사실 이
평론을 쓰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림자라는 어두컴컴한 어감에서 나오듯이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분명 어두운 얘기를 꺼내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그림자는, 그 어두운 그림자는 절대 우리 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림자는 우리를 제압하기도합니다. 그림자는 사람이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면 커지고, 일어서고, 분리합니다. 이 그림자는 일에 대한 포기, 인생에 대한 포기, 극단적으로는 삶에 대한 포기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자를 무시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그림자가
커지고 일어서면 우리는 그림자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유혹 때문에 그 그림자를 따라가기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숲에서 그림자를 보았다. 처음엔 그림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덤불을 벌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쪽도 길인가 싶고 뒷모습이 낯익기도 해서 따라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숲은 깊어지데 자꾸 들어갈수록 뒷모습에 이끌려서 자꾸자꾸 들어갔다.
은교 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위를 돌아보았더니 무재 씨가 서있었다. 어디 가요, 하고 그가 물었다.”
—9쪽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비단 첫 쪽에 쓰인 글귀이기
때문만이 아닌 이 소설을 모두 설명해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숲에서 그림자를 마주친 은교는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처럼 그림자를 따라 계속해서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깊고 깊어서 나올 수 없는 숲을 향해
그림자를 따라 자꾸자꾸 들어갑니다. 이 장면에서 나는 현실 세계 속의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끌려서 자꾸자꾸 들어간다. 꼭 현대인의 모습과 같지 않나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며, 깨닫고자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사회에 순종하는 모습과도 비슷하고 나 자신이 지쳐버려 이유도 모른 채 잘못된 길에 이끌려가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이런 은교가 다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은 무재입니다. 그림자에
이끌려 사라지려고 하는, 위험에 처한 은교를 그림자를 깨닫게 만들고 경계하게 만드는 인물은 무재입니다.
“나는 어젯밤에요, 그림자에 발이 걸렸어요. 걸려서요. 넘어졌어요.”(132쪽)
2 사랑
“배드민턴이라도
할까요? 네.
언젠가, 라는 의미로
대답했는데, 무재 씨가 왔다.”(121쪽)
은교와 무재의 사랑은 이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은교와 무재.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교류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입니다. 잠이 안 온다고 말하는 은교에게 밤중에 달려가 배드민턴을 하자는 무재의 모습에서(121쪽), 정전이 되어 놀랐을 은교에게 전화를 하며 울지 말라는
무재의 말씨에서(89~90쪽), 죽겠다고 말하는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죽겠다고 말하지 말라는 무재의 말에서(12~13쪽) 우리는 담담하게 진실되게 둘 사이에서 흐르는 둘 사이의 감정인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안하다고 거듭하여 말하고 괜찮다고 거듭하여
답하는 둘 사이의 대화에서 배려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대화를 읽어낼 수 있으며 나중에 우리 틈에 금이 가면 금이 간 부부 사이의 금슬이 다시 좋게
만드는 등나무 잎을 삶은 것을 마시자고 하는 말에서 미래의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선량한 사람들의 선량함이 만든 사랑이며 미래의 희망을 약속하는 사랑입니다.
미안해요, 라고 거듭 말하자 괜찮아요, 조금도
신경 쓸 것 없어요, 라고 대답해 두고 무재 씨는 흐르는 물에 무를 씻었다.
—141쪽
3 슬럼
“은교 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112쪽)
이 소설은 가동, 나동, 다동, 라동, 마동으로
이루어진 전자상가를 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철거중인 이 상가는 개인적 요인에서 형성된 가난이 아닌
사회적 요인이 만들어낸 가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언어
해 보세요,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이상하네요. 가마. 가마, 라고 말할수록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마. 가마. 가마가
말이죠, 라고 무재 씨가 말했다. 전부 다르게 생겼대요.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대요. 그렇대요? 그런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니까, 편리하기는 해요, 가마의 처지로 보자면 상당한 폭력인 거죠.
—37~38쪽
내 머리에 가마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거기에 모양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은교의 말은 우리 독자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가마를 통틀어 가마라 말하지만 무재는 이에 대해 가마의 처지에서는 상당한 폭력이라
말합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개별적인 것들을
함부로 일반화하며 개별성을 무시하고 묵살한 인간의 행태에 대해 ‘가마’의
반복을 통해 비판합니다.
소년 무재의 부모는 개연적으로, 빚을 집니다. 개연이요? 필연이라고
해도 좋고요. 빚을 지는 것이 어째서 필연이 되나요?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나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글쎄요, 그런 것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조금 난폭하게 말하자면, 누구의 배(腹)도 빌리지
않고 어느 날 숲에서 솟아나 공산품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알몸으로 사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신은
아무래도 빚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뻔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17~18쪽
작가는 또한 ‘빚’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자 합니다. 은교가 처음에 생각하는 빚의 의미(경제적으로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윤리적 의미로 재해석합니다.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 인간은 모두 인간이기에 자연에게 빚을 지며 살아간다는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간들에게 생각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게 하며 비판의 일침을 또다시 가합니다.
이외에도 쥐며느리는
별로 해롭지 않은 존재라고 말하는 무재의 말에 인간의 잣대로 자연을 이로운 것, 해로운 것으로 나누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합니다(63쪽). 작가의 계속되는
일침에 우리는 할말을 잃고 맙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사고를 해오는,
그림자를 따라가는 인간이기 때문이겠지요.
“쥐며느리는
별로 해롭지 않다고 무재 씨가 말했다.
피를 빠는 것도 아니고요.”(63쪽)
*
이 소설을 읽으며, 겉 표지에 있던 문자를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소설의 표지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애소설을 읽고자 이 책을 집어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어야 될 책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만 이 소설이 평가된다면 나는 심히 안타까울 것입니다. 이
책은 가벼운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닙니다. 진실된 사랑과 조심스러운 사랑, 그러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사랑. 이런 사랑의 배경을 책임지는 슬럼가와
그림자. 이에 대한 한 연인들의 고찰. 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일곱 편의 시로 담아낸 것.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정체입니다. 독자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그것을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것이 지향해야 할 독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속에 들어있는 텍스트가 결코 가볍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텍스트를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기고 다시 이 책의 흰 표지를 만나게
될 때, 그 때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것이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림자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항상 빛만 있다면 나를 쫓아다녔던 그림자, 나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곧 경계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그림자에 이끌려 다니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곧,
우리는 다시 그림자에 이끌려 끝이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끝이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百의 그림자를 다시 훑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적어도 그 때만큼은 그림자를
경계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도 어둠에 잠겼다가 불빛에 드러났다가 하며, 百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무재와 같이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노래할까요.”
百의 그림자
황정은 지음
민음사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란다. '책에서 답을 구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방영되는 케이블 티비 프로그램인 '비밀독서단'에서 8회에 한국문학을 안 읽은 지 오래된 사람들을 위해서 선정한 책이라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를 했다. 삶의 어두운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덤덤한 위로를 모토로 이동진이 추천한 책이다. 기말고사도 끝났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책은 도심 한 복판의 40년 된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은교와 무재 두 사람의 사랑을 담고 있다. 산에서 내려가던 도중에 길을 잃은 은교는 숲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뒷모습에 이끌려 걸어가다 무재에 의해 멈춘다. 무재는 은교에게 빚을 갚기 위해 일하다가 그림자가 일어선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은교가 일하는 수리시르이 여 씨 아저씨도 그림자가 일어서서 따라갔던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어느 날, 유곤 씨가 복권 살 돈을 빌리러 수리실에 온다. 유곤 씨는 복권 살 돈을 못 받더라도 이야기를 하고 가거나 말없이 앉았다 가기도 했다. 은교와 무재, 유곤은 정종을 마시러 가고, 그 곳에서 유곤은 공사장에서 압사당한 아버지의 죽음 후 그림자에게 깔린 어머니의 이야기를 해준다. 어느 날 집에서 컴을 씻고 있던 은교의 집이 정전이 된다. 들고 있던 컵이 깨지면서 종아리와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고 양초도 사지않았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흘리던 은교에게 무재의 전화가 걸려온다. 은교는 천천히 흘러가는 흐름이 펼쳐지는, 전구를 파는 가게인 오무사 이야기를 해준다. 은교는 없어진 줄 알았던 오무사가 다른 곳에 다시 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기쁨도 잠시 가동이 철거되면서 오무사도 다시 사라진다.
점점 그림자가 은교와 무재를 덮쳐오지만, 은교와 무재는 섬으로 향하고 차가운 음식이 아닌 따뜻한 조개탕을 먹는다. 나루터로 돌아가던 도중에 차가 고장이 나고 그들을 도울 사람들을 찾아 손을 잡은 채로 걸어간다.
황정은은 1976년 생으로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저자의 다른 책,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야만적인 앨리스씨』등이 있다는데, 이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여서 그런지 비유와 상징이 많아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였다. 연애소설이라고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랑을 말하는 연애소설이라서 그런지 은교와 무재의 사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보다는 철거로 인한 삶의 혼란, 비정한 시스템, 반복되는 빚의 굴레와 삶의 무게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어렵지만, 문장들이 하나 같이 모두 힘이 있어 묘한 맛을 가진 왕사탕을 먹는 기분이였다.
2015.12.14.(월) 이지우(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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