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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0년 07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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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24g | 153*224*30mm |
ISBN13 | 9788971848401 |
ISBN10 | 8971848405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확실히 나의 성향은 주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듯 하다.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은 그다지 읽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라틴아메리카나 유럽 쪽의 작품을 더 즐겨 읽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퀄리티 높은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얼마전 푸른숲에서 나온 'the others'시리즈가 괜히 끌렸고, 스페인 출신의 로사 몬테로의 <데지레 클럽, 9월 여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표지부터 참 마음에 들었다. 흑백 처리된 사진의 배경은 낙서가 된 벽이 있는 골목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실루엣이 있다. 뭔가 권태로운 여름밤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스페인이나 쿠바 같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첫 부분은 어떤 잡지의 기사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어느 여성 살인 흡연자의 이상한 사건"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나이트클럽의 여가수 이사벨 로페스, 일명 '벨라'가 정부 관리 안토니오 오르티스를 4층에서 거리로 내던져 죽인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제시한다. 도입부만 보면 추리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별로 아름답지만은 않은, 인생과 사랑과 좌절에 대해 묘사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좌절되고 비주류적인 삶을 살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예술가 지망생이었지만 색 바래고 음침한 데지레 클럽의 볼레로 가수로 살아가는 벨라, 트로피카나의 화려한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포코,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정부 관리로 살아가며 향기와 후각에 목숨을 걸고 있는 안토니오, 단 한번의 비상을 꿈꾸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견뎌내는 안토니오의 여동생 안토니아, 낮에는 청소부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을 후원해줄 돈 많은 남자를 찾아 헤매는 바네사, 이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차이나타운 근처의 허름하고 낡을 대로 낡은, 데지레 클럽의 사람들이다.
안토니아는 오빠 안토니오를 돌보는 것이 삶의 목표라 할만큼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오빠에게는 맨날 구박만 받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기차를 7시간이나 타고 어머니를 보러 가기도 한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들이 남긴 담배꽁초나 복숭아씨 따위를 기념품으로 보관해두고 종종 꺼내보기도 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40대 중반의 그녀가 자신보다 23살이나 어린 건물 관리인 다미안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다미안은 점점 갈수록 부담스럽게 여기고, 그녀를 떠나려 한다. 오빠 안토니오 역시 꽤 기묘한 사랑을 하고 있는데, 항공사 기장들이 비행을 떠난 사이에 신원을 숨기고 그들의 부인들에게 접근해 동침하곤 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거쳐간 여자들을 향기로 기록해 둔다.
벨라는 지금은 쇠락한 데지레 클럽에서 볼레로를 부르는 별볼일 없는 가수지만, 어린 시절 안토니오를 사랑했다. 어느날부터인가 클럽에 상주하게 된 포코로부터 쿠바의 번화한 트로피카나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쿠바로 가는 꿈을 갖게 된다. 포코는 클럽에서 먹고자며 생활하는 정체불명의 인물로, 사실은 30년도 더 전에 온 친구의 초청 편지에 의지하여 과거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가고 있다.(나 역시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편이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는 자기보다 한참 어린 바네사에게 반해서 쿠바로 함께 가자고 한다. 반면 바네사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돈 많은 남자를 찾아 클럽에 오는데, 포코보다는 아버지같은 느낌이 드는 안토니오를 더 좋아해서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청혼을 받아들인다.
여기서부터 파국이 시작되어, 어느날 포코는 바네사의 집으로 찾아가 느닷없이 같이 쿠바로 떠나자고 한다. 하지만 바네사는 안토니오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격분한 포코는 바네사를 심하게 폭행하고 다음날 그는 지하철에 깔려 죽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공원의 풍기문란 사건으로 안토니아와 다미안의 사이를 알게 된 안토니오는, 다미안을 찾아가 안토니아와 헤어지라고 종용하고 결국 다미안은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안토니아는 오빠가 자신을 다미안과 떼어놓았다고, 친구인 데지레 클럽의 벨라를 찾아가 이야기하고, 그날 밤 벨라는 안토니오의 아파트로 찾아가고 그를 4층에서 밖으로 집어던져 버린다. 그런데 초반부의 기사 인용에서는 살인사건이라고 해서 안토니오가 죽은 줄 알았는데, 막상 뒤쪽의 인터뷰를 보니 안토니오는 크게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고 몇 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그가 매우 소중히 여기던 후각을 잃었다고 한다. 안토니아는 다미안과 헤어지고 오빠가 크게 다치고 친구가 수감되는 일련의 괴로운 일들을 겪은 후, 기차를 타고 갈때마다 꿈꾸었던 미지의 도시를 향해 떠난다. 앞으로 그녀 앞에 어떠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전혀 멋지지 않은, 어쩌면 인생의 낙오자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의 권태로운 삶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고독을 맛보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사르트르의 <구토>의 주인공 로깡땡이 연상되기도 하였다. 파국으로 치달은 빗나간 사랑들을 보며 삶 자체의 신산함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에 결국 폭발해서 일을 저지른 벨라에게도, 미지의 도시로 떠나는 안토니아에게도 웬지 모를 동조와 연민이 느껴졌다. 나 역시 어디론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보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외로운 삶과 권태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처음 접해 보는 작가의 작품이었음에도, 어떤 면에서는 내 자신과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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