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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09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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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6쪽 | 645g | 148*210*30mm |
ISBN13 | 9788993838114 |
ISBN10 | 8993838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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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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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을 대할 때 마다 가끔은 정말 제목이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도대체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도저히 파악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책을 다 읽은 후에 '아 , 이런거였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2010년도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수상작인 이기호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은 전형적인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집안의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노총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삼촌의 전기적 이야기인 작품은 198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와 함께 한다. 삼촌의 삶은 프라이드의 삶이었고, 프라이드는 삼촌과 동의어였다.
시골 출신의 삼촌이 결혼을 못한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것은 오로지 차가 없기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인해 할머니와 고모의 쌈지돈을 추렴해 그 당시 한참 유행이던 프라이드를 한 대 뽑아준다. 시골 출신의 별볼일 없는 삼촌이 오너 드라이브가 되는 순간이었다. 차만 있으면 서울 여자들이 졸졸 따르고 결혼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시골에 계신 할머니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프라이드와 삼촌의 기나긴 동거가 시작된다. 잠시 서울의 공장에 다녔고, 그곳에서 잠시 어느 여자와 염분이 있을뻔 했지만 프라이드의 등장이후 삼촌은 역마살에 걸린 사람마냥으로 전국 팔도를 떠돌아 다니게 된다. 그의 분신인 프라이드와 함께. 일정한 거주지도 없이 그의 애마 프라이드와 함께 한 삶. 어쩌다 명절이 되어 시골에도 내려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삼촌은 집에는 들어오지 않고 그의 프라이드안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삼촌의 프라이드는 삼촌과 이음동의어 였다. 그렇게 아끼던 삼촌의 프라이드가 어느 날 집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안에 삼촌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 한순간도 삼촌과 떨어져 본적이 없던 그의 애마가 혼자 내버려 진것이다. 삼촌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일까? 삼촌과 심하게 다투기라도 한 것일까? 평생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그 들은 뗄레야 뗄수 없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삼촌이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프라이드를 버리고 사라진 것이다. 그 새 딴 살림이라도 차린 것일까? 요즘 나오는 근사하게 생긴 차와 눈이라도 맞은 것일까? 호기심에 며칠을 기다리던 조카는 드디어 삼촌의 프라이드를 운전하게 된다. 운전이라는 것이 처음에 면허를 따게 되면 안하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힘이 있지 않은가? 조카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프라이드에 올라타게 된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그 프라이드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알게 된다. 다름 아닌 후진이 안된다는 것이다. 앞만보고 달려야하는 자동차. 후진이 되지 않는 자동차.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후진 이라는 것이 그다지 운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기능인 것도 아니었다. 후진은 오로지 주차할 때에만 필요한 기능이다. 주차할 때에도 처음에만 조금 어색하지 차에서 내려서 살살 밀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것이고, 조금만 단련이 되면 굳이 내리지 않더라도 문만 열고서 아주 자연스럽게 할수있는 일이다. 조카는 이제 미는데 아주 익숙해 졌다. 처음처럼 여자 앞에서 당황해하지도 않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미련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삼촌은 도대체 어디로 간것일까? 그리고, 이 차는 왜 후진이 안되는 것일까? 후진이 안되는 것의 비밀은 우연히 삼촌이 남긴 기록에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삼촌의 단골집인 다시 말해 프라이드의 주치의를 찾은 것이다. 프라이드의 전속 주치의에 의해 밝혀진 비밀. 후진이 안되는 반쪽짜리 차가 되게 된 비밀은 무엇일까? 프라이드를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든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삼촌이었다. 주치의에 의해 밝혀진 그 비밀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왜 삼촌은 그가 그토록 아끼던 차를 반쪽짜리 차로 만들어야 했을까? 출생의 비밀은 어느날 우연히 고모(다시 말해 삼촌의 여동생)에 의해 밝혀지게 되는데, 그게 또 복잡한 여자 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고, 거기에는 고모도 한 몫 제대로 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한 때 고모부 였던 , 그리고 그 전에는 잘 나가는 경찰 이었던 사람이 반 쪽 짜리 프라이드가 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프라이드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조카는 그 순간부터 삼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후진을 할 때마다, 다시 말해서 프라이드를 밀 때마다 조카는 멀게만 느껴졌던 삼촌에게 한 발씩 다가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점점 더 삼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이 제목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차를 밀수록 삼촌과 가까워 지는 것일수도 있고, 자신에게서 멀리 밀어 버릴수록 다시 나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도 있다는 의미일수있다. 제목만 가지고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다. 이기호의 소설은 그의 거침없는 입담이 그대로 녹아 있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하게한다. 두번 째 작품 '원주통신'에서 이기호의 구라는 한층더 업그레이드된다. 자신의 고향인 원주. 그 중에서도 박경리 선생과 이웃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토지'의 후계자가 된 저자. 토지라는 이름의 룸살롱을 개업한 친구에게 '토지' 사용권을 부탁받는 저자. 그의 상상과 구라는 읽는이로 하여금 유쾌하게 속는 즐거움을 준다. 그게 이기호식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말대로 이야기에 충실한 그의 작품이 나는 좋다.
이 작품집의 공통점은 모든 단편들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볼일 없는 강사의 눈으로 본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지하철이라는 배경으로 독특하게 그린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 이젠 너무도 당연시된 이주 노동자들의 아픔을 색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야기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가 김중혁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제목도 독특한 그의작품 c1+y=:[8]: 도시와 정글. 그 사이의 매개체로 등장하는 스케이드 보드. 도시속에 정글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화자.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도시의 골목을 달린다. 도시의 골목은 스케이드 보드를 타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스케이드 보드를 타면서 단 한순간도 신호에 걸리거나 어떠한 장애물에 간섭을 받은 적도없다.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 덧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된다. 그 막다른 길 앞에는 거대한 바다가 있다. 화자가 꿈꾸는 정글 과 같은 도시의 모습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그런 모습이라면 얼마나 낭만적이고 행복할까? 갑갑하기만 한 이 도시에 그런 매력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면 숨쉬기가 조금은 편할지도 모른다.
김숨의 쥐는 그가 왜 매력적인 소설가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집에 나타난 쥐를 잡기 펼쳐지는 소란. 정말 별 것 아닌 소재를 정말인 것 처럼 풀어내는 작가의 구라도 꽤나 매력적이고, 조만간에는 꽤 큰 문학상의 맨 앞에 그녀의 이름이 놓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은진의 '나쁜이웃' 은 단절에 대한 이야기다. 단절을 이야기 하면서 저자는 지나친 간섭을 먼저 이야기 한다. 아파트라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웃들과의 문제.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도 없는 우리들은 단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단절을 조금 극복하고자 하면 그게 간섭이 되어버린다. 간섭이 되는 순간 대다수의 모든 이들에게 단절이라는 아픔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간섭 혹은 관심이라는 것도 단절의 변형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척 하는게 나쁜이웃일까?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이를 단절시키도록 만드는 것이 나쁜이웃일까?
정영문의 '아무것도 아니 것을 위한'은 역시나 정영문 다운 작품이었다. 이 책의 심사위원의 말대로 소설의 본령이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절대로 소설의 본령에 충실하지 않은 작품이다. 한 문장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도대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작품의 화자인 작가의 끝도 없는 독백. 어쩔수 없는 관념적이 작가라는 독백이 그나마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었다. 어쩌면 이상문학상에 더 어울리는 작품같다.
이 책에서 처음만난 편혜영은 꽤 충격적이었다. '통조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주제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그의 상상은 통조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객관성을 너머, 그 속에 숨어있는 은밀함을 이야기한다. 밀폐된 공간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통조림의 크기나 내용물 만큼이나 다양하다. 전부다 똑같을 것만 같은 통조림의 내용물. 그 과정이 믿음직 스럽지 않기에, 유통기한이 길다는 것이 꺼림직하기에 통조림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기에 그에대한 실망감또한 반비례 한다. 믿지는 않지만 배신감 또한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한 순간에 멀리 차버리는 것또한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우리는 통조림속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통조림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통조림 속에 내 자신을 가두고 싶어 하는 것이다. 통조림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들어갈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밀폐될 수 있다. 깡통이 진공처리되어 뚜껑이 밀폐되는 순간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에 의해 그 밀실함이 깨어지기 전에는....
그 녀의 다른 작품이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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