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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06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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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20g | 140*210*30mm |
ISBN13 | 9791158510688 |
ISBN10 | 1158510683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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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9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조금 더 내용이 깊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북유럽 신화 앞쪽의 세계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대단한 세상을 만들었으니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겠군
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헐거웠고,
지나치게 사건 중심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상쇄시키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특히 "로키"라는 인물의 매력이란..
악동같은 이미지라서 나도 이 등장인물이 나오면 뭔가 안 좋은 사건이 벌어질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밝히듯이 로키가 없으면 사건도 없고 따라서 이야기는 굉장히 밋밋했졌을 것이다.
로키는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로 인해 신들의 품성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최고의 성벽 건축가"에서 이것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어느 날 잠시 토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스가르드는 거인에게든, 혹은 트롤에게든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는 취약한 상황이 된다. 이에 성벽을 짓기로 하는데,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고민이던 찰나, 어느 몸집이 큰 이방인이 와서 황당한 제안을 한다.
성벽을 18개월 안에 지어줄 테니, 미의 여신 프레이야와 해와 달을 달라는 것이다. 이에 신들은 거절하려 하지만 바로 이때 로키가 나서서 제안을 받아들이되, 성벽을 18개월 안에 마무리할 수 없는 불이익을 주자고 한다. 바로 6개월 안에 일을 끝마쳐야 하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는 단서를 붙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신들은 이 제안을 실제로 이방인에게 하고 이방인은 자신이 데려온 말 스바딜파리의 도움만 받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신들은 수락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는 일을 너무 성실하게 잘한다. 결국 계약 만료일 하루를 남겨두고 성벽은 거의 완성된다.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던 프레이야는 만약 자신이 저 이방인과 결혼하게 된다면, 이 제안을 한 로키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달라고 한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로키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 난관을 타개해나간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건.
첫번째, 분명히 크바시르라는 현명함을 갖춘 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키의 제안에 동의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누군가 자신만만하게 제안을 해올 때는, 그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도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불이익을 줘서 일을 제 때에 끝마치지 못하게 하자는 로키의 말에 신들은 너무나 쉽게 동의해버린다.
두번째, 신들의 간악함이다. 신들이 이 성벽을 수락하게 된 근본 이유는 공짜로 성벽을 얻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제 때에 일을 마치지 못할 경우를 계산해서, 이방인을 내쫓아 본인들의 수고없이 성벽을 얻으려는 못된 심보가 로키의 제안에 동의하게 된 동인이다
이들은 막상 그 이방인이 일을 성공리에 마칠 것 같으니까 모든 잘못을 로키에게 돌려버린다. 로키 입장에서는 억울할만도 하다. 내 의견에 동의할 때는 언제고, 첫번째 발화자라는 이유만으로 왜 내가 모든 걸 뒤집어 써야 하지.
물론.. 신들에게도 면피할 핑계는 있다. 로키가 말하기 전에는 거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핑계에 불과하다.
우선 성벽짓기가 성공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미의 여신 프레이야가 분명 몹시 화난 듯 "당신들 모두 바보로군요.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로키 당신은 특히 더 심한 바보군요" 라고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로키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 프레이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제안에 동의한 적이 없다.
게다가 신들은 너무나 치사하게도, "로키의 등을 두드리며 넌 아주 교활한 놈이고 그렇게 교활한 자가 자기네 편이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 성벽 토대를 공짜로 얻게 된 그들은 자신들의 총명함과 협상 능력을 서로 치하했다"
이건 꼭 자기들한테 유리할 때는, 교활한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기네 편이라서 다행이라고 하고, 이 모든 제안은 로키에게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로를 칭찬할 때는 자신들의 총명함 덕분이라는 모순된 말을 한다.
이래놓고 막상 자신들의 계획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자, 모든 것이 "로키 탓"이라는 "프레이야의 논리"에 만장일치로 동의한다. 나 참... 물론 로키의 그간 건실치 못했던 행적을 보면 사람이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로키가 불쌍해보인 것도 사실이다.
* 여기서 하나. 프레이야는 왜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거지? 기껏 프레이야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건 단 세 번, 처음에 로키가 제안했을 때 신들과 로키를 "바보"라고 말할 때, 만약에 자신이 그 이방인과 결혼하게 되면 로키를 죽여달라는 제안을 할 때 그리고 이방인의 성벽짓기가 실패로 돌아갈 듯 보이자 "돌을 겨우 열개 밖에 못 가져왔구나"하면서 안심하듯 말하는 때 뿐이다.
이건 프레이야의 위치를 드러내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전승되던 시대의 여성의 위치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프레이야의 이야기에 동조하거나 귀기울여 듣지 않을만큼 그녀의 발언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으며, 아름다워서 그들과 함께 하기는 하나 꽃과 같은 존재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듯 보인다. 마치 물건처럼 거래의 대상이 되는 걸 보면.
그나마 신들이 프레이야가 "로키를 죽여달라"는 제안을 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인 건 모든 잘못을 로키에게 돌릴 수 있는 구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번째, 신들의 무능력함이다. 그렇게 신들이 많은데 누구 하나 능력이 없는지 "토르"를 방패삼아 이방인을 물리치는 것이다. 프레이야를 보호하듯이 둘러쌌다고 하는데, 사실 그 뒤에는 토르가 있어서 였다. 그리고 프레이야도 미의 여신일 뿐이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보인다.
네번째, 이방인의 탁월함이다.
정보력. 이 이방인은 토르가 아스가르드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황판단능력. 취약해진 아스가르드에 무엇이 필요할 지 잘 알고 있었다.
기술. 성벽을 탄탄하게 빠른 속도로 지을 수 있으며 신들에겐 없는 능력이다.
실제로 신들이 성벽을 마무리할 때는 그만큼의 정교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방법. 아스가르드에 토르가 없다고 해서 전쟁을 일으켜 굴복시키려하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신청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음모를 꾸며서 이방인을 파멸에 이르게 한 건 모두 신들이다.
여러모로 이방인은 신들보다 나았다.
프레이야가 마음을 바꿔서 이방인과 결혼하지 않을까 내내 생각하게 할만큼.
이방인이 그들보다 못한 점이 있다면, 외모 정도랄까.
순수하게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콧노래를 불러가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자신과 다른 외모와 처지가 그 사람을 하대할 권리를 주지는 않는데
신들은 자신의 위치에 너무 취해있는 것 같다. 어리석게도.
이와 같이 신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비열한 방법을 서슴치 않고,
불리할 때는 책임지지 않고 물러서며
막상 자신은 능력이 없으니 다른 이를 내세워 일을 해결한다.
덕분에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방인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 성벽이 지어지는 내내 마음졸인 프레이야
(정작 신들은 이와 상관없이 유쾌하게 떠들며 연회장으로 돌아간다)
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견을 냈으나,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에게로 책임이 돌아간 로키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했으나 돌아온 건 결국 죽음 뿐이었던 이방인.
(그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내는 모습이 헐크 같았다는 건 살짝 스포)
왜 로키가 라그나로크에서 신들과 대적하게 되는지 희미하게나마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이니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키는 결국 아스나르드로 다시 돌아온다. 자식을 품고서. 그 자식은 미워할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지만 최고의 명마이기도 한 슬레이프니르를 다시 오딘에게 바친다. 인간이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자신을 상처입힌 곳이라 해도 결국 돌아올 데는 자신의 고향 뿐인 것인가. 다시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오딘에게 말을 바친 걸 보면..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걸 왜 굳이 오딘에게 바쳤을까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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