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브레이크가 필요해’

세상 태평하고, 게으르고, 천친스러운 세 남자. 템즈강 여행 이후 시간은 흘러, 주인공을 포함 두 사람은 결혼했고 아이들도 있다. 결혼 생활에 치인 남자들은 오롯이 다시 한 번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할까 이다. 유일한 싱글인 조지가 ‘사업상 핑계’를 대자고 의견을 내자, 그런 핑계는 너무 자주 사용하면 안되며, 또한 진짜 필요한 경우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대신, 각자의 아내들에게 용기내어, 정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고, 최초의 아이디어는 조지에게서 나왔다고 떠넘기는데 합의한다. 

작전상 아내에게 눈치를 주어 어디가 불편하느냐는 말을 유도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정신적 문제가 생겼으며 단조로운 일상, 평화롭기 그지없는 축복의 나날 같은 것들이 삶을 질리게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띄우며 대화를 끌어나가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난다. 그 단조로운 생활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생각이며,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가끔은 얼마나 판에 박힌 생활과 가정을 떠나고 싶어하는지 모를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에게는 남편을 떠나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바로 아내 에델버타이기 때문이다. 여행 계획을 말하면 이별을 슬퍼하고 섭섭해할 줄로만 알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은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목적도 잊은 채, 밀려오는 슬픔을 드러내며 어떻게 남편에게 그럴 수 있냐고 따지지만, 아내는 자신에게는 남편의 기분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긴장감을 풀어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아내에게 당신이 원하는 게 자신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소리치다, 늙은 거위처럼 굴지 말라고 한소리 들으며  결국 원하지 않는 여행을 아내의 필요로 인해 아내가 주도해서 꾸미는 모양새가 되어 내키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한술 더 떠 에델버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시 결혼전처럼 남편이 소중한 사람임을 깨달을 수 있는 2~3주의 자유면 되며, 그러면서 해리스의 아내 클라라 역시 마찬가지일테니, 해리스도 데리고 어디론가 가주면 자신과 여자들은 멋진 별장을 빌려 쉬는 동안 남자들은 어디론가 떠나주면 좋겠다고, 또한 혼자 사는 조지 생각을 해서 조지도 함께 가라는 것으로 원래 세웠던 계획이 아내의 뜻에 의해 새롭게 수립되는 순간 그는 충격으로 인해 좋아해야 할 순간 슬픔에 휩싸인다.

여정은 2인용 자전거 한대와 1인용 자전거 한대로 라인강을 따라 네덜란드와 독일 지역으로, 조지의 제안은 ‘함부르크까지 보트를 타고 간 다음,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보고, 뉘른베르크와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블랙 포레스트(독일식으로 슈바르츠발트)까지다. 그러니까 19세기 섬나라 영국인의 눈에 포착된 독일인과 독일 사회의 모습이 주요 내용이다.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영국과 독일의 관계는 긴장감이 돌았겠지만, 전쟁을 결정한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이 아니므로, 여행중 그러한 긴장감은 없다. 다만, 융통성이 미덕인 영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독일 특유의 절제되고 규칙적인 나라에 와서 적응하지 못해 또다시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보트 위의 세 남자>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위트는 이번 편에서는 살짝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대신 해외 여행을 떠난 여행자의 시선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여행가이드에 나오는 여행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그들이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당한(?) 황당한 일들과 재미있는 일화들로 가득 채워진다. 풍경 묘사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따로 설명하는데, 그 이유는 몇장에 걸친 풍경 묘사만큼 지루한 게 없으며, 사진과 그림 몇 장만큼 생생하게 글로 길게 묘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주인공이 주목한 문화적 차이는 규칙과 언어에 대한 부분이 많다. 100여년 전일인데도 독일은 이미 일상 생활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지켜야 할 것을 규율화하여 감시했고, 국민들은 제복에 순응하고 복종한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때문에, 수많은 규칙 위반으로 벌금을 엄청 내며 값비싼 경험을 한다. 

드레스덴에서는 여행자들이 공공 전차를 처음 보고 경외감을 느끼는데, 열차 자체에서도 그렇지만 신분의 차이 없이 나란히 앉아 가는 풍경 역시 신기하게 여긴다. 

몇 세기 동안 열두어 개 남짓한 공국으로 분리되었던 독일은 지방 방언이 많아서, 오히려 자국 내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구역별로 일치되지 않는 고유한 언어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현상을 소개하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세기 내로 독일에서 영어를 사용하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당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음을 생각한다면,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어 영어권의 학생을 제외한 전세계의 학생들을 평생 괴롭히고 있는 현재로서는 당시 저자의 이러한 근거도 별로 없던 이러한 예측과 전망은 정확한 것이었음을. 특히 문법도 없다고 생각했던 영어가 세계화되리라고 주장하는 데에 거듭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을 보라. 

이번 자전거 여행이 보트 여행에서 빠진 게 있어 서운한 게 몽모랑시다. 몽모랑시가 개라는 설명이 없이 몽모랑시도 동의했다는 둥, 거리의 패거리들을 다 데리고 와서 작별인사를 했다는 둥 하며 의인화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한참을 모르고 읽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이들의 도시 여행에서 여행 가이드 마차를 고용하는데, 이 말들이 잠시나마 몽모랑시를 대신한다. 

여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행 가이드들의 관심사는 가이드 자체보다는 상품 판매 수수료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저렇게 말과 대화하던 마부는 여행 중 도시에 대한 설명 대신 내내 발모제 홍보에 열을 올렸고, 어떻게 하다 보니, 자기들이 그 발모제를 주문했고 호텔로 배달되어 온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