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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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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424g | 153*224*30mm |
ISBN13 | 9791155401057 |
ISBN10 | 1155401050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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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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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이상희 옮김
추수밭 출판
역사에 흥미를 갖고 공부해 나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반복학습을 통해 한 줌의 지식을 더해가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양장으로 출간된 두터운 서적을 대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부담스러움에 그냥 지나치거나 중도에 책을 덮는 일이 빈번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뇌의 한 귀퉁이에 쌓아 놓은 역사를 대하는 경외심은 언제고 다시 역사를 접하겠다는 다짐으로 승화된다.
열 권의 책을 읽을 때 그 중 적어도 두세 권은 역사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고전이나 인문학을 접할 때, 또는 철학을 접하고자 할 때조차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는 온전한 이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논하는 많은 서적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 책은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헤 에드워드 카가 주장한 바와 같이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가의 사견이 배제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음에도 과거사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현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본다면 어줍잖게나마 미래를 예측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세세한 변화는 감지하지 못하겠지만 큰 흐름정도는 예측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2천 년 동안의 인류의 진보를 통해 향후 인류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임을 알며 한 세기 후의 세대는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환경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추측 가능하다. 근대사를 뒤흔들었던 이데올로기의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로 귀결되었고 자유민주주의가 더 확산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고 이 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거나 약간의 변형을 거쳐 계승될 것이라 짐작가능하다.
역사는 사가의 선택에 의해 과거에 발생한 수 많은 사건 가운데 특이점을 시사하거나 중요한 변환점을 제시한 사건 위주로 재구성된다.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고자 할 때 완전한 시나리오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현재까지 전해지는 역사서를 통해 유추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 사가나 지식인의 의견이 반영된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역사서는 '가급적' 객관적이라 일컬어지는 시나리오를 읽는 것이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의 저자 '알렉산서 폰 쇤부르크' 또한 역사가 객관적 사실이 나열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적시하고 저자가 역사적 사건 또는 역사적 인물이라 생각하는 대상을 주제로 글을 전개한다. 여느 역사서와 다른 점은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은 분량에 인류 문명의 시발점으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느 지점까지를 논한다. 독자로 하여금 교과서적인 경직성과 지루함을 피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을 선정하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첨가해 문장을 이어간다. 대략 1만 2천 년전 수만의 무리에 불과했던 인류가 현재 75억을 넘는 기하급수적 증가를 보인 요인, 어쩌면 인류의 발전사라 칭할 수 있는 부분을 살피고 있으며 현대사회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자유, 민주주의, 다원주의 등의 이념이 발전해온 '역사전 사건'을 기술한다.
많은 석학들이 약간의 견해차를 가진 채 인류의 고대사를 기술했고 익히 알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유발 하라리 등의 주장을 다시 기술하는 것은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책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또한 고대사에 관해선 짧게 언급하는 정도로 넘어가고 있다. 정작 이 책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주제는 기원전 1만 2천 년 경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해 인지혁명이 일어난 시기(저자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으며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7만에서 4만 년으로 추청)에 다른 원시 인류는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이 될 준비를 시작한다. 약 1만 2천 전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농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할 토대를 마련했으며 도시와 국가가 형성될 기초가 다져졌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분업화가 발생하고 지배자, 군인 등의 전문직이 등장한다. 인구수의 증가는 도시화를 거쳐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문자가 등장하고, 거래와 유통이 활성화되며 화폐가 발명된다. 잉여식량은 신분제를 가능케했으며 생계로부터 자유로운 직업(철학자, 종교인 등)이 등장한다. 철학은 인류의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며 지식을 추척해 갔으며, 종교는 신과 내세를 제시하며 지배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피지배자에게는 구원의 도구가 되었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철학, 수학, 천문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고 민주제, 참주제, 공화정 등의 다양한 국가체제의 흥망성쇠를 경험하게 된다.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가 도래하고(저자에 따른 견해차는 있으나 이 책의 저자는 르네상스를 개별적 특이점이라기 보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역사의 한 줄기라 여긴다.) 인쇄술의 발달은 학문의 발전 뿐 아니라 지식의 폭발적 확산을 야기한다. 해상을 통한 이동수단의 발달과 나침반과 같은 도구의 발명은 대항해시대를 가능케했으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유럽문화는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간다. 과학혁명이라 일컬어지는 17세기는 곧이어 다가온 산업혁명과 근대 국가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현대 사회까지의 발전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많은 국가와 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져간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을리 없겠으나 사가의 입장에서 또는 독자의 입장에서 경중을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현재까지 역사서를 접하며 내린 조악한 결론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세계사를 이끈 3대 특이점이라 생각한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인지기능을 가진 인류가 선조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지혜를 구하고 후대에 남겨질 지혜를 보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또한 이전에 없었던 가장 풍요로운 삶(적어도 물질적인 측면에서는)을 영위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은 유구한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아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흥미를 고취할 수 있도록 돕고, 간략하게 묘사된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지적 욕구를 불러 새로운 지식을 찾아 떠나도록 독력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노파심에 언급했을지도 모를) 의미심장한 문장을 책의 말미에 삽입해 놓았다. 역사서의 저자와 독자가 항상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어 인용해본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역사를 꿰뚫어볼 정도로 현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배움이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분명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 뒤로는 다시 세 개의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를 얻으면서 세가지 궁금증을 더하게 되는 공부의 이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해 놓은 글귀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지극히 공감하는 바이다.
현재 읽고 있는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와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를 통해서 다시 겪게 될 유구한 역사의 늪에서 한 톨의 지식을 더 얻어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을 겸손한 마음으로 떠올려본다. 내 얄팍한 지적 수준으로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역사라는 주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싶지만 희미한 실선으로나마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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