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뇌와 의식 | 제6장 최면의 힘_카렌 N. 샤노어 (인지심리학자)
샤노어 박사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최면에 관한 연구에서 자아, 숨겨진 관찰자, 행정부적 마음 등으로 불려온 인간 내면의 깊은 의식에 대해 매우 밀도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이 깊은 의식은 자신이 최면에 걸려 있을 때에도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종양 제거수술로 한쪽 눈을 잃은 환자에게 ‘맹시盲視’ 능력을 일으켜 자기도 모르게 사물을 인식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주체는 과연 무엇일까?
로렌스 바이스크란츠는 맹시(blindsight)라는 신비한 현상을 연구하던 여러 심리학자 가운데 하나다. 그는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뒤 왼쪽 시야의 물체를 볼 수 없게 된 한 환자에 대해 쓰고 있다. 시력 테스트에서 환자는 눈앞에 제시된 자극(수직선이나 수평선)을 볼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수평선인지 수직선인지 한번 맞춰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거의 틀린 답을 말한 것이 없었다. (제1장 본문 65쪽)
제2장 유년기에서 열반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다양한 의식상태_프랑크 퍼트넘 (정신병리학자)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한 퍼트넘 박사의 글은 특히 흥미롭다. 한 사람의 몸 안에 존재하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인격은 단순한 정신장애를 넘어선 반응을 보인다. 한 사람 안에 들어 있는 인격 A와 B는 시력과 말투,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등 육체적 증상이 서로 다르다. A일 때 그는 고도근시 안경을 착용해야 하지만 B일 때는 시력이 좋다. 그러나 B는 A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먹지 못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옛말대로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그들)는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전문의이면서 다중인격장애 환자인 한 여성과 점심을 함께 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그 환자가 그녀 안에 있는 여러 여성 인격 가운데 하나의 상태로 있을 때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그 웨이터가 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나는 남성 인격들 가운데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황한 웨이터는 그 ‘신사’가 식사 주문을 할 것인지, 그리고 좀 전에 숙녀가 주문한 음식은 어디에 차려놔야 하는지 물었다. (제2장 본문 121~122쪽)
제3장 수면과 의식_제인 가켄바흐 (수면 및 꿈 전문가)
우리는 왜 너무도 생생해서 현실처럼 생각되는 환각(꿈)을 매일 밤 일으키는 것일까? 꿈과 수면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 가켄바흐 박사는 꿈이 깨어 있을 때 일어난 사건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꿈이 자아의 최신 모습이기에 꿈에 유의하면 자기인식이 깊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목하며, 그 실례를 ‘자각몽’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꿈은 과연 숨겨진 내면의 활동인가.
자아성찰의 척도에서 보다 높은 수준에 속하는 것 중의 하나는, 꿈꾸는 사람이 복합적인 수준의 인식을 지니고 있어 꿈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꿈을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고, 실제로 깨어나서는 단지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 말이다. 당신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고 꿈에서 깨어난다. 그것도 꿈이다. 그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또 꾼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다시 반복하고…. (제3장 본문 165쪽)
제4장 양자물리학과 의식_디팩 초프라 (심신의학자)
고대 인도의 전통의학인 베다와 현대의학을 접목하여 독창적인 심신의학을 창안한 초프라 박사는, 분자 수준의 세포들이 양자적 의사소통을 하고 일정한 감정과 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밝힌다. 또한 우리 피부는 1개월마다, 뼈는 3개월마다, DNA는 6주마다 새로운 원자와 분자로 교체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염과 위장병과 관절염은 몇 년 동안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초프라 박사와 함께 양자적 세계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본다.
“당신에게 속한 모든 원자는 나에게도 속한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의 이 말은 시의 은유가 아니라 생리적 사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연구자들이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를 바탕으로 수학적 연산을 실시해보았더니,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물리적 몸에는 한때 예수와 성모마리아 또는 부처의 몸에 있던 원자 백만 개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원자들은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마하트마 간디나 테레사 수녀, 사담 후세인의 몸을 구성하기도 했다. … 우리는 3주 전에는 나무나 다람쥐나 중국 농부의 몸을 순환하던 원자재들을 우리 몸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우리는 물리적인 몸의 98퍼센트를 새것으로 교체한다. …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물질적인 몸을 당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약간의 딜레마에 빠진다. (제4장 201~202쪽)
제5장 심신의학_존 스펜서 (심신의학자)
‘플라시보 효과’라는 가짜 약(僞藥)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신경안정제를 흥분제로 알고 먹은 환자는 진짜 흥분제를 먹은 사람과 같은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인간의 ‘기대하는 마음’ 또는 믿음이 신체의 생리적 생화학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스펜서 박사는 이처럼 몸과 마음이 서로 친밀하게 ‘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기대하는 힘은 종종 약 자체의 능력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으며, 넓게 보면 과거의 경험, 믿음, 태도, 문화적 배경, 희망과 같은 많은 요소들이 신체에 개입하여 치료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암을 비롯한 수많은 현대 난치병의 치료에 환자 자신의 희망적인 ‘의지’야말로 가장 중요한 처방이 아닐까.
1930년대 르네 스피츠는 북부유럽의 고아원에서 자란 갓난아이들은 환경도 훌륭하고 먹을 것도 충분했음에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고아들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으며 환경도 지저분한 보육시설에서 살고 있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훨씬 더 잘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이웃의 여자들이 매일 찾아와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고 안아주고 흔들어주며 노래를 불러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접촉과 사랑이 그 유아들을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만들뿐만 아니라, 육체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분도 공급했다고 결론지었다. (제5장 본문 294~295쪽)
제7장 의식경험의 실체_카를 프리브람 (뇌 전문가)
“뇌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프리브람 박사는 전체가 중요하다고, 모든 것이 역동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언어의 변천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마음이 하나의 사물을 칭하는 명사라기보다 마음이 ‘작용’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동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복사선, 수렴하는 에너지 수준, 진동하는 에너지 파동으로 이루어진 양자 수준에서 ‘뇌-마음’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뇌에서는 많은 작용들이 전일적인 형태의 홀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프리브람 박사의 설명을 통해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한 구체적인 영상에 한발 더 다가가보자.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로봇 알투디투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알투디투가 의식경험과 같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서슴없이 생각하게 된다. 알투디투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생각해내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있어줄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 “껴안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로봇들이 우리의 하인으로 일을 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언제쯤이면, 우리가 이런 인조인간들에 대한 투표권 부여를 고려하자는 주장은 하지도 않으면서 노동만 부과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인가? (제7장 본문 348~3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