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에 상륙한 더티 댄싱, 그 위로 쏟아지는 라틴, 힙합 멜로디
권 영
영화 '더티 댄싱'이 개봉한 지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춤 영화의 교과서. 당시 '더티 댄싱'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춤 '더티 댄싱'과 영화 전편을 채우는 흥겨운 올드팝, 그리고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이보다 더 근사할 수 없게 버무려졌으니, 그 누가 이 행복한 사랑의 판타지를 마다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영화가 2004년, 미처 끝맺지 못한 사랑과 춤, 그리고 노래의 향연을 펼칠 예정이란다. 이름하야 'Dirty Dancing: Havana Nights'라는 제 2탄을 통해서. 제목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이 속편의 배경은 쿠바의 하바나가 아닌가. 언뜻 '람바다', '살사', '댄스 위드 미'의 뒤를 잇는 매혹적인 라틴 댄스의 세계가 우리 오감을 압도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속편에선 어떤 사랑이 라틴 리듬에 실려 폭발적인 쾌감을 전해줄까?
쿠바 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958년, 가족과 함께 하바나에 도착한 18살 소녀 케이티. 낯설고도 이국적인 하바나에서 케이티는 운명처럼 자비에르와 만난다. 환상적인 춤 솜씨를 지닌 쿠바 소년 자비에르. 하바나 나이트 클럽에서 비밀스러운 만남을 계속하던 두 사람, 결국 댄스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케이티는 자비에르의 혹독한 댄스 교습을 받게 되고 날렵해지는 스텝만큼 둘 사이에 깃든 열정과 사랑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쿠바 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환상적인 이들 파트너의 운명에도 검은 먹구름이 깃들기 시작하는데... 케이티 역엔 아직은 낯선 23살의 여배우 로몰라 가라이가, 그리고 자비에르 역엔 영화 '프리다'에도 출연했던 멕시코 출신의 배우 디에고 루나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1995년 알리시아 실버스톤 주연의 영화 '베이비시터'로 첫 메가폰을 잡은 가이 펄랜드 감독의 신작. 미국에선 2월 27일 개봉예정이라는데, 과연 전편에 버금가는 반향과 화제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사실 영화만큼이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운드트랙이다. (I've Had) The Time Of My Life와 She's Like The Wind, 그리고 Hungry Eyes와 같은 다량의 히트곡을 양산해냈던 전편의 사운드트랙에 얼만큼이나 근접조우할 수 있을까 하는 점. 그런데 영화의 배경이 하바나이기 때문일까? 우린 쉽게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그 매혹적인 아프로 큐반 재즈라던가, '리빙 하바나'를 채운 아르트로 산도발의 멋진 트럼펫 연주, 혹은 로버트 레드포드, 레나 올린 주연의 '하바나' 사운드트랙에 깃든 데이브 그루신의 이국적인 출렁임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티 댄싱'의 신화를 재현하고자 만들어진 춤 영화. 헐리웃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하바나라는 그 풍광보다는 춤 영화를 위한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트랙을 채우고 있는 뮤지션들 역시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출중한 라틴, 힙합, 혹은 팝 뮤지션들이다. 산타나, 와이클레프 장, 블랙 아이드 피스,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에 이르기까지, 힙합과 댄스, 라틴팝의 접점을 오가며 매혹적인 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앨범. 더불어 라틴 음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퍼커션인 콩가와 팀발레스가 근사한 어울림을 자아내며 온 몸을 들썩이게 한다.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프로듀스 감각으로 빛나는 사운드트랙. 그렇다면 여기서 그 면면을 들여다볼까?
우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연한 새 앨범 'The Preacher's Son'으로 힙합과 월드 뮤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힙합 마에스트로 와이클레프 장(Wyclef Jean)은 자신의 앨범 'Masquerade'와 베스트 앨범에 참여한 바 있는 매혹적인 보컬의 여가수 끌로드 오르티즈(Claudette Ortiz)와 호흡을 맞춰 Dance Like This를 소화해내고 있다. 이렇게 춤을 춰봐... 마치 영화속 자비에르가 케이티에게 건네는 속삭임 같다. 최근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Where Is The Love?로 거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힙합 밴드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는 아예 직설적으로 더티 댄싱을 노래하고 있기도. 그런데 이 신명나는 라틴 리듬 속에서 산타나(Santana)의 이름이 빠진다면 얼마나 아쉬울 것인가? 라틴 록의 선구자로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산타나는 쿠바계 미국인으로 2001년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을 발표한 조르지 모레노(Jorge Moreno)를 보컬로 초대해 Satellite라는 신곡을 토해내고 있다.
올 그래미 시상식에서 Beautiful로 '최우수 여성 팝보컬상'을 수상한 그녀, 크리스티나 아귈레라(Christina Aguilera)는 2001년 라틴 침공을 감행한 앨범 'Mi Reflejo'의 수록곡 El Beso Del Final로 스크린과 마주하고 있고, 더불어 아프로 큐반 음악과 랩을 비트있게 뒤섞은 그룹 오리하스(Orishas)는 엘튼 존의 뮤지컬 '아이다'에서 누비안 공주역을 맡아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오페라 출신의 여가수 헤더 헤들리(Heather Headley)의 크리스탈처럼 맑고 청명한 보컬 속에서 Represent, Cuba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영화 '불워스'에서 Ghetto Supastar에 매혹적인 보컬을 입혔던, 그리고 영화 '물랑 루즈'에서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핑크, 릴 킴과 함께 Lady Marmalade를 열창했던, 더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의 주제곡 Where The Dream Takes You를 소화해냈던 댄서 출신의 출중한 R&B 여가수 마이야(Mya)의 흥겨운 사운드 Do You Only Wanna Dance는 다운된 기분을 볼륨업 시키는 매력적인 댄스곡이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밴드중 손꼽히는 아테르시오펠라도스(Aterciopelados) 역시 사운드트랙에 존재감을 드리우는데, El Estuche는 그들이 1998년에 발표했던 곡이기도.
그밖에 숀 케인(Shawn Kane)은 출렁거리는 라틴 리듬위에 잠시 방점을 찍듯 감미로운 보컬로 샘 쿡의 You Send Me를 리메이크하고 있고, 멕시코 그룹 예르바 부에나(Yerba Buena)는 Guajira (I Love U 2 Much)를, 여가수 모니카(Monica)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래퍼 재즈 파(Jazze Pha)의 Can I Walk By는 물론, 마야의 Do You Only Wanna Dance는 훌리오 다이벨 빅 밴드(Julio Daivel Big Band)의 연주를 통해 다시 한번 사운드트랙을 흥겨운 리듬감을 선사하고 있다. 하바나에서 꽃핀 사랑과 춤에 대한 열정, 그 속으로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기분좋은 라틴 힙합 사운드가 메아리친다. '더티 댄싱'의 영광은 17년만에 다시 재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