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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년 1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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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542g | 153*224*30mm |
ISBN13 | 9788964371268 |
ISBN10 | 8964371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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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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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촛점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운영방식의 측면에서 봤을 때 민주주의의 핵심은 결국 정당정치다. 민주주의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두 개 이상의 당이 존재하고 있으며, 선거를 기점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 때문에 각 정당은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틀 내에서 끊임없이 경쟁한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역할과 자율성이 커서 정당정치의 메커니즘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여하튼 전체적으로 봐서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각 정당은 개별 사회집단들에게 "이러이런 정책을 실현시켜 줄테니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사람들은 그 약속에 근거해서 표를 던지고 정당을 집권시켜주거나 혹은 선거에서 패배하게 만든다. 집권한 정당은 이 약속을 지켜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는 약속해 준 사회집단으로부터 표를 잃을 것을 두려워 하여 눈치를 보게 된다. 즉 정당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표성과 약속 이행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을 지니는데, 이것이 정당정치가 작동하는 핵심적인 기제이다.
이렇게 명료한 정당정치의 메커니즘이 우리나라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당과 지지 사회집단간의 연결고리가 느슨한 점을 들 수 있다. 본시 정당은 정당강령과 정책을 통해 각 정당이 추구하는 노선을 표현하고 선거운동기간 동안 이를 강조해서 확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것이 수순이다. 즉 정당은 어떤 갈등축을 기반으로 자신의 지점을 정하고 이를 알려 개별 사회세력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갈등축이 너무나 모호하고 어느 정당이 갈등축을 기점으로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결국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잘 모르고 어느 정당을 투표할지조차 헷갈려 한다.
이런 정당과 지지 사회집단간의 느슨한 고리는 인물중심의 투표로 귀결되고, 잘생기고, 이미지 좋고 엘리트인 사람이 표를 얻어 선거에서 당선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이 누군지 모호한 경우에 선거에 당선된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받은 것에 다름없다. 자신을 당선시켜 준 유권자들이 자신을 선출한 이유가 똑똑하고 잘 생겨서라면, 그가 자기마음대로 정책을 만든다고 해서 그에 대한 지지가 철회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정당정치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나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당과 사회집단 간 연결고리가 느슨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권위주의 정권과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권위주의 하에서 야당은 실질적인 힘을 가지지 못했고, 반공사상으로 인해 분배 중심 좌파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정부 이후 남북한간 힘의 격차 크게 벌어진 뒤에도 정당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TV 등의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정당 정책보다 이미지에 대한 중요성이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 그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정당으로부터 이탈하여 자율성을 행사한 점도 또 다른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유권자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정강과 정책으로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정당의 무능함이다.
이 책은 스웨덴과 다른 유럽 중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비교를 통해 정당이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시킨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뚜렷한 결과를 대비시켰다.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 마르크스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국민의 욕구를 제대로 구현해 낸 정강과 정책을 구현해 낸 데 반해, 독일 사민당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사회주의 정당들은 구식 이데올로기 논쟁에 함몰되어 나치즘과 파시즘에 권좌를 내주는 결과를 낳고 만다.
결과적으로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국가들은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을 정당화시켜주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승리를 거두게 되지만, 스웨덴을 제외한 다수 유럽국가들은 전쟁이라는 참화를 겪고 나서야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 셈이었다. 만약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고, 국민(유권자)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면, 나치주의자나, 파시스트의 부상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도태된 사회적 낙오자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권위주의와 분단상황)로 정당간 이념적 스펙트럼이 협소하다. 여야 다수정당간 강령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기득권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이 확고히 형성되어 있는 반면, 민주당의 경우에는 지지층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그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사회집단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수야당인 민주당을 제외하고 다른 소수 야당들의 경우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경우가 없다. 쉬운 예로 잠시 약진했던 민주노동당의 경우도 현재는 내부 이데올로기 논쟁과 더 많은 유권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형성하지 못해 그나마 있던 의석조차 잃은 상태다.
IMF 이래 사회는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신자유주의 교조주의적 이데올로기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열패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인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은 충만하지만, 현실정당 가운데 이러한 다수 유권자들의 욕구를 정책으로 담아낸 정당은 찾아내기 힘들다. 정당, 특히 미묘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자를 비롯한 다수 사람들을 대변하는 좌파정당들은 이러한 다수 유권자들의 열망을 대표하고, 그들의 염원을 담은 정책을 통해 집권하여 그 책무성을 다해야 한다. 만약 사회 다수 사람에 대한 대표성과 책무성을 구현하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구태의연한 정치가 아니라 신명나는 정치가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셰리버먼은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폐해에 맞서 사회민주주의적 정당들이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지난 두 차례의 민주당 집권 기간에도 세계화와 더불어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마당에 현실 정치는 위에서 설명한 이상(?)과 다르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에 불만은 있지만, 대안형성에는 무능한 유권자들이 정당에 불만을 해결해 줄 대안적 정책형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무리한 요구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부적 이합집산과 이데올로기논쟁에 골몰하느라 대안형성을 위한 절대절명의 기회를 날려버린 앞서 두 차례 집권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점진적으로나마 한 걸음씩 앞을 향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꼭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나 제 3의 정당이라도 유권자의 바람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대 정치체제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치체제로 인정받는 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하지 않는 한, 대표성과 책무성에 기반한 정당정치의 작동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중심인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시작과 끝이 우리 유권자와 정당들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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