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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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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9.51MB 파일/용량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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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13일 ~ 2024년 09월 13일
2024년 09월 13일 ~ 2024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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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4일 ~ 2024년 09월 18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20일
2023년 08월 08일 ~ 2025년 09월 08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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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맹신자들》)
에릭 호퍼는 자본을 축적하며 사는 정착민이 되기보다 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보조 웨이터, 사금채취공, 농장 노동자, 부두 노동자 생활을 하며 사유하고 글을 쓰는 자유로운 삶을 택했다. 그러나 우린 안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노동을 하면서 철학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사유는커녕 매일 쓰는 일기조차 버겁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1951년 첫 저서 《맹신자들》을 내고 1960년대부터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여러 칼럼에 기고를 하게 되면서 '부두 노동자-철학자', '프롤레타리아-사회철학자', '아포리즘 글쓰기의 대가' 등등 많은 수식어로 불렸다. 《길 위의 철학자》는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면면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자서전이다. 대중 운동과 같은 외부의 목표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투사하고 투신하는 맹신자가 아니라 자기 생의 올곧은 주인이고자 한 그의 삶과 생의 의지는 때론 소설 같고 때론 고집스러운 투쟁처럼 읽힌다.
일곱 살 때 그는 어머니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는 2년 뒤에 사망하고 그는 15살 때까지 시력을 잃고 기억마저 잃었다. 아버지에게 "백치" 소릴 듣던 그가 시력을 되찾고 도스토옙스키 《백치》를 발견한 뒤 그 책을 외울 정도로 빠져든 건 여러 요인의 결합이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그의 분석에 나도 동감했다.
"등장인물들이 우리 주변의 친지나 친구보다 더 친숙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그들이 미국은 물론 러시아를 포함해 어느 곳의 사람과도 달리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성의 본질이 집약된 존재이며, 상식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고, 이국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가슴과 오성이 가까운 존재들이다. 도스토옙스키의 극단적인 인물들에게는 장엄함이 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인간에 핵심적 실체에서 나오는 파열음이 들려주고, 일상적 실존의 불가사의한 심연과 익숙한 외관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마흔 살도 넘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1920년 이후 호퍼는 빈민가의 고아로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직업소개소에서 얻을 수 있는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는 독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구약성서에서부터 식물학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해석을 붙이며 생각을 벼뤘다. 대공황과 전후 시기를 생각할 때 그의 삶은 평탄할 수 없었다. 공부하며 사는 삶도 그의 힘겨운 노동과 의지에 의해 영위될 수 있었다. 죽지 못해 사는 도시 노동자 삶의 환멸 속에 그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사물을 이성적이고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을 이기고, 대륙을 제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의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ㅡ「희망이 없는 상황에서의 용기」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식의 한계와 용기의 맹목성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과 용기가 함께 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가 자살을 포기하고 도로를 달렸을 때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박수 소리 같았다는 말을 뼈저리게 이해했다. 그 자살 감행을 물리치고 노동자가 아니라 방랑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대목은 울림이 컸다. 그는 사는 내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한 이였다. 사는 것보다 그러한 걸 잃지 않는 게 더 힘들다. 그런 마음가짐을 잃을 때 우리는 남의 삶을 모방하거나 부유하는 잉여가 된다. 커피 한 잔 마시듯, 거울 한 번 쳐다보듯, 옷을 갈아입듯, 웃는다고 긍정적이 되진 않는다. 긍정은 스타일링이 아니다. 긍정은 의지들이 단단할 때 나오는 자세다.
거듭 눈을 뜨고 거듭 일어설 것. 매일 단 한순간이라도.
거리의 거친 삶, 맘을 나누던 이들의 죽음, 낯선 곳에서의 조롱과 환대, 그는 많은 이들과 교감하면서도 자기 재능에 교만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그를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적 인물이라 생각해 조력하려 들 때 인사도 없이 떠나기도 했다.
호퍼가 일했던 농장주 쿤제가 예술 분야에서 창조적 작업을 하는 프레스노 지역 사람들을 독려하고자 사망 후 재산을 기증한 일화도 인상 깊다. 미국의 건강한 정신을 살리며 중년과 노년까지도 배우고 가꾸는 삶을 만들자는 호퍼의 뜻과 부합했는데, 이러한 정신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텃밭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보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해 그는 군대에 지원했으나 신체상의 문제로 탈락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25년간 부두 노동자로 일했다. 평생 숱한 일을 했지만 그는 이 세상에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없다며, 일에서 의미를 찾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노동 이후 공부에 몰입했듯이 다른 이들도 일이 끝난 뒤 실질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은퇴'나 '노인 문제' 가 심각한 의미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노년에 대해 상투적으로 생각하는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저하는 우리의 과장적 해석이다. 배워나가는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성과는 상대적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성과란 경쟁력이 아니라 성숙함이다.
이렇듯 호퍼 삶의 자세와 철학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 적절하다. 니체처럼 이데올로기와 거대 담론에 아포리즘적 형식을 취한 호퍼 문장의 힘도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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