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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9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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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6.2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3.8만자, 약 4.3만 단어, A4 약 8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6406677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작가에 의하면 ‘마음을 건다’는 것은 ‘간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봄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를 향하여 ‘내 마음을 거기 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행복’하였다고 하는 걸 보니 마음을 건다는 것이 간곡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뚜렷해진다. 책의 제목으로 ‘마음을 건다’라고 하였을 때는 어떤 비장함을 품고 있었을 것이지만, 책의 내용은 그 제목에 비한다면 소소한 편이다.
“세상이 딱딱 인과의 사슬로만 굴러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전보다는 더 틈과 우연, 공백이 눈에 보인다. 소설을 읽을 때도 작가가 인물이나 이야기를 너무 틀어쥐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불편하다. 자신이 창조한 허구의 세계일망정, 작가는 인물들과 인물들의 이야기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좋은 문학작품이라면 인간이 가진 불가피한 무지 앞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p.96)
소소하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책에 실려 있는 것은 본격적인 문학 평론도 영화 평론도 아니며, 인문학적인 세상만사 파헤치기에 해당하는 글들도 아니다. 다만 작가는 책을 읽고 사고함으로써 생활하고 그것을 글로 옮긴다. 그러니까 책에 실린 글들은 ‘문학적인’ ‘태도와 자세’를 견지하며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작가에게는 생활의 기록일 따름이다. 그래서 책에는 무수한 책과 영화들이 거론된다.
“이야기를 해보면 알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과장이 생기고 거짓이 끼어든다는 걸.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건 단순히 정직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려는 이야기는 말로 정확히 옮겨지지도 않거니와 대개 그것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매끈한 질서 속에 있지 않다...” (p.111)
생활인의 생활 수기이니 글에 허장성세가 끼어들 틈이 없다. 자신이 살아가는 어떤 순간에 맞닥뜨린 사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일들을 향하여 자신이 읽거나 본 영화들을 하나의 준거로 가져다 댄다. 그렇다고 그것이 하나의 원칙이고 기준인 잣대라고 우기지 않는다. 그저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잣대일 뿐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잣대가 필요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에 소수집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요한 통찰 하나가 퇴색할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지구적 자본주의에서 놀라운 사실은 재산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다수라는 통찰이다. (···) 사회 체제가 일정한 소수집단을 경멸하고 배제한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이러한 배제의 장면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계급 분석을 해보면 놀랍고 충격적이게도 사회 체제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게 다수를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서 별다른 충격을 받은 바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역설적이기도 하다.” (p.144, 테리 이글턴 『우리 시대의 비극론』 중 재인용)
사실 책의 중간 즈음 신경숙을 비판하는 이들을 향하여 모질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부터는 영 입맛이 씁쓸하였다. 책의 앞부분에 실린 글에서 추축된 ‘문학권력 비판’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토론할 의무’가 있었다고 토로한 것과도 배치된다. 아마도 작가가 스스로 고백하는 바 ‘내가 몸담고 있던 문학적 관계, 그 속에서 형성된 편견‘으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 중앙일보 기자였던 기형도 시인은 이영준 형과 친해서 가끔 사무실에 들렀다. 성석제 형은 그때 소설은 엄두도 못 낼 때라, 어쩌다 운 좋게 시를 한 편 완성하면 이영준 형에게 팩스로 초고를 보내고 강평을 듣기도 해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김훈 선생의 스크랩하며 설레기도 했다. 강렬한 눈빛이 기억에 남아 있다...”(p.154)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진즉 깨달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레발을 쳐도 그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쯤은 이제 알게 되었다. 하물며 일면식 없는 이의 글을 온통 좋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이다. 책에 실린 많은 글에서 나는 어쨌든 작가가 걸고 있는 ‘마음’을 느꼈다.
정홍수 / 마음을 건다 / 창비 / 328쪽 / 2017 (2017)
ps1. 책에 언급되어 있는 소설 혹은 시 혹은 기타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이문구 <일락서산>,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신경숙 <전설>, 필립 로스 《네메시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종옥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앨리스 먼로 <자존심>, 황석영 《해질 무렵》,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금희 <봉인된 노래>, 이청준 <벌레 이야기>, 황석영 <만각 스님>, 비스와바 쉼보르스까 《충분하다》 《여기》, 김희업 <통증의 형식>, 진은영 <푸른색 Reminiscence>, 윤성희 <이틀>, 제임스 조이스 <진흙>, 권여선 <이모>, 권여선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김애란 <나는 편의점에 간다>, 조해진 <산책자의 행복>, 로렌스 스턴 《트래스터럼 샌디》, 조르조 바사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김주대 《그리움의 넓이》, 존 밴빌 《바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윌리엄 M. 레디 《감정의 항해》,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테리 이글턴 《우리 시대의 비극론》, 에리히 아우어바흐 《미메시스》, 장정일 <삼중당 문고>, H. G. 웰스 《투명인간》, 황정은 <모자>, 손홍규 <투명인간>, 성석제 《투명인간》, 《눈먼 자들의 국가》, 천명관 <우이동의 봄>, 이문구 <공산토월>, 김희업 <통증의 형식>, W. G. 제발트 《현기증. 감정들》, 전성태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최정례 <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 김승옥 <다산성>, 필립 로스 《에브리맨》, 송경동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한강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김소진 <쥐잡기>, 최수철 《포로들의 춤》, 황정은 <웃는 남자>, 페르난두 뻬소아 《불안의 서》, 바르가스 요사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야콥 타우베스 《바울의 정치신학》, 황석영 《수인》, 박영한 《왕룽일가》, 성원근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 은희경 <별의 동굴>, 김소진 <자전거 도둑>, 윤대녕 <연>, 김훈 <즈녁 내기 장기>, 넬슨 만델라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엔도오 슈우사꾸 《바다와 독약》, 《침묵》
ps2. 책에 언급되어 있는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임흥순 감독 <위로공단>, 홍상수 감독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켄 로치 감독 <엔젤스 셰어>, 김종관 감독 <최악의 하루>,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허우 샤오셴 감독 <비정성시>, <펑쿠이에서 온 소년>, <동동의 여름방학>, <동년왕사>, <연연풍진>, 에리끄 로메르 감독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홍상수 감독 <하하하>, <북촌방향>, 로베르 브레쏭 감독 <무쉐뜨>, 홍상수 감독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이창동 감독 <초록물고기>, 끌로드 란즈만 감독 <쇼아>, 키드랏 타히믹 감독 <향기 어린 악몽>, <누가 요요를 만들었나? 누가 월면차를 만들었나?>, <투룸바>, 다르덴 형제 감독 <내일을 위한 시간>, 허우 샤오센 <자객 섭은낭>, 차이 밍량 <하류>, 허우 샤오센 <남국재견>, <밀레니엄 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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