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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7년 09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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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598g | 170*240*20mm |
ISBN13 | 9788954647199 |
ISBN10 | 895464719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3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오랜만에 두고두고 자꾸 펼쳐보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났다. 지난 가을에 교보문고에서 보고 파랑이 인상적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팟캐스트 <클래식 클라우드> 올라온 방송을 듣게 되었고 방송을 듣고 나서 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바로 했다. 진행자인 김태훈씨가 인상만으로도 예술예술예술 하다는데 실제로 보면 어떤이미지일지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음대나 미대 출신같은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인상인가 보다.
까탈스럽고 예민할 것 같았는데 방송에서는 목소리도 차분하고 굉장히 자연스러웠다.그렇게 연배가 많은것 같지 않은데 목소리에 남다른 에너지가 있었다. 프로필을 안 보았다면 성악전공했나? 싶을만큼 발성도 깊이 있고, 중성적이면서 차분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어지간한 아나운서나 진행자 빰치는 목소리였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애교섞인 말투나 힘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귀에 쏙쏙 들어왔고 듣기에도 정말 좋았다.
책의 내용만 보면 아래 누군가 다른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글에서 풍겨나는 깊이가 놀랍고, 아주 예민한 감수성이 느껴진다. 철저하고 단단하고 깊이 있는 글이다.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에서 말하는대로 감수성 예민한 저자가 칼같이 단정한 문체로 써 내려간 기록이며 특히 바디우와 같은 철학자와도 바그너 이야기를 하는 등,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록이 아닐까.
아무리 프랑스에서 공부했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깊은 대화들을 바디우 같은 석학과 프랑스어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프랑스에서 태어났거나 유년시절을 보낸게 아닐까 싶다.
바이링구얼 수준이 아닌 이상은 이런 대화는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바디우 책들이 꽤 많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바디우가 소년 시절에 바그너를 접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알 수 없는 이야기라 나 역시 바그너 음반을 꺼내 들었다.
프랑스 인이 아닌 다른 인터뷰이들 보면 영어나 독일어로 나눈 대화인것 같다. 정말 더 놀랍다. 몇 개 국어를 그냥 구사하는 그 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고 솔직히 정말 부럽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외국어 교육에 고심하는 중인데 부모님이 저자를 어떻게 키웠는지도 무척 궁금하다. 외국어 욕심이 있어 한 언어라도 익혀보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비결이 궁금할 것이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저자 인터뷰가 나온다. 해외파인지 5-6개 국어를 너끈히 하는것 같다.)
각설하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바디우 말고도 인상깊은 인터뷰들이 많다.
피에르로랑 에마르와 프랑크 브랄레, 플로랑 보파르의 인터뷰가 정말 놀랍다.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피아노는 그저 악기일 뿐이라고 하고, 프랑크 브랄레가 2차 세계대전을 말하며 음악은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것 같다고 고백하는 순간은 어떤 프랑스 유명 철학자 못지 않게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플로랑 보파르는 참 선한 인상의 피아니스트인데 부상으로 피아노를 못 하게 된 시간을 담담하게 복기하면서 후회가 없다고, 남김없이 사랑했기 때문에 후회없다고 말하는데 달관한 철학자를 뺨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이야기를 실제로 직접 들으면 어땠을까? 나중에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의 에피소드나 비하인드 등을 들려주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지휘자 정명훈의 인터뷰는 읽다보니 3년 전인가 한참 논란이 났을 때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에 답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당시 과도하게 쏟아지던 몸값 논란에 클래식을 좀 듣는 사람들은 정말 불편한 마음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오디션을 가장 싫어하고 내켜하지 않은 것이 정명훈이었다. 당시 언론은 마치 정명훈이 오디션을 빌미로 단원들의 생사권을 쥐고 전권을 휘두르는 독재자로 오케스트라를 사유화했다고 했는데 기레기들은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막 써갈기나보다.
작곡가 진은숙의 인터뷰도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작곡가로서 갖는 압박감과 스스로에 대한 철저함이 잘 드러나있다.박찬욱의 인터뷰 중 미래의 세대를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참 인상깊고 봉준호가 세월호참사 이후 불면에 시달리며 펑펑 울면서 고통스러워했다는 내용이 인상깊다.
현대미술가 박찬경의 인터뷰 중에서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 생태계라는 부분도 시사하는 지점이 많다. 새로운 정권에서 예술정책을 펴내는 사람들이 이런 예술가들의 진짜 이야기를 좀 듣고 귀기울여서 탁상행정이 아닌 현실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
예술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좀 듣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을 것 같고 예술에 관심많고 알고는 싶은데 막상 공연장에 가거나 전시회에 가기에는 문턱이 높은것 같은 사람들에게 그 문턱을 낮춰줄수있는 책이다. 이 책 읽고 나서 아이랑 가려고 서울시향 공연을 찾아보고, 조성진,조수미,임선혜 공연 스케줄도 찾아보게 되었다.
외국어를 좀 하거나 업으로 삼은 사람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최소 3-4개 국어 구사자로 보이는 저자가 어떻게 외국어를 익혔는지, 인터뷰를 진행했는지, 단순히 말을 잘해서 이게 가능했는지 궁금해질 책이다.
인터뷰라는 그 짧은 허락된 시간동안에 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지, 저자의 지적능력도 부럽지만 우선 감수성 지수도 대단한 것 같아 그게 참 부럽고 신기하다.
이제 초등학생인 내 아이가 이렇게 자유롭게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 내 아이와 영어공부 때문에 여러가지로 충돌이 많았는데 이 책의 몇몇 챕터를 보여주었다. 아이가 직접 뭔가를 느끼고 영어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나도 그 답을 다 해주지 못해 답답한 구석이 있었는데 눈빛이 좀 달라진 것 같다.
내 아이가 잘 자라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다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에게 예술가로서의 진심어린 고백과 교훈이 될 이야기를 듣는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 그렇겠지만 대체 어떤 엄마가 이렇게 키우나, 엄마의 써포트만으로 이렇게 키우는게 가능할까 궁금하면서 어떻게 자란걸까 궁금하고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피아노만 전공한 건지 다른 악기를 좀 다루는지 현악기 다루는 바이얼린, 첼로연주자에게도 좋은 질문을 많이 던진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그걸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 주어서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도 있으니 엄마들이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예체능 전공 선택한 게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서 어떤 자세를 갖고 살아야 훌륭한 거장이 되고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진실성과 그 치열함을 속속들이 전달해주는 책이다.
"예술"을 강조한 책인데 읽다보니 교육적으로도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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