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라이동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는 오늘까지 버텼다. 다행히도 그는 인생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이 좋은 책이 수십 판을 찍어 내어 베스트셀러가 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추천할 기회를 얻은 것은 실로 얻기 어려운 행운이었다.
우리의 출판계는 그동안 수많은 입지전적인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땅에서 나고 자라서, 우리도 함께 역경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애써 싸워 가며 자기 존재를 드러낸 사람의 실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종종 고민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고무신 신고, 아니 맨발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던 흑백의 어린 시절을 내 아들에게 전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우리가 지내왔던 힘들고 어려운 나날들을 어떻게 해야 나의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정말로 부끄러웠다. 나의 고생담은 라이동진이 보기에는 얼마나 행복할 일이었을까!
1999년에 ‘10대 걸출청년상’을 받은 라이동진은 소박하면서도 사람을 자연스럽게 감동시키는 필법으로 이 책을 썼다. 보통 사람은 차마 상상할 수 없는 그의 40년 이야기를 감동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우리 타이완의 대다수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의식주 정도는 걱정 없이 지내 왔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절에, 놀랍게도 어떻게 이런 가정이 있었을까. 또, 그런 비참하고 굴욕적인 생활 가운데서도 어떻게 똑바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 글을 읽고 나서 정말이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두 손으로 받아 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섯 살 어린 라이동진이 심한 모욕을 당하는 부분을 읽을 때, 또 ‘내 아버지는 눈먼 거지이고, 내 어머니는 지각장애에 정신이상이었다’고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 출생과 동시에 공동묘지에서 생활하며 죽은 자의 옷을 입고 끼니조차 잇지 못하는 치욕과 모욕과 비참함의 생활들을 읽어 나갈 때 동정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크게 소리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다른 사람보다 인생의 출발점이 아예 한 바퀴쯤이나 뒤져 있는 라이동진에게 마음속으로나마 큰 소리로 힘내라고 한없이 응원하게 되리라 믿는다.
나는 라이동진과 그의 아버지가 어떠한 고초를 겪더라도 남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마음 씀씀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라이동진의 아버지는 스물두 살에 눈이 멀었다. 그리고 지각장애 아내와 열두 자녀를 두었다. 몸을 누일 거처도 없이 사방을 떠돌아다니며 구걸하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가난과 고초도 그들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만약에 한 가정에 있어 성공의 정의가 바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들 일가족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다. 눈먼 거지 아버지는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아이들을 훈육하였다. 라이동진은 촌음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고 자신을 격려하며 힘을 키웠다. 그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모든 굴욕을 삼켰다. 그리하여 그가 삼킨 굴욕은 오히려 역경을 헤쳐가는 견인차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우리들을 깊이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가난이 곧 부끄러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환경이 다른 사람보다 못할 때에는 분노보다는 분발을, 운명에 체념하기보다는 그것을 개척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진정한 결함은 환경의 악조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신감과 용기를 잃는 것임을 알게 한다.
라이동진은 땅바닥을 기면서 삶을 구걸하던 어린 거지에서 직원이 50명도 넘는 한 공장의 공장장 겸 매니저가 되었다. 그간의 유랑 생애는 그로 하여금 이 세상에는 절대로 요행이 없다는 것과, 단지 자신의 노력만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매 순간의 필사적인 노력은 마치 단단한 벽돌과 같아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의 인생을 위해 쌓여졌다.
그의 인생 역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진리를 웅변으로 보여 준다.
‘무릇 눈물을 파종하면, 반드시 기쁨을 수확하느니라!’
후즈창 (중국 국민당 중앙문화국장)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중요한 일을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심지를 어렵게 한다. 그의 육체를 힘들게 한다. 또 배를 주리게 한다. 그의 집을 가난하게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순조롭지 않게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의 의지를 불사르고 성정을 굳건하게 하여 그에게 결핍되어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다(《맹자》 고자 하편)’라고 일렀다.
라이동진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라이동진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고초와 분투로 이어졌던 그의 인생 여정이 바로 맹자의 이 말을 가장 잘 생동적으로 묘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동진의 부친은 두 눈을 다 실명했다. 어머니와 큰 동생 역시 정신과 지각에 이중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의 일가족은 거처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구걸로 연명했다. 라이동진은 맏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동냥을 하며 살아야 했다. 일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일 외에도, 그는 중증장애의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어리디어린 동생들까지도 다 돌보아야 하는 책임까지 어깨에 걸머져야만 했다.
비록 어려서부터 세상 사람들의 경멸에 찬 눈초리와 야유 섞인 말들 속에서 생활해 오긴 했지만, 라이동진은 하늘도 사람도 원망하지 않았다. 자포자기하지 않고, 낮에는 학교에 갔고 밤에는 구걸을 하면서 공부했다. 하루에 겨우 서너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는 이런 극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해마다 의연히 학급 반장으로 뽑혔다. 또 학업성적은 항상 1등이었다.
이는 바로 남보다 뛰어난 의지력 때문이었다. 그는 의지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극복하고 개척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가정도 원만하고 행복하게 꾸렸다. 마침내 그는 1999년 ‘10대 걸출청년상’을 받는 영광과 영예를 안았다.
라이동진은 소박하고 질박한 필체로, 그렇지만 흥미진진하게 그 반생의 여정을 《달려라 거지야》라는 책으로 묶었다. 넘기는 장마다 웃음과 눈물로 짜여진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는 우리의 삶 곳곳에 숨어 있는 갖가지 잔혹함과 모진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나아가 고난을 초월하여 위로 올라가려는 강인함과 끈기 뒤에는 희망과 꿈이 버티고 있다는 것도 증명해 주었다.
물론 고난은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꺾을 수 있다. 고난은 사람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라이동진은 자신의 이야기로 “고난을 받는 사람은 비관할 권리도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고난의 시련을 겪어 본 사람만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삶의 기적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달려라 거지야》, 바로 이처럼 우리의 의지와 심성을 연마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라면, 나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뤄웬자 (타이완 문화건설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