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읽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아빠가 책을 읽어주실 때는 너무 좋다. 아빠 옆에 누워서 아빠 냄새를 맡으며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면 웬지 모르게 신이 난다. 아빠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게 좋다며 일찍 집에 오시는 날은 꼭 책을 읽어주신다. 이번에 읽어주신 책은 '오줌 지도'란 책이었다.

 주인공 범도는 잘 때 이불에 오줌을 쌌다. 나는 오줌을 똑바로 못 눈다고 혼 날때는 있지만 잘 때 이불에다 오줌을 싼 적은 없다. 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듣거나 겁이 날 때, 몸으로 심한 장난을 칠때는 오줌이 나오기 때문에 난 범도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범도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

 범도는 할머니 집에 가서 아토피가 나았다. 나도 할머니 집에 간 적이 여러번 있지만 아직도 아토피가 있다. 내 생각에 나는 날이 갈수록 아토피가 심해지는 것 같다. 한 번 가려우면 피가 나도 계속 긁어 엄마는 약을 발라주시며 어떻게 하냐고 걱정해 주신다.

 나는 엄마없이 할머니 집에서 지내야 했던 범도를 보고 불쌍했다. 엄마없이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한 할머니도, 그렇게 한 아빠도, 아무말도 안한 엄마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엄마없이 자는 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을 벌인다면 나는 무서워 울며 쓰러질 것 같기 때문이다. 범도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하는 어른들은 공평하지 못하다. 

 나는 엄마가 화를 낼때는 슬프고 나도 화가 나지만 엄마없이 지내는 것은 더 슬프고 더 많이 화가 난다.

 나는 알고 있다. 아토피는 그냥 있어도 가렵지만 짜증나고 화가 나면 더욱 가렵다는 것을.

 할머니 집에서 범도는 동네 아이인 만복이를 만났다. 만복이는 범도의 오줌지도를 그린 공책의 그림을 보고 보물지도라고 했다. 범도는 그 말을 듣고 창피해서 오줌지도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복이와 보물을 찾으러 산으로 갔다. 나는 이 장면이 정말 너무 재미있고 웃겼다. 그래서 우리 아빠랑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모른다. 

 범도는 오줌지도가 창피해도 만복이와 산으로 갈때는 사실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 할머니가 늦었다고 산으로 가지 말라고 했을때도 범도는 자기 마음대로 산으로 갔었다. 그래서 위험해졌다. 나는 창피해도 사실을 말하고 할머니가 위험하다고 하면 꼭 할머니 말을 들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우리 할머니도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주신다. 늘 "똥강아지!"하시며 나를 껴안고 뽀뽀를 해주신다. 다음에 할머니 집에 갈 때는 내가 더 많이 할머니를 안아주어야겠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렇게 긴 책이 아니었으면 내가 혼자 읽었을 것 같을 정도로 좋다. 그래도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라 더 재미있고 기억에도 잘 남는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아빠가 되면 나도 이 책을 내 아들에게 읽어줘야겠다.

방학을 하고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내 눈에는 왜 항상 똥, 방귀, 오줌… 이런 것들만 잘 보이는 걸까? 내가 방귀이야기, 똥이야기, 오줌이야기를 좋아해서 일까? 이번에도 나는 제목만 보고 신 나는 상상을 하며 <오줌 지도> 책을 빌려왔다. 물론 나의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책이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범도는 나처럼 서울에 살지만 나랑 달리 아토피도 있고 야뇨증

이 있어 밤에 오줌 지도를 그린다. 바쁜 범도의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께서 범도

를 돌봐주시는데 할머니께서 모든 것을 눈감아 주는 대신 방학에 할머니와 시

골로 내려가자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범도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골로 내

려가게 되지만 범도는 시골에 내려가서도 여전히 이불에 오줌 지도를 그린다.

그런데 새로 사귄 친구 만복이는 범도가 공책에 그린 오줌 지도를 보물 지도로

착각을 하고, 그 때부터 둘이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가끔은 착각도 꽤 쓸모가 있나보다. 만복이의 착각 덕분에 보물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심심하고 시시하게만 느껴졌던 시골 생활에서 친구도 사귀고, 오줌 지도 덕분에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범도의 몸도 건강해졌다. 더욱 신기한 것은 범도가 더 이상 오줌 지도를 그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에서 평생 보물을 찾아 헤맸다는 할아버지를 만나 산삼도 찾게 되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나는 범도 할머니의 말씀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바로 진짜 보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범도 할머니께서 진짜 보물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산삼 같은 것이 보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진짜 보물은 무엇일까? 범도 할머니께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 ‘건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에게는 그 건강과 같은 것이 바로 ‘가족’이다. 범도 할머니 말씀처럼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말이다. 산삼보다 훨씬 더 귀하고,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가족. 범도에게 최고의 보물이 건강이라면 내게 최고의 보물은 바로 가족이다.

오줌 지도가 보물 지도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범도와 만복이의 보물찾기 대소동 덕분에 진짜 보물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오줌 지도를 그리지 않는 내가 조금은 아쉽다. 나도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싶은데 말이다. 동생이랑 좋아하는 스티커들을 집안 곳곳에 숨겨두고 둘만의 보물찾기라도 하며 아쉬움을 달래봐야겠다. 오줌 지도를 그리는 친구, 더 이상 그리지 않는 친구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서울로 돌아간 범도는 더 이상 오줌 지도를 그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까?

  현호는 매일 밤에 오줌을 싸서 할머니에게 혼났다.

  나는 어릴 때 오줌을 이불에 쌌는데 엄마가 이불을 빨아 주셨다.

 그래서 나는 그 이불을 다시 썼다. 오줌 냄새가 나지 않고 좋은 냄새가 나서 엄마한테 고마웠다. 행복한 밤이었다. 

  범도야!

  그동안 밤에 또 오줌을 싸면 어쩌나 걱정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하지만 그동안의 일들이 오히려 약이 되었을 거야. 나도 어렸을 때는 자주 이불에 오줌을 싸기도 했었어. 그 때는 악몽 같았던 일이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기억도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

  과연 그 오줌 지도 그리기가 악몽만으로 끝난걸까? 그 오줌 지도를 통해서 너는 탐험을 떠나게 되었잖아. 나는 오히려 네가 너무 부러워. 너의 탐험은 뭔가 신비로웠던 것 같아. 왜냐하면 오줌을 싸면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할아버지께 오줌 지도를 받아서 보물을 찾으러 가잖아. 이불에 오줌을 싸는건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흥미롭고 신나는 탐험을 하게 되었으니 악몽은 절대 아닌게 분명해.

  그런데, 탐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넌 처음에는 아토피도 있고, 많이 아팠어.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골고루 잘 먹는 건강한 아이가 되었잖아. 탐험에서 보물을 찾지는 못했지만, 너는 이미 더 소중한 보물을 찾은거야. 이 세상에서 건강만큼 귀중한 보물은 없거든.

  네가 계속해서 건강한 모습을 지켜 나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오줌 지도를 그렸던 악몽은 좋은 추억으로 바뀔거야. 건강하고 활기차게 자란 너를 기대해 볼께.

건강을 사랑하는 서윤이가

*** 김서윤 어린이 독후감을 엄마가 등록합니다. ID-tally0225는 엄마 "김경원"의 ID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