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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09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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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46.42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4만자, 약 3.9만 단어, A4 약 7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71391006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늘 최진석 교수님의 책을 읽는다. 그 내용도 좋다. 그러나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나는 경계에 있을 때만 오롯이 ‘나’다. 경계에 서 있으면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미래로 몸이 기운다. 미래가
열리지 않는 것을 한탄하지 마라. 내가 그저 한쪽을 지키는 성실한 투사임을 한탄하라. 경계에 서 있는 상태를 자유롭고 독립적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내가 잘 하는 일에 계속에서 머문다. 그러면 말 그대로
정해진 틀을 지키는 문지기 개다. 거기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경계로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로 그곳은 창의적이고 혁명적이고 혁신적인 곳이라 생각된다.
노자는 자연의 운행과 존재 형식을 모델로 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 즉
성인은 불언지교不言之敎를 행한다고 말한다. 이 불언지교는 노자 사상의 핵심인 무위無爲적 행위 가운데
한 유형이기도 한데, 불언이라고 해서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가르침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언言은 개념적으로 규정하거나 정의를 내리는 방식의 언어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언의 가르침은 개념적으로 규정하거나 내용을 정해주는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쓰레기를
주우라거나 때리지 말라는 지시적 가르침과는 다르다. 개념을 규정하지 않고, 행위의 내용을 지시하는 형식이 아니다. 차리라 그냥 쓰레기를 버렸다거나
자료가 없다거나 하는 사실만을 알려준다는 말인 듯 하다. 사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보는 관점은 다양해서
모두 주관적인 말들이 나오곤 한다. 불언지교라는 것도 객관적인 사실만을 말하고 인지하는 그러한 교육
방식인 것 같다.
정해진 틀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로 이끌어 가는 것은 힘이 든다. 익숙해진
곳을 떠나는 것도 힘들다. 우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고난이 될 것이다. 혼자이기를 두려워하는 자는 ‘먼저 온 자’가 될 수 없다. 모든 창조는 이 두려움을 가벼이 건너뛴 사람의 몫이다. 늑대의 털이 아무리 따뜻해도 쓸쓸한 눈빛을 데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쓸쓸함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초한 것이므로 늑대에게는 ‘힘’이다. 이 ‘힘’을 가진 자는
따뜻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고, 성큼성큼 나아간다 “사람들이
몰라줘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란 공자의 말이 이런 뜻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왜 쓸쓸한가? 혼자이기 때문이다. 고독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곳 안에서 ‘우리’로 지내는 일이 이미 생명의 활기를 놓친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나는 그 우리를 벗어나 혼자가 될 수밖에 없다. 변화를 놓친 맥 빠진 우리들의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자태를 지키면서도, 나는 그저 쓸쓸할 뿐이다. 그래서 장자는 최고의 인격을 이렇게 표현한다. 봄날처럼 따뜻하면서도, 가을처럼 처연하구나.
노자는 알기 어려운 신기한 그릇이라고 나라를 정의했다.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 분명함에 빠지면 신기한 그릇을 다루는 일에서 쉽게 패배한다고 강조한다.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이다. 이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여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 진위나 선악에 대한 판단도 모두 거기에 의존한다.
문제는 선악 판단이 명료해지면서 이것이 도덕적 우월감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일은
적을 하나 줄이고, 친구를 하나 늘리면서 해나가면 성공한다. 하지만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순간, 친구가 하나 줄고 적이 하나 늘기 쉽다.
확고한 마음은 팽창력 보다 수축력이 강한 탓이다. 따라서 미래적이기 어렵고 과거적이기 쉽다.
도덕적 우월감은 자신이 조작한 것이다. 확고한 마음도 조작물이다 조작물에
의해 자신이 지배된다면,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처지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은 조작물의 대행자로 존재할 뿐이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조작물의 수행자나 대행자로 존재하며 분열되어 있으면 진실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쉽게 자기 밖의 무슨 물건이나 자기 밖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정당화하곤 한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걸 지금 깨달았다.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인간으로 성숙해 가려는 수양은 모두 다 ‘확고한 마음’을 줄이거나 소멸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무념무상’이나 ‘무아’니 ‘관조’니 ‘무소유’니 하는 것들이 그렇다고 한다. 이
‘확고한 마음’이 사라지면 폐쇄적인 틀도 함께 사라져서 자신이 온전한 자신으로 들어나지
않고, 그렇게 되어야 세계를 보고 싶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래야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사람은 정해진 틀을 지키려 애쓰기 보다는 그 틀을 돌파하여 전진하려고 애쓴다.
훈고의 기풍 속에서 편안해 하기 보다는 비록 불안하고 어색하고 생경하더라도 창의적 기풍 속으로 스스로 진입한다. 학습된 사랑을 착실히 수행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사랑을 과감히 시도한다 기준을 수용하여 지키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기준을 생산하려 덤빈다. 우리가 구사하는 논리에 빠지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꿈꾼다. 혁명의 기억으로 핏발을 세우기보다는 힘 빠진 눈으로 관조에 빠진다.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데에 빠지기보다는 우선 정해진 구조를 돌파할 나만의 동력을 발동시키는 데에 몰두한다. 분석이나
비판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직접 행위자로 나선다. 이것이 사람으로 사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가치관가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산다. 적어도
이렇게는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부모는 대개 선의 때문에 자식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자식이 잘못될까 봐 하는 염려는 아무리 봐도 자식이 미덥지 않은 탓이다. 바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삶을 이뤄 나가는 주도권을 자식에게 돌려 줘라.
자식에게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귀착되도록 해야 한다. 백성들에게 自律과 自正 그리고
自定의 능력과 자부심을 돌려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바로 통치의 주도권과 동기가 백성들에게서 출발하는 정치다. 이것이 바로 無爲의 통치가 아니겠는가 노자는 이런 통치 구조 속에서라야 모든 일이 잘 다스려지는 無不治의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애로움, 검소함, 앞서려고
거칠게 나서지 않는 것
자애로움도 없이 용감하거나, 검소함도 갖추지 않고 넓히려 하거나, 물러서서 덕성을 배우지 않은 채 앞서려고만 하면 바로 죽음의 길이다. 도덕경 67장
우리는 보통 대립된 두 면 가운데 하나를 취하는 데 익숙하다. 이쪽이
아니면 저쪽을 택하면서 상대방에게도 그러기를 은연중에 강요한다. 한쪽을 택한 후,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순수하고 절실하고 진실한 삶의 태도로 여기기도 한다. 이단이나 극단적 근본주의는 다 이런 곳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두
면을 동시에 장악하거나 두면 사이의 경계에 처하지 않으면 전면적 인식이나 진보적 삶은 구현되지 못한다. 한쪽을
택하면 과거에 박히고 경계에 서면 미래로 열린다. 한쪽을 택하면 이념화되기 쉽고 경계에 서면 생산적인
효과를 낸다. 한쪽을 택하면 얼굴에 짜증기가 새겨지고 경계에 서면 밝고 환해진다.
나에게는 한 가지 간절한 기다림이 있다. 단 한 명이라도 가장 근본적인
면에서 철저하게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자기가 꿈꾸는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나도 나 자신에게 그 정도로 정련된 나를 만나게 해주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그런 사람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바로 세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세계를 감동시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 꿈이 자기가
되지 않는 사람, 꿈이 머리와 입에만 있는 사람은 그 꿈을 절대 이룰 수 없다. 시대의식을 장악하고 헌신하는 사람, 지적인 삶을 거기에 바치려는
사람은 시대의식이 곧 자기가 되는 사람이다.
우리는 가끔 눈대중으로 계산 속에 빠져서 도약 같은 것을 아예 꿈조차 꾸지 못한다. 주변 조건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나
현재를 돌파하는 일은 눈대중이나 계산을 벗어나는 일이다. 바로 꿈이다.
문제는 꿈을 꾸느냐 안 꾸느냐다. 꿈을 꾸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꿈을 향해 무모함을 감당하느냐, 감당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결국은 손발을 움직이는 일이다. 행동이다. 무모함을 통과하지 않고 빚어진 새로운 역사는 없다.
지식인에게 사회적 사명이 있다면 자기가 속한 세상이 전진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일에 몰두하는 거이다. 정해진 답을 찾거나 주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것들이 철 지난 것임을 인식하고 아직 포착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그리 복잡한 말이 아니라 그저 상식을 뿐이다. 그런데 어떨
때는 상식이 제일 어렵다. 답을 찾는 일은 논증이지만 문제를 발견하는 일은 세계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그 문제를 발견할 수도 없으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순서가
거꾸로 아닐까? 스스로의 주위를 살펴보고 지금과 그 전 그리고 이후의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대두될지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생각이 작동하는 순간 이미 정해진 모든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움직이게
된다 몸은 기존의 틀 속에 있어도, 눈은 다가오는 새로운 빛을 본다.
다가오는 세계의 빛을 본 눈은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게 만든다. 여기서 만들어진 기울기가
바로 누군가를 최초로 만들고 철학자로 만든다. 생각이 빚어낸 기울기,
철학의 터전이다. 인간으로서의 탁월함이 등장하는 텃밭이다.
이 탁월함은 인간을 창조자로 만들고 독립의 기풍을 선사한다.
장자기 보기에 최고 단계의 인격이 하는 사고 활동은 “사물이 사실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다르지, 거기에 자신의 사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장지, 응제왕) 것이다. 전형적으로
수동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관조적 사고 활동이다. 드러나는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정비된, 혹은 텅 비운 마음의 상태를 장자는 심재라고 칭한다. 세상을 보는
눈은 다양하다. 사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보는 대로 보는 것이다. 자신을 감각의 제한 속에 두지 않는다.
마음속에 이미 구축된 기준을 적용하려 애쓰지 않는다. 어떤 가치나 체계가 개입되지 않는 ‘사실’의 세계에 자신마저도 그저
‘사실의 덩어리’로만 남겨 둔다. 거기서 자신은
세계의 진실과 비로소 만난다. ‘유동적 전체성’을 자신이
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고 활동을 아리스토렐레스나 스콜라주의자들은 모두 ‘관조’라 불렀고, 이
관조적 활동 혹은 관조적 삶이 인간 안에 신적인 어떤 것을 실현하는 일로 다루어졌다. 가장 궁극적이며
최고의 차원에서 인간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나 장자에게 ‘여가’는 바로 인간 존재의 궁극처가 작동하는 것이자, 자아실현의 최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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