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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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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0.69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33.6만자, 약 8.3만 단어, A4 약 21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37479250 |
2024년 10월 1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읽는 동안에는 이게 뭔가 싶은데, 다 읽고 나면 그만 먹먹해진다. 그런 것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헤매었던 것이구나, 그래서 내가 머물렀던 것이구나...... 내 마음이 그렇게 흔들렸던 것을 뒤늦게 깨닫는 심정으로.
또 이 작가의 표현 방법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 정도로 계속되면 지루할 법도 한데, 신기한 노릇이다. 내가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명확하기만 한 것에는 지나친 자만이나 무시하는 태도도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니 자신없는 듯 분명하지 않은 듯 망설이는 듯 표현하는 작가의 문체가 더 좋아진다. 이런 게 바로 매력일 것이다.
고아, 부모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결국 고아가 된다. 나이가 적고 많고의 차이가 있을 뿐. (아, 고아가 아닌 채로, 부모를 남겨 둔 채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자식도 있으니 모든 사람이 고아가 되는 것은 아니겠구나. 그 경우는 고아보다 더 슬픈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이만큼의 나이를 먹었음에도 아직 고아는 아니다. 엄마가 살아 계시니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 상태는 어떠한 것일까. 내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만으로 감히 추측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어려서 부모를 다 잃은 사람의 마음은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특이한 배경 설정이라고 보았다. 어려서는 상하이에서 살았던 주인공이, 갑자기 부모를 모두 잃고 영국으로 가게 되고, 그리고 영국에서 자라 어른이 되고, 다시 부모의 흔적을 좇아 상하이로 왔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일생. 전개되는 이야기도 색다르다. 다른 소설들에서 중요하게 다룸직한 사건들은 이 소설에서는 모두 생략된다. 대신에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들을 중요한 것처럼 다루면서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 흐름이 몹시도 재미있다. 이런 재미를 느끼면서 읽고 있는 내가 다 신기하다. 내 독서 이력에 이런 경험이 있었던가.
역사조차 슬쩍슬쩍 끼어 드는 모습이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유럽 특히 영국의 분위기나, 1930년대 후반의 중국의 실상, 그 시절 일본이 중국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나 장제스의 통치 형태가 문득 드러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런 배경들이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 점에 있어서 작가는 참으로 불친절한데, 나는 그게 더 좋다. 그 멀찍이 물러서 있는 거리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우리에게도 이만큼 친절하지 않은 것이다. 그걸 모르고 친절을 기대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배려에 홀로 절망하고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끼곤 했던 것이다. 고아라면 더 빨리 더 자주 느꼈을지도 모를 상실감까지.
세라에게 유혹되어 함께 마카오로 가겠다고 했을 때의 주인공은 참 마음에 안 들었다. 남자는 정녕 유혹하는 여자에게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여자의 유혹은 모든 남자에게 유효한 것일까, 뭐 이런 유치한 의문도 일으켜 보았다. 마지못한 상황 때문에 끝내 유혹되지 않은 게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전개이기는 했지만, 아무리 고아라도 세라 같은 여자, 참 마음에 안 든다. 고아인 탓이 아닐 것이다, 세라라는 여자가 그런 성격인 것이었을 게다. 그걸 고아라서, 같은 고아 입장이라고 여겨서 주인공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라면 그 또한 그의 삶의 몫인 것이고. 상대를 파괴시키는 인물, 점점 더 용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나의 어린 시절, 그 행복했던 날들, 다친 기억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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