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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07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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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86g | 150*210*30mm |
ISBN13 | 9788984314818 |
ISBN10 | 8984314811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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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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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정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199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대중문화의 중심이었지. 지금 우리는 뭘까? 아무것도 아니야. 작은 유행 하나 만들어내지 못해.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데도 반항 정신이나 독립심조차 이전 세대에 못 미치지.”
소설은 바로 이 세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이들 세대를 표백 세대라는 새로운 용어로 지칭한다. 그리고 이들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물론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살고 있기도 한)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이다. 어느 정도 사회정치적으로 안정화되어 있고, 경제적으로도 생존과 관련한 불안정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모두들 믿고 있는 (어쩌면 그러한 믿음 자체가 존속 가능한 힘을 부여하는) 세상이다.
“...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던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채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이 세대의 중심에 서 있는 ‘나’는 학창 시절 우연히 ‘세연’이라는 이름의 한 여대생과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는 물론이려니와 빠지지 않는 학업 성적을 비롯해, 시쳇말로 표준을 훨씬 웃도는 스펙으로 무장한 그녀는 나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어느 날 ‘세연’은 캠퍼스 안에 있는 나지막한 연못에서 자살을 감행하고, 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휘영’ 그리고 ‘병권’은 나와 함께 ‘세연’이 남겨 놓고 떠난 파일을 획득한다.
“... 완성된 사회는 개인적인 성공에 대해 사실상 단 하나의 평가 기준만 지니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 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 가치를 갖고 있는가’가 된다... 따라서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젊은이는 부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증명하려면 돈을 버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 가치를 주장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를 놓고 벌이는 시합에서도 표백 세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완성된 사회는 가능성이 그만큼 고갈된 사회기 때문에, 부를 창출하는 능력에서도 성숙한 단계에 있다... 즉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하며, 그들에게 열린 가능성은 사회가 완성되기 전 패기 있는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표백 세대는 같은 세대뿐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사회 각 분야가 고도로 발전해 있고 표백 세대들이 가진 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불리한 게임이다...”
(조금 길지만 인용하기로 한다. 작가가 세연의 기록을 소설 속에 옮기듯 말이다.) 그리고 그 파일들에서 남은 세 사람은 이 사회에 대해 세연이 가지고 있던 생각 (그리고 남은 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은유의 기록)과 더불어 그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상의 진행 과정의 일단을 읽어낸다. 그렇게 그녀가 죽고 5년이 지난 후, 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그곳에서 죽은 지 5년이 지난 후의 세연이 모든 이들을 향하여 자살에 대한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 자살 선언자는 희고 완벽한 완성된 사회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점 얼룩이다... 자살 선언자들의 목표는 완성된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사회의 천박함과 불완전성을 고발하고 자신들이 품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있으며, 그 방법은 오로지 죽음이라는 완전한 거부뿐이다... 부모 세대가 만들어놓은 무대 위에서 하찮은 욕망을 채우는 데 시간과 열정을 허비하며 의미 없는 삶을 보내고 우리 세대가 별볼 일 없음을 시인할 것인가, 아니면 담대한 결단으로 그대 안에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우리를 비웃어오던 세상에 충격과 공포를 줄 것인가... 선택은 그대에게 달렸다.”
소설 전반이 품고 있는 묵직한 주제 의식은 미스터리한 구조와 일반적인 틀을 깨고 있는 형식에 의해 의외로 더욱 투명해지고 (비록 순수해보이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있다. 살아 남은 자의 기억과 죽은 자의 발언은 따로따로 진행되지만 적절하게 서로를 향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실명과 설정된 익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짝짓기의 유혹을 통하여 집중도를 높여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독자인 우리 모두는 죽은 세연의 선언으로 자꾸 끌려가는 소설 밖의 ‘나’와 죽은 세연이 자신의 죽음과 이후 자신을 따르는 많은 죽음에 부여하고자 하였던 의미로부터 벗어나고자 애쓰는 소설 속의 ‘나’라는 두 가지 동시적인 몰입의 경험 속에서 마지막까지 헤매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머릿속이 텅 빈 상태였다. 다만 철저히 보통 사람으로서 생활에 기반을 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동안 다양한 쾌감을 경험하였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주는 안도감과 이러한 안도감을 무력화시키는 패륜에 가까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력을 가진) 선언 사이의 충돌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하니 기자 출신인 또 한 명의 작가가 던지는 (김훈과 고종석이라는 좋은 소설가들이 그의 앞에 있다) 소설의 외양을 띤 이러한 선언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ps1. 문학 바닥에서 소문난 신형철이라는 문학평론가가 있다. 그의 책을 몇 차례 구매하려다 그만둔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사서 볼 시간이 된 것 같다. 출간된 문학상 수상작의 (이 소설은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뒤편에 붙는 추천의 말을 보지 않는 편인데, 소설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우연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신형철의 추천의 말을 보게 되었다. 정말이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이해가 바탕이 된 매우 적절하게 표현된 추천의 말이 아닐 수 없다. 위의 길고 긴 리뷰는 읽지 않아도 좋지만, 신형철의 이 추천의 말만큼은 읽어주면 좋겠다.
“...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향한 비범한 관심과 애정 속에서 탄생한 악마적인 논리이지만, 바로 그 관심과 애정 때문에라도 맞서야 할 논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평범하고 사소한 삶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자신이 창조한 이 파국적 저항의 논리에 맞선다. 작가와 작품의 격전. 톨스토이의 소설에서는 작가가 이기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는 작품이 이긴다. 이 소설에서는 어느 쪽이 이겼나? 어느 쪽이건 이것은 패자가 없는 싸움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ps2. 처음 수상 작가의 프로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겨레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문학상의 수상자가 현직 동아일보 기자라는 아이러니를 어찌할 것인고... 소설을 읽는 동안에 조금씩 고개가 제 위치를 찾아가지는 못했던 즈음,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했다. 그래 만약 동아일보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이 있다고 할 때 현직 한겨레신문사 기자가 쓴 소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한겨레신문사가 통이 큰 거지... 그리고 이제 소설을 모두 읽고 리뷰를 마무리하는 동안 고개는 완전히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제기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할만한 소설일 뿐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모든 잘못은 고개를 갸웃거린 내게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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