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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08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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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28g | 140*210*20mm |
ISBN13 | 9788954615662 |
ISBN10 | 89546156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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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1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예술의 절대성에 좌절하고 실패하는 개인들에 관한 소설이다.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여서 영화 피아노가 생각 나기도 했다. 물론 주제는 다르지만, 인부를 시켜 피아노를 옮기고, 피아노에 묻혀 개인의 자아가 발현되지 못했던 것 같은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나는 피아노 감독이 이 책에서 영향 받았을 거라 생각했다. 책은 하나의 문단으로 되어있어서 읽는데 지겨운면이 조금 있었다. 저자가 괴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책에는 글렌 굴드라는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가 등장한다. 그와 함께 두 친구 베르트하이머 와 나가 등장한다. 화자는 친구들의 죽음을 전해듣고 친구의 삶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한다. 세 친구는 모두 부잣집에서 나고 자란 피아니스트들이다. 셋다 뛰어나지만 굴드는 확실한 천재였다. 그래서 굴드를 처음 봤을 때, 베르트하이머는 위축되고 자신감을 상실하고 만다. 굴드 역시 그 친구를 알아봤던 걸까. 베르트 하이머에게 너는 '몰락하는 자'라는 별명을 붙인다. 굴드는 친구를 한 눈에 꿰뚫어본 것이다.
글렌 굴드는 51살에 뇌졸증으로 피아노를 치다가 죽었다. 금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천재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글렌은 예술 강박증이 있었다. 예술가답게 세 사람은 외부인과의 만남을 차단하고 혼자 쓸쓸히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베르트하이머는 더 심했는데. 그는 글렌을 만난 후로, 피아노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정신과학으로 도망친다. 그는 수 년간 쪽지에 글을 썼으나, 모두 태워버린다. 화자 또한 천재적인 자질이 있었지만, 글렌을 만나고 자신감을 잃었다. 그는 철학으로 도피해 글을 쓰려고 십년 넘게 노력하지만, 부족한 능력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베르트하이머와 글렌과 나. 우리 모두가 병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 예술주의라니! 이런 생각을 했다. 맙소사, 얼마나 미친 짓이야! P34
주인공은 베르트하이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울하고 괴상한 성격의 남자로 자랐다. 그건 다 그의 부모와 환경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베르트하이머는 부자 부모님이 경멸하는 예술가가 되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여동생을 소유하려 했다. 외로움 속에서 유일한 낙이었던 여동생은 40살이 넘어 오빠로부터 탈출한다. 결혼을 했던 것이다. 스위스의 화학공장을 운영하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베르트하이머는 자신을 두고 가버린 동생을 원망한다. 동생이 떠나고 그는 급격히 허약해지다가 동생에게 죄책감을 주려고 동생의 집 근처로 가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화자는 친구의 동생으로부터 부음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참석하기 위해 그가 살았던 지역으로 가서 여관주인과 만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성공하지 못하자 뒤늦게 자신의 길을 후회하고, 미친짓이라고 생각했다. 성공한 글렌도 미쳤다. 화자는 자신이 친구가 힘들 때, 등을 돌린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베르트하이머는 출세와 권위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없었다. 집이 부유했기 때문이었을까? 오직 글렌만이 그런 야망을 품고 있었다. 글렌은 친구를 라이벌로 봤던 것일까. 그후, 베르트하이머는 불행에 이끌렸다. 불행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어울렸다. 불행에 중독된 것이다. 그는 아포리즘이나 생각하면서 정신적 산물을 만들려고 시도하지만, 그건 정신 나간 짓이라고 했다. 그는 방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스스로를 가둔 것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헛소리. 서가는 교도소. 라면서 자신이 아포리즘 쓰는 사람이라는 개념 속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야, 인공물이지, 피아노 연주자는 인공물이야, 혐오스러운 인공물이지. 라고 그는 덧붙였다. P81
화자는 베르트하이머가 흉내장이였는데,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찾지 못하고 가짜 감정만 품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실패와 사랑에 빠졌다. 불행속에서 행복했다. 결국 그는 베르트하이머가 태어났을 때부터 몰락하는자였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생각하고 애쓰는 타입이 아니라, 우울과 실패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유형이었던 것이다. 속물적인 친구들을 초대해서 망상속에서 조율안된 피아노를 마지막에 연주했던 베르트하이머는 그 뒤 동생의 집으로 가서 자살했던 것이었다. 화자는 끝내 베르트하이머를 '막다른 골목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화자는 왜 이토록 자세하게 친구의 행적을 파헤친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역시 비싼 피아노를 팔았고, 철학속으로 도피해 글만 쓰면서 십 수년을 살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실패의 원인을 알고 싶었던 걸까. 그들은 인생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며 살지 못했던 것이다. 슈퍼천재였던 글렌만이 자신의 재능을 꽃 피웠지만, 그 역시 피아노가 되었다가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예술이라는 거대한 장벽앞에 인간이란 이렇게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란 말인가.
우리의 몰락하는 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몰락하는 자였어, 처음부터 몰락하는 자였다구. 그리고 우리 환경을 정밀하게 관찰한다면, 우리의 환경이 그런 몰락하는 자들로만, 베르트하이머와 같은 막다른 골목형 인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돼. P139
'우리는 사실 피아노이길 원해, 인간이 아니라 피아노이길 원하지, 평생에 걸쳐 인간이 아닌 피아노이길 원해, 인간으로부터 도망쳐서 오직 피아노이길 원하지만 그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소망이란 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
쉽지 않은 책이다. 어렵다기 보다는 약간 난해하고 진지하며 전개가 분명하지 않다.
글렌 굴드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친구를 통해서였는데,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라는 말에 '캐나다에도 피아니스트가 있었나?' 라고 생각한게 첫인상이었다. 내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친구는 글렌 굴드 특유의 옹알이 버릇하며 연주회마다 늘 가지고 다닌다는 이상한 의자와 바흐를 그 중에서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세계에서 가장 잘 연주한다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 이후로 차에는 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이 항상 놓여있다. - 그런 경우라면 CD를 한장쯤 사주면서 들어보라고 하면 좋으련만 - 사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의 연주를 들어도 그가 최고인지 아닌지 비교할 길은 없다. 다만 연주 중간 어디쯤에서 소름이 한두번씩 돋을때마다 최고이긴 한가보다 느낄 뿐이다.
오스트리아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단지 글렌 굴드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악이나 미술, 수학, 과학에 관련된 책은 유난히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 글렌 굴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는데 생각해보니 글렌 굴드가 궁금하면 그의 평전을 보면 될텐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장바구니에는 글렌 굴드대신 898페이지짜리 쳇 베이커의 평전이 담겼다. 아마 들고다니기 보다는 짊어지고 다녀야할 것 같다.
쇼펜하우어와 비트겐슈타인을 좋아하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별명은 '이야기 파괴자'라고 한다. 소설가 별명 치고는 괴팍하다. 마치 '생선을 싫어하는 고양이'나 '난 여자가 싫어'라고 말하는 남자를 보는 느낌이다.
몇가지 문제가 있다. 챕터도 단락도 없다. 챕터도 단락도 없는게 생각보다 꽤 불편하다. 문장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니 어디서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챕터도 단락도 없다는 이유로 어디서 쉬어야 할지 모르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장도 편하지 않다.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는데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참 이야기 하다가 다시 '나는 생각한다' 하면서 같은 내용이 서너번씩 반복되는 식이다.
가장 답답했던 건 화자인 '나'는 분명 여관 문앞에 서있었는데 책이 다 끝나가도록 아직도 여관 문앞에 서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좀 움직이면서 생각해도 될텐데 도무지 그럴 기미가 없다. 여관주인도 나올듯 말듯 하며 안나오는데 오랜만에 사무엘 베케트가 생각났다. 이번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한다면 꼭 볼 계획이다.
마지막은 저 유명한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공교롭게도 프루스트를 함께 보는 중인데 이젠 그 말이 꽤나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다는 말이 결코 쉬워졌다거나 즐기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프루스트파 소속의 고수를 한명 만난 느낌이 들 뿐이다.
여관 문앞에서 그의 내적 독백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천천히 반복적으로 흐른다.
어린 시절 세명의 천재 피아니스트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으로 호로비츠의 사사를 받기위해 모인다. 각각의 이름은 나와 베르트하이머 그리고 글렌 굴드다. 글렌 굴드의 바흐 연주를 듣고 나와 베르트하이머는 그 자리에서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한다. 나 같으면 최고의 자리는 포기하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연주를 하면서 평생 살 것 같은데, 천재들의 생각은 달랐다. 나는 스타인웨이를 어느 교사의 딸에게 선물해버리고 베르트하이머 또한 아끼는 피아노를 경매에 넘긴다. 손가락을 자르지 않은게 다행이다.
글렌 굴드는 51살에 자연사하고 베르트하이머는 얼마후 자살한다. 나는 베르트하이머의 흔적을 살피기위해 그가 지내던 사냥별장으로 찾아가는 중이다. 그의 사냥별장으로 가기 위해 베르트하이머와 잠자리를 갖곤 했던 여관주인이 운영하는 여관앞에 서있는 중이다. 문 앞에서 그는 생각한다. 세사람이 처음 만났던 때와 그 이후를.. 베르트하이머가 자살을 결심하게된 진짜 이유는 뭘까 생각한다. 여관 문 앞에 서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생각을 변주하면서..
누군가 내게 이 책을 추천할거냐고 물어오면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답하겠다. 네, 의식의 흐름 기법따위는 그냥 모른척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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