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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년 12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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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8쪽 | 188g | 110*178*20mm |
ISBN13 | 9791186602348 |
ISBN10 | 1186602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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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래도록) 늘' 같은 방식으로 사는 이유
<아무튼, 계속>을 읽고
아침에 눈떠서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일어났던 혹은 행했던 일들이 날마다 반복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종종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나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어딘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일상 더하기 일상은 삶과 같다는 공식을 따른다면, 언제까지 찜찜해만 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자신만의 일상을 찜하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 <아무튼, 계속>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위해 저자가 '시간 도둑에 맞서 루틴의 힘을 다루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먼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 가운데 수영과 영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무튼, 여름>을 쓴 김신회 작가와 마찬가지로 저자 또한 선생님의 통솔하에 함께하지만 물속에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 적당한 간격이 유지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기록 단축이나 경쟁 의식과 같은 승부욕은 버리고 우아함과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그야말로 '물아일체'가 되는 그 기분은 수영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듯하다.
적당한 거리감과 따뜻함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반복된다. 수영장은 이런 적당함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궁극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18쪽, 「수영」 중에서)
봄 기운이 느껴질 때면 저자는 연례 행사로 영화 『4월 이야기』를 본다. 대사를 외우는 건 물론이고 영화 속 카레밥의 맛까지 느껴질 정도이며, 기회가 될 때마다 일본의 영화 촬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이 영화를 계속 보리라 다짐한다. 몇 해 전부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계절감을 느끼고 챙기는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초등학생 시절 저자가 감명 깊게 본 『닌자 키드』라는 비디오에서는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는 기술을 터득하여 스스로가 만든 루틴을 지키는 데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참고 견디기보다는 체질 자체를 바꿔나가길 비장하게 권장한다.
늘 똑같은, 변함없는 하루를 바란다면 닌자처럼 스스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의 관성과 항상성은 별일 없이 사는 잔잔함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은 늘 변함없이 사는 일상의 궁극이라 할 수 있다. 장난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닌자다움이야말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필살 비기다.
(35~36쪽, 「닌자가 되고 싶었다」 중에서)
여기에 저자만의 경험칙인 '20분의 법칙'을 적용해본다면, 장시간 외출하고 귀가한 뒤에는 최소 20분은 옷만 갈아입고 무조건 집 안 정리를 하는 것이다. 야근, 회식, 운동 등 그 어떤 이유로 피곤하든지간에 예외를 두지 말 것, 예외는 방심하면 금방 퍼지는 잡초와 같다고 저자는 비유한다. 반대로 평온한 일상을 위해 가급적 피해야 할 세가지로 각종 모임(술자리 등)와 SNS 그리고 '초라한' 혼밥을 제시한다. 앞선 두 가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테고, 특히 '혼밥'을 끼니를 때우고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격식을 차려 먹는 연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필요가 있음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한강을 찾아가 반복될 일상을 위한 광합성을 하고, 시간을 이겨낸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옷을 사며, 인생을 함께할 기호식품으로 술과 담배 대신 콜라를 선택한 일들은 말 그대로 저자가 계속 하다 보니 인이 박인 것들이기도 하다. 그 중 장난감 청소와 놀이 그리고 NBA(미국 프로농구) 시즌 정주행에 관한 글에서는 자신만의 루틴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장난감 청소가 한 시간이나 걸리는 데에는 장난감의 먼지를 털어내는 단순 작업 외에도 장난감을 손으로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 하루하루 반복되며 쌓이는 시간들을 자신의 손끝과 머릿속에 기록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결벽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지키려는 행위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하는 저자 역시, 학창시절을 거치며 장난감과의 관계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도 『토이즈』, 『토이 스토리』, 『스몰 솔져』 등 장난감에 혼을 불어넣어 만든 영화들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자기와 같은) 부류와 소비에 방점을 찍는 키덜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키덜트족은 드론 같은 전동완구를 다루거나 일본 에니메이션이나 게임, 할리우드의 라이선스 제품들을 주로 '수집'한다. 즉 장난감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자신이 푹 빠졌던 대중문화 콘텐츠를 경배하는 것에 가깝다. 접근 방식부터 관심사 종목, 즐거움을 산출하는 코드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110쪽, 「장난감」 중에서)
책을 열면서 저자는 독자가 자기의 글을 읽어도 어떠한 효용을 찾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을 통해 그가 얘기하고 보여준 '계속력(繼續力)'은 특별한 재능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성실함'이라는 것을, 아울러 긍적적인 루틴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계속'이라는 가치임을 배우고 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앞서 말했던 시간 도둑, 즉 흐르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일상의 무게와 세월의 더께에 눌리지 않기 위해서 '아무튼', 어떤 일이든 믿음을 가지고 '계속' 해나가보려 한다.
일상이 소중한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유도 혼자만의 외딴섬이 되고 싶다거나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내 앞길만 보고 살자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늘 똑같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늘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 내 나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153쪽, 「*마누 지노빌리」 중에서)
*마누 지노빌리: 아르헨티나 출신의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소속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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