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꼬마 수사관 룰루에게 뜻밖의 의뢰인이 찾아온다. 바로 출석부를 도둑맞은 초등학교 선생님. 룰루 수사관은 불쌍한 노이베르트 선생님을 도와주기로 하고 동료들과 함께 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으르렁거리는 수위 아저씨, 자기 할 말만 떠들어 대는 학생들,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인 선생님들 사이에서 수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한마음인 동료들까지 흥분해 사방으로 흩어지고, 룰루 수사관은 동료들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또 사라진 출석부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약점 때문에 동료들은 계속 엉뚱한 것만 찾아온다. 계속 꼬이기만 하는 수사에 지친 룰루 수사관은 학교를 나온다. 그리고 저녁 때 노이베르트 선생님을 찾아간다. 선생님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변명을 하며 지저분한 거실로 안내한다.
알고 보니 노이베르트 선생님은 정리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로자가 안절부절못하며 잡동사니로 가득한 상자를 계속 긁어 댄다. 보다 못한 룰루는 로자가 찜한 상자를 열어 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낸 것은 바로…!
2권의 배경은 학교다. 그런데 룰루의 눈에 비친 학교의 ‘어른들’은 그다지 훌륭한 모습이 아니다. 룰루는 남의 입장을 헤아릴 줄 모르는 이기적인 어른들을 학교 사람들을 통해 풍자하고 있다. 화를 잘 내거나 어린이를 무시하는 어른이라면 뜨끔할 만한 인물이 여럿 나온다. 또 룰루는 “선생님도 우리처럼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p.78)고 말한다. 어른도 실수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안도하는 룰루의 모습도 완벽한 척하는 어른들을 찔끔하게 만든다.
출석부 사건을 해결한 뒤 룰루는 모차르트 악보를 찾아 달라는 음악 선생님의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어린이를 위한 수사관이라고요. 출석부와 책도 제대로 간수 못하는 어른들 때문에 두 번 다시 고생하고 싶지 않아요”(p.84)라고 대답한다. ‘어른은 어린이의 보호자’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꼬마 수사관의 당돌한 말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b>내 이름은 룰루, 직업은 수사관이다.<br/>뭐, 수사관? 쪼그만 여자 아이가 수사관이라고? <br/>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 뭐, 상관없다. <br/>다들 내가 수사관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니까.<br/><br/>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어린이</B><br/>어리지만 당당하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동화의 주인공들은 어린이 독자들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의 실현 대상이기도 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이 대표적이다. 삐삐는 기발한 장난으로 어른에 맞서고, 약한 친구를 돕는다. 룰루도 비슷하다. 다만 스스로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br/>룰루는 자기 뜻대로 수사관이 되었다. 혼자 사는 자신을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어른들을 술래잡기로 따돌리는 삐삐처럼, 어른의 간섭에 유쾌하게 대항하던 주인공은 이제 직업도 갖는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곤경에 처한 어른들까지 도와준다. 발칙하지만 그냥 ‘꼬마’였던 주인공은 직업을 가지며 어른과 대등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 ‘룰루’는 ‘삐삐’로 대표되는 ‘어른에 구속받지 않는 어린이’의 계보를 잇는다. 그리고 동시에 시대와 환경, 가치관이 변하면서 동화의 주인공도 더욱 주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