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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1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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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0.72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9만자, 약 3만 단어, A4 약 5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92433846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을 읽고 나서 출판사의 리뷰를 살펴보았다. "헤르만 헤세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젊은이라면 누구나 그의 작품을 읽었을 것이다..."로 시작하는. 그런데 이를 어쩌나. 사실 나는 그의 위대한 명성에 걸맞지 않게 며칠전에서야 그의 글을 처음 접해보았다.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유리알 유희> 등 주옥같은 작품들은 물론, 읽어본 적도 없다.
사실 헤르만 헤세와 나의 인연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넘쳐났던 대학시절, 나는 내 청춘을 아무리 낭비해도 절대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화수분이라 여겼다. 나는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시간을 버리고 또 버렸다. 내 청춘의 푸른 빛이 날로 희미해져 가는 와중에도 나는 나의 청춘, 나의 인생, 나의 꿈에 대한 고민을 늘 뒤로 미루었다.
그 날도 나는 느지막한 오후가 되어서야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몇 년동안 한번도 개지 않은 이불 때문인지 하숙집 특유의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렴 어때? 나는 스포츠 신문을 펼쳐들고 먹다 남은 과자봉지를 뒤적였다. 그런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복도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댔다. 제길, 과자봉지는 왜 이렇게 부스럭거리는건지... 푸념을 쏟아내며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켰다.
'너 왜 학교 안갔냐?' 형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그는 컵라면을 내밀며 말했다. '물 받아와, 같이 먹자'.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끔 만취한 친구들을 데리고 와 누군가의 작품 세계가 어떠니 저떠니 하는 이야기로 잠을 방해하던 기억만 빼면. 컵라면에 물을 채우고 그의 방으로 들어가니, 그는 책장 한 켠에 뒤집힌 채로 꽂혀있던 책을 꺼내 라면을 덮었다. 그 책이 바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다.
'어, 데미안이네?'. 형은 의외라는 듯 '오, 네가 데미안도 알아? 폐인인 줄 알았더니 기본은 하는구나'라며 나를 놀렸다. '물론 알죠. 그 뭐더라 <오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잖아요!'. 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나는 그가 <오멘> 영화를 모르는가 싶어 '오~멘, 오~멘, 오~멘하는 그 영화 몰라요?'라며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주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끝에, 형은 내게 진지하게 얘기했다. '네가 아무리 철이 없다해도.. 25살, 군대까지 다녀온 녀석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모른단 말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냐? 너라는 사람은?'.
사람좋던 형의 따갑던 힐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헤르만 헤세.. 그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난해한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 적어도 나는 그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 했다. 그때 그 시절, 나의 손에 들려있어야 했던 것은 과자봉지도, 스포츠 신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때 세월의 무게 앞에서도 결코 색이 바래지 않는 그의 작품을 손에 들고 있어야했다. 형의 따가운 질책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소중한 청춘을 위해서.
그리고 얼마전에서야 비로소 나는 이미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듯한 내 청춘을 곱씹는 작업을 시작했다. 청춘을 들먹이기엔 어쩌면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 청춘위에 곱게 쌓인 세월의 먼지를 후우~ 하고 털어버리고 꼬깃꼬깃해진 책장을 다시 한번 넘겨보고 싶다. 도전, 그것이 바로 젊음이고 헤르만 헤세가 이야기하던 청춘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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