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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3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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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1.20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88451180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2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딸아이가 7살때부터 즐겨보던 책 중 하나가 '만화로보는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그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들을 보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속 인물들과 친해졌다. 아킬레우스라고 하면 엄마인 여신 테티스가 아들에게 불멸을 선사하기 위해 스틱스 강에 담궜는데, 발뒤꿈치만 담그지 않았고, 결국 트로이 전쟁중 발꿈치에 화살을 맞아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파트로클로스의 이름은 그다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의 화자는 파트로클로스였다. 파트로클로스와 아킬레우스는 어떤 관계였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저자인 매들린 밀러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멈췄던 전쟁에 참여했다는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읽고는 그들에게 궁금증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는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찾아냈을까?
파트로클로스는 왕자로 태어났지만 나약했고, 그런 까닭에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못했다. 사고였지만 귀족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왕국에서 추방되어 프티아로 보내졌다. 그곳은 펠레우스왕이 다스리는 나라였고, 바다의 님프인 테티스와의 결혼으로 낳은 아킬레우스가 있었다. 5살때 아버지가 주관했던 경기에서 우승을 했던 금발의 소년, 아킬레우스를 이렇게 다시 만났다. 왕자는 곁에 둘 수 있는 동무로 파트로클로스를 정했고, 그들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아킬레우스는 반인반신이었고,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가 될 거라는 예언이 있었다. 테티스는 그런 아들 옆에 있는 인간인 파트로클로스를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에게서 의술, 목공, 쇠를 벼르는 법등을 배우는등 함께 하는 시간동안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서서히 사랑이 싹트고, 서로를 대하는 모습들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아름다웠고, 동성간의 사랑에 대한 거부감조차 들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는 모습이 영원하기를, 그들에게는 어떤 비극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랬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만 있을줄 알았는데, 헬레네가 트로이아의 파리스에게 납치가 되면서 아가멤논은 트로이아 원정에 나서게 되었다. 테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거기서 죽을 거라는 예언 때문에 아킬레우스를 여장을 시켜 안전한 섬으로 숨겨두었다. 하지만, 강력한 신의 예언을 막을 수는 없는걸까? 결국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에 의해 발각이 되었다.
"트로이아의 아들들은 전투 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그들을 죽이면 자네 이름은 별자리에 새겨질걸세. 이번 전쟁을 놓치면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거나 다름없다네. 그러면 무명으로 뒤에 남겠지. 잊힌채 점점 더 나이를 먹겠고,"-p 2
오디세우스의 이런 말들은 아킬레우스를 자극했고,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다. 오디세우스는 사람의 마음을 잘 꿰뚫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얄미울 정도다. 요절할 운명보다는 무명으로 남는 것이 더 견딜 수 없었던 아킬레우스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었다. 아킬레우스의 명성은 높아져가고, 큰 역할들을 수행해나간다. 하지만, 아가멤논과의 자존심 싸움으로 아킬레우스는 한동안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무수한 그리스 군사들은 죽어갔다. 아킬레우스의 자존심도 지켜주고, 명예도 지켜주고자 했던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복장을 하고 전쟁에 나갔고, 헥토르에게 죽음을 맞았다.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였지만, 파리스가 쏜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트로이아 전쟁의 과정은 우리가 익히 그리스로마신화를 통해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신화적인 내용들이 적절히 가미되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트로이전쟁은 어찌보면 신들의 장난에 의해서 시작된 전쟁이었다. 시작도 그러했지만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신들의 농간으로 좌지우지 되었다. 아폴론은 트로이 편에 서서 트로이를 공격하는 파트로클로스를 방해했고, 아킬레우스를 죽이는데도 한 몫을 했다. 아테나는 그리스 편에 섰다. 인간은 신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트로이 전쟁 부분을 다시 펼쳐봤다. 신들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편을 나누어서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을 했고, 수없이 무의미한 죽음들을 만들었다. 그들의 장난감 정도로 여긴 것일까?
파트로클로스는 신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인물을 화자로,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매들린 밀러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파트로클로스와 아킬레우스가 모두 죽은 후에 혼으로 존재하는 파트로클로스가 테티스와 이야기하는 장면이 강한 울림으로 남아있다. 테티스는 아들을 사랑했지만, 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파트로클로스는 그녀에게 아킬레우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까지 하나 하나 들려주었다.
추억들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속도가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말로 나오는게 아니라 꿈처럼 비에 젖은 흙냄새처럼 피어오른다. 이런 게 있다고 나는 말한다. 이런 것도 있고 이런 것도 있다고. 여름 햇볕을 받으면 그의 머리칼이 어덯게 보였는지, 달릴 때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수업을 받을 때면 올빼미처럼 진지했던 그의 눈빛, 이것, 이것 그리고 이것, 행복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쏟아져나온다. -p 466
한 사람에 대한 사소한 기억들까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진짜 사랑 아닐까? 제목이 왜 '아킬레우스의 노래'일까 생각했었다.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이고 그가 주인공인데.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트로클로스를 통하여 위대한 전사라고만 알려져 있는 아킬레우스에게 더 많은 숨결을 불어넣는 이야기여서가 아닐까 하고. 파트로클로스로 인해 진짜 영웅 아킬레우스를 만날 수 있었던 것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얼마 전에 구입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펼쳤다. 1권이 역병 아킬레우스의 분노, 16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등 그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일리아스에 있는 이야기와 매들린 밀러가 서술한 이야기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면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것 같다. 일리아스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해 준 매들린 밀러에게 고마운 맘이 든다. 고국으로 귀환하던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을 아이아이아 섬에 잡아두었던 키르케를 주인공으로 차기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소설의 흐름도, 고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서정적인 문체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기에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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