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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3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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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478g | 128*188*30mm |
ISBN13 | 9788954646802 |
ISBN10 | 8954646808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자신이 이 대목을 잊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작품에 써먹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수치심이 그를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느낌일 뿐이다. 처음에는 글에서, 지금은 그의 인생에서, 수치심이 그 힘을 잃어버리고 도덕관념도 없이
텅 빈, 끝없이 수축하는 수동성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 같다.
1869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는
의붓 아들 파벨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묵던 하숙집을 찾아 온다. 파벨이 사용하던 소지품도 그대로 남아 있는 방에서 희미하게 나는 아들의 냄새를 맡으며 도스토옙스키는 슬픔에
잠긴다. 그는 아들의 하얀 양복을 무릎 위에 놓고 생각에 잠겨, 아직
그곳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 영혼을 부르려 한다. 하숙집 주인 여자 안나와 그녀의 딸 마트료나에게 생전의
파벨에 대해서 묻고, 경찰이 가져간 파벨의 물건을 찾으러 경찰서에 간다. 그리고 경찰이 발견한 서류에 의해 아들이 급진적인 혁명 모임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들의 동료들로부터 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과연
겨진 음모의 진실은 무엇일까.
쿳시는 아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소설'에 대한 문학론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모든 사람의 삶을 팔고, 영혼을 팔아먹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들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는 순간에도, 언젠가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작품에 써먹으리라는 걸 스스로 느낀다는 걸 극중 도스토옙스키는 수치스럽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만 있다면, 글쓰기를 위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팔고도 남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게 쿳시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 <악령>을 변주하며 소설 쓰기의 근원적 욕구와
작가의 숙명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을 팔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판다. 모든 사람을
판다. 야코블레프식으로 인생을 거래한다. 예수가 아니라 유다라고
했던 핀란드 여자의 말은 결국 맞는 말이다. 당신을 팔고, 당신의
딸을 팔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팔 것이다. 파벨을 산
채로 팔았고,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내 안에 있는 파벨을 팔 것이다.
사실 도스토옙스키의 의붓아들 파벨은 소설에서 그려지는 네차예프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가 1869년에 페테르부르크에 간 일도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된 1869년은 도스토옙스키가 작가로서 창작의 절정에 이른 시기였고,
그해 ‘네차예프 사건’이 러시아를 휩쓸었고, 이 사건은 도스토옙스키가 <악령>을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내의
남동생이자 네차예프가 만들었던 비밀결사조직에 속해 있다 살해된 이바노프의 친구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고, 세기의
역작 <악령>이 탄생하게 되었다. 쿳시는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작품 <악령>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주해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라는 새로운 작품을 그렸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슬프기도 하고, 씁쓸한 기분도 들었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 쿳시가 아들을 자살로 잃었다고 한다. 극중 죽은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 흔적들을 쫓는 도스토옙스키의 모습에서, 아들을 잃은 쿳시의 모습이 엿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와 허구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도스토옙스키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보여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창작을 하게 되는지, 글을 쓰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행동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사유하고 있다.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창작과 관련된 윤리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지만, 과연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되는 것일까에 대한 문제도 너무 매혹적으로 읽히는 작품이었다. 소설이라는
창작 활동, 그리고 작가의 사생활이 미치는 영향, 죽은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슬픔과 도스토옙스키가 세기의 역작을 탄생시키는 과정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존 쿳시라는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라 할만큼 너무 훌륭했다. 물론 이미 두 차례의 부커상과 노벨문학상 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쿳시이기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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