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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여름은 부르지도 않는데 잘만 빨리 와서 금방 땅바닥을 뜨겁게 달군다. 걸어서 5분 정도 되는 학원을 갈 때마다 교문을 나서면 엄청나게 긴장을 한다. 하늘 높이 있는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며 내가 얼마나 잘 버티나 하며 놀리는 것 같다. 따갑다 못해 아픈 햇살은 나를 멍한 상태로 만든다. 건너려는 신호등의 초록색 숫자가 깜빡깜빡하며 더 느리게 바뀌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여름 햇살이 얼마나 덥고 무서운 걸 모르는지 이오와 유이는 걸어서 할머니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여름에 아지랑이 피는 도로를 걷는다는 건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위에 지쳐 정신이 아득해서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깜빡 잠이 든 이오가 마냥 불쌍하다.
버스를 타면 시원하고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걸어가는 자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오는 여름 방학 때 아빠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걸어가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원양 어선을 타시는 아빠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엄마는 아빠를 찾으러 먼 나라로 떠났다. 부모님이 그리운 이오는 우울증을 겪는다. 악몽을 꾸는 동생이 안쓰러워서 언니가 아빠의 약속을 지켜주기로 했다.
중학생 언니는 짧은 머리로 모자를 쓰고 다녀서 사람들은 남자로 오해를 한다. 여자들만 다니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언니는 일부러 그렇게 하고 다닌다. 엄마의 걱정도 언니의 책임감도 그 모자에 숨겨진 것 같다. 든든한 언니 덕분에 이오는 걷는 피곤함도, 더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더는 못 걷겠다고 이오가 투정을 부릴 때 언니는 무섭게도 냉정하다. 그러나 동생을 위해서 기다려주고 쉼터를 찾는 언니는 고맙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에게는 나와 성격이 딱 맞는 언니가 있다. 난 수다를 떨고 소소하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언니는 조금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어떤 일이든 나에게 맞춰주는 친구 같은 언니이다.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은 언니에게 말한다. 언니는 보물을 숨겨두는 알리바바의 동굴이기도 하고,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같기도 하다.
자매에게 무엇보다 더위를 잊어버리게 한 것은 팥빙수다. 에어컨 바람만 찾게 되는 이런 여름에는 걸어가는 이오만큼 나도 더위가 느껴져 당장이라고 같이 먹고 싶었다. 아마 그것은 천국의 맛일 것 같다.
항상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 자매를 보니 우습기도 했다. 힘들게 걷는 모습에서 나도 배고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꼬박꼬박 조는 모습은 나까지 배불러서 졸리게 했다. 함께 걷고 있는 것 같아서 금방이라도 이오네 할머니 집에 도착할 것 같았다.
이오와 유이가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낙동강은 내가 사는 곳에도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아마 여기는 이오가 있는 곳보다 상류 지역인 것 같다. 이오와 언니가 물을 마시며 가끔 쉬어갈 때 마주하는 물줄기는 내가 보는 것과 같이 굽이굽이 흐를 것 같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 시원한 바람에 더 힘이 나서 물떼새와 시합을 하기도 한다. 언젠가 이오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착한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다 보니 주위에서 착한 사람이 모이는 가 보다. 우연히 스친 시골 할머니가 재워주시기도 하고 옥수수를 간식으로 주시기도 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첫걸음은 힘들어 보였지만 걸음을 걸을 때마다 행복한 추억이 모이는 것 같다.
할머니 집에 가까웠을 때 나도 모르게 크게 환호성을 지르게 됐다. 이오는 아빠가 없어서 겁나고 외로웠지만, 할머니를 만나면 따뜻하고 포근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 집에서 아픈 발도 주무르고,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셨으면 한다. 뜨겁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따뜻한 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걸어서 할머니집을 읽은 후 -
처음에는 걸어서 그 먼 거리를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왠지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을 보니 불안함과 함께 밀려오는 믿음감과 듬직함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리고는 불안한 마음이 심장에 넘쳐흐를 것 같은 두 자매의 어머니를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두 자매의 어머니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매가 더 더욱 성장한다는 것을 벌써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두 자매를 믿고 보낸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두자매는 곧 닥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서 그렇게 당당한 것 같았다. 그러나 반면 나는 두 자매의 미래를 예측 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런데 나는 이쯤 되면 왜 굳이 걸어서 할머니 집까지 가려고 하는 지 궁금했다. 사실 자매의 아버지는 몇 년 전에 행방불명 되었다. 그리고 두 자매의 아버지의 대한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보냈던 시간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이 약속 하나는 꼭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기억해야 한다. “몇년 뒤 할머니 집에서 만나자.” 그렇기에 두 자매는 꼭 할머니 집에 가야한다. 특히 이오는 꼭 가야 된다. 이오는 두 자매 중 동생이다. 그리고 언니가 유이다. 이오는 유난히 아버지를 잘 따랐고 이오의 아버지 역시 이오를 좋아하고 귀여워 해 줬다. 그렇기에 이오는 꼭 가야 됐다. 할머니집까지 가는 여정 중 만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매의 여행을 반대했다. 그렇지만 걷고 또 걸었다. 바람이 불면 재킷을 입고 걷고, 더위가 찾아오면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시원한 얼음물을 마셨다. 그러면서 걷고 또 걸었다. 자매는 배가 고프면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끼니를 떼우고, 밤이 오면 친구 할머니집이나 값싼 숙박에서 하룻밤을 자고 갔다. 자매는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걷고 또 걸었다. 사실 할머니집에서 두 자매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자매는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갖갖의 고생을 다한 뒤 드디어 할머니집이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자매는 뿌듯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한 마음과 표정으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 집에 뛰어갔다.
며칠 동안의 여행 끝에 아빠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참 감명 깊은 스토리였다. 그 여행은 자매의 인생에 남을 위대한 여행이었고, 나에게 있어서는 절대 있지 못할 책이었다. 이걸 읽고 여러 생각을 해 이 독후감을 쓰는 것 역시 한편의 영화와 같은 추억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본받아 이런 위대한 여행을 해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여행이란 것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자매의 아름다운 도전
- '걸어서 할머니 집'을 읽고 -
이 책은 슬픔을 극복하고 먼 길을 떠난 어린 자매의 용기와 도전이 감동을 주는 책이다. 나는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많다. 그런데 ‘왜 굳이 걸어서 할머니 집에 갈까?’ 라는 의문이 문득 생겼다. 내용을 읽으면서 나의 의문이 풀렸다. 이 책은 그리운 아빠와 함께 걸어가기로 한 할머니 집까지의 길을 자매 둘이서 직접 걸어서 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빠는 원래 어선 선장님인데 모항인 라스팔마스로 돌아오던 중 배가 소수 민족의 총격을 받아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는 이 소식을 듣고 모로코로 떠났다. 원래 그 날은 아빠와 자매가 할머니 집까지 걸어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아빠는 그 날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슬퍼하는 동생을 보고 언니는 아빠와 가기로 한 길을 둘이 가보자고 하였다. 읽는 내내 자매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할머니 집을 목표로 주인공 자매가 걸어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동생은 언니를 대장처럼 따르고 언니를 믿었다. 동생이 말한 ‘언니와 함께라면 천리 길도 겁나지 않는다.’는 표현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언니 또한 동생을 잘 보살피고 언니다운 역할을 하였다. 언니는 동생과 잘 곳, 식사할 곳을 정하고 길가에서는 동생에게 위험하다고 주의를 단단히 주었다. 나도 유이와 이오처럼 자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쌍둥이 이다. 내가 3분 차이 언니인데 우리도 서로에게 필요했던 적이 있다. 보드게임을 하거나 공기를 할 때, 어딘가를 갈 때도 우리는 늘 함께라 다른 친구들과 달리 외롭지 않다. 유이와 이오가 서로가 있어 외롭지 않고 힘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읽는 내내 공감이 되었다.
자매는 땡볕에서 힘겹게 걷다가 포구나무집 이라는 식당에 갔다. 그곳에서 자매가 떠나려 하자 할머니께서 자매를 걱정해 주셨다.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도전했을 때 부모님이 나를 걱정해주셨다. 그때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자매도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마침내 밤이 되고 자매는 식당 2층에서 자기로 하였다. 동생 이오는 아빠가 생각나는 마음에 눈물을 훔친다. 동생 이오와 언니 유이는 의젓한 것 같다. 나는 아빠를 하루동안 이라도 못 보면 무척 보고 싶다. 매일 저녁 나는 “아빠 언제 오셔?” 라고 엄마께 여쭈어 보곤 한다. 그런데 유이와 이오는 아빠가 돌아가셨을지도 모르는데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두렵고 충격적일까? 그렇지만 잘 참고 견디는 자매가 의젓하다고 느껴졌다.
어느 날 자매는 이오의 더 이상 못 가겠다는 말로 싸우게 되었다. 언니 유이도 화가 났는지 이오에게 지갑을 달라고 하고 떠나버렸다. 이오가 조금 지나자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매는 김밥 집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둘은 이오가 김밥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 피식 웃었다. 동생 이오에게는 언니 유이가 꼭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화를 하니 말이다. 만약 내가 이오였다면 배가 고파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언니가 전화할 때 까지 기다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배가 고픈 것은 또 참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자매는 할머니 마을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였다. 아마 자매에게는 힘들고 고단한 길이었겠지만 평생 추억에 남을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치고, 말할 수 없이 행복하고, 표현할 수 없는 희망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라는 마지막 부분 이오의 표현을 보니 두 자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자매의 성공을 보니 나도 함께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리고 유이와 이오가 아빠와 약속한 것을 지켜 마음이 한결 편해 진 것 같았다. 아빠도 자매의 성공을 분명 어딘가에서 보고 계셨으면 좋겠다. 자매의 아름답고 용기 있는 도전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난 하루라도 부모님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부모님께서 항상 곁에서 나를 챙겨 주시고 돌봐 주시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없이 며칠동안만 낯선 곳에 가야 한다고 해도 나는 어떻게 할지 눈 앞이 캄캄하다. 지금 나는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있으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언젠가 나는 부모님을 떠나게 될 것이고 내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준비과정이 바로 성장과정이고 우리는 자라가면서 인생을 살아 갈 힘을 키워야 한다.
이오와 그의 언니 유미가 단둘이 할머니 집으로 가는 과정이 마치 우리의 성장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둘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상황에 부딪친다. 걱정해 주시며 시원한 물을 싸주시는 할머니들, 반갑게 맞아 주시고 따뜻한 대접을 해 주었던 친구 엄마, 수박을 공짜로 주신 아저씨, 그리고 허깨비와 씨름하지 말라고 충고해 주신 스님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이오와 유이는 무사히 할머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듯이 우리도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오와 유이가 이런 고마운 분들만 만났던 것은 아니다. 나쁜 상황에 처하기도 했고 나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은 스토커와 뜬금없이 물 있냐고 묻는 아저씨도 만났고 목이 마르고 발에 물집이 생기는 상황도 만났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이오와 유이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사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련을 한 번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인 위인들만 봐도 모두 시련이 있었고 그 시련을 극복하고 큰 뜻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려가야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처럼 시련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막상 시련을 겪고 있을 때는 좌절감이 들고 내가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힘을 내는 것이 바로 훌륭한 사람들의 특징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이오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언니와 걸어서 할머니 집에 갈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언니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마음이 강해졌기 때문일 것 같다. 피하지 않고 부딪치는 것이 오히려 이오의 마음을 건강해 지게 했고 또 자신을 아끼는 언니가 있다는 것이 든든했기에 그 시간을 통해 치유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우울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보지도 못했지만 우리 사회 속에는 그런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오처럼 도전하고 모험을 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는 이오와 유이와는 다르게 부모님가 함께 살고 또 나를 많이 아껴 주신다. 나는 이런 하루하루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가끔은 이런 생활을 답답해 하거나 만족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생활을 감사할 것이다. 이오와 유이같이 사는 삶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도 부모를 잃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오와 유이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나처럼 행복한 생활을 하는 많은 아이들은 더욱 감사한 생활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나에게도 스스로 헤쳐가야 할 힘든 일이 생긴다면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시련을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며.
<걸어서 할머니 집>은 주인공 이오와 언니 유이가 걸어서 할머니 집에 가는 이야기다. 이오는 2월 5일에 태어나서 이오, 유이는 6월 2일에 태어나서 유이다. 이오는 6학년, 유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아빠는 선장이었는데 물고기를 잡으러 멀리 떠났다. 그런데 돌아오던 중 소수민족에게 총격을 받아 실종됐다. 그 사실을 안 엄마는 모로코로 떠났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나쁜 것 같다. 아빠가 없다고 무작정 떠나버리면 딸들은 어떻게 살라고. 그렇게 슬펐나? 꼭 딸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 같다. 자신이 속상하다고 아이들도 힘들게 하면 안 되니까.
이오와 유이는 아빠와 할머니 집에 가기로 했었지만 아빠가 실종돼 둘이서만 걷는다. 걸어가던 중, 유이와 이오의 재주 한 가지를 발견했다. 어디든지 익숙해지고 잘 노는 것 말이다. 나에게는 그런 재주가 없다. 그래서 어색한 게 정말 싫다.
길을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쉰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유이가 책을 읽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이었다. 책 속의 ‘허클베리 핀’은 물건을 훔치며 자신이 빌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오도 옆에 밭의 토마토와 오이가 눈에 들어왔고 너무 맛있어보여서 자신도 모르게 훔쳤는데 언니가 읽는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훔친 게 아니라 빌린 거라고 농담한다. 그런 상황에서 농담을 한 이오가 신기하다. 나라면 그냥 훔쳤다고 인정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을텐데.
잠 잘 곳을 찾아 헤매다가 유이가 아는 곳이 있다며 민박을 하자고 했다. 근데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그래서 밤중에 찾아갔는데 민박집의 가족들이 잘 왔다며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나라면 어쩔 줄 몰라 이상해보였을 것 같다. 남의 집은 어색하니까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서이다. 이 상황도 당연한 것처럼 웃고 있는 유이와 이오가 대단해보였다.
또 다시 길을 떠났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고 텅 빈 길을, 텅비었다 못해 황량한 길을 어떻게 걸었을까? 너무 심심했을 것 같다. 난 심심하면 무언가 먹고 싶어지는데 이 둘도 그랬을까?
이 둘이 절에 머문 적도 있다. 절에서 유이가 아팠었는데 그 때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거의 다 왔는데 너무 아파서 다시 처음부터 걸으면 너무 허무하고 또 다시 걸어야 된다는 것 때문에 속상할 것 같았다. 절을 떠날 때 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 속 쓸데없는 생각은 허깨비란다. 허깨비하고 씨름하지 마라.”라고. 그 말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나도 마음 속 허깨비하고 씨름한 적이 많아서다. 앞으로 마음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들면 ‘이건 허깨비야’라고 생각하며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유이가 할머니 집에 거의 다 왔다고 말했을 때, 나도 설레었고 이오도 설레었을 것 같다. 유이가 진짜로, 진짜로 다 왔다고 소리칠 때 ‘드디어 끝났구나, 진짜 다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먼 길이었는데 완주했다는 것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도 이런 벅찬 마음을 실제로 느껴본 적이 있다. 의왕의 청계계곡에서 한강까지 다섯 번의 여행 끝에 완주했던 것이다. 정말 짜릿하고 뿌듯했는데 유이와 이오는 얼마나 울컥했을까?
난 이 책을 읽고 처음에는 그냥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는데 이제는 나도 유이와 이오와 함께 길을 걸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오는 친구같고 유이는 나의 친언니 같다. 나에게 언니가 있다면 유이 언니였으면 좋겠다. 유이언니! 이오언니! 사랑해! 앞으로도 활기차게 살아! 꼭 그래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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