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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8년 05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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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128*188*20mm |
ISBN13 | 9791195088591 |
ISBN10 | 1195088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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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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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에 찌든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 맨리 P. 홀, 『음악의 심리학』
음악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소리로 표현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소리로 들으며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한다. ‘상상’이라는 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상 없이 음악을 들을 수는 없다. 맨리 P. 홀은 『음악의 심리학』(윤민·남기종 옮김, 마름돌, 2018)에서 음악을 “예술을 초월하는 예술”(15쪽)로 이야기한다. “음악은 귀에 들리지 않는 우주의 수많은 화성, 조화, 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는 우리가 진동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웅장한 화성의 구조물”(15~16쪽)이라는 것이다. 우주가 내보이는 진동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지은이의 이 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리는 우주와 우리 몸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소리를 통해 우리는 온몸으로 우주가 보내는 진동을 느낀다. 만약 그 소리가 소음에 가깝다면 어찌 될까? 지은이는 우주와 인간=생명 사이에 걸쳐 있는 소리(소음이 아니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삶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고대인이 추구한 음악에 주목한다. 원시 인류는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와 단순한 형태의 나팔로 음악을 만들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되면서 음악 또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아니, 그 이전부터 인류는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몸에서 생성되는 리듬을 느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 우리 몸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 나온다. 둥둥 치는 북소리를 들으면 어떤가? 북 소리는 심장이 뛰는 소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북소리를 들으며 인류는 온몸으로 활력을 느꼈을 것이다. “인디언 문화에 대해 전혀 관심과 애정이 없는 냉혈한마저도 타악기의 향연을 한번 체험하고 나면 마음이 움직이는 감동을 받게 됩니다.”(21~22쪽)라고 지은이는 쓰고 있다. 냉혈한이 지닌 차가운 마음을 풀어주는 따뜻함이 타악기 소리에는 살아 있다는 얘기다. 우주와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이리 표현한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이에 비한다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소음과 마주하고 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까지 벌어지는 걸 보면, 소음이 우리 몸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소음을 조화롭지 않은 소리로 정의한다. 음악의 긍정적인 면으로부터 가장 먼 지점에 있는 소리가 소음이다. 현대인들이 즐겨 듣는 재즈나 록 음악에서도 지은이는 이러한 소음을 발견한다. 그 소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볼륨을 키워 그 음악을 즐기지만, 지은이 생각에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소음 속으로 빠뜨리는 불쾌한 짓이다. 우주와 공명하는 소리를 지향하는 지은이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조화를 잃은 채 이기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상황이 음악=소리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로마에는 종교 음악이라 불릴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종교적 삶 자체도 지극히 형식적이었습니다. 하루는 화려한 나팔 소리를 내세우고 등장하는 황제를 숭배했고, 또 어떤 날에는 특정 국가에서 유래된 컬트의 신을 숭배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즉, 이상주의 또는 영적 성장 관점에서의 음악은 무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에는 고차원의 예술에 대한 공감과 인식이 없었으며, 따라서 훌륭한 음악가를 키워내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스의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들에게 음악에 대한 공부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로마가 그나마 음악의 역사에 기여한 것은 현대의 밴드 음악에서 사용되는 여러 악기를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이 악기들은 보병대 또는 기마대의 군악대원들이 사용했던 것입니다. 전투에서 병력을 신속하게 이동하고 빠른 승리를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군악을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로마에서 음악은 또한 국가의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용도로도 쓰였습니다. 로마의 음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내면이 텅텅 비어있는 형상은 모래성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든 사회든, 망가진 구조를 수리하는 힘은 항상 안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내면의 자산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망가진 것을 고치고 변환시키기 위한 힘도, 열망도, 충동도 생겨날 수 없습니다. 전체 구조를 잡아주는 내면의 토대가 없으면 인간과 사회의 외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69~70쪽)
그리스인들이 음악을 신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믿고 치유 음악을 만들어냈다면, 실용성을 중시한 로마인들은 세계를 정복하는 야욕에 젖어 호전적인 군사 음악을 만들어냈다. 로마인은 무한경쟁을 장려했다. 성공에 대한 집착에 빠져 그들은 한도 끝도 없는 영토 확장 욕망을 드러냈다. 로마에 종교 음악이 부재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개선 나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영웅을 숭배했다. 지은이 말마따나 로마 음악은 영적 성장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영적 성장은 현실을 넘어 우주와 공명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실용성을 중시한 로마인들에게 영적 성장은 자기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보였을 법하다. 차라리 로마에서 음악은 국가가 시민들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 지은이는 로마 제국의 몰락을 이러한 음악의 몰락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영적 음악에 무관심한 로마 제국의 상황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오늘날의 음악은 이웃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이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걸레가 되고 말았습니다.”(80쪽)라고 비판한다.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음악은 인간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협화음이 지배하는 세계에 걸맞게 음악 또한 불협화음이 지배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소음에 가까운 이런 음악을 들으며 열광한다. 소음과 같은 음악에 열광한다는 건 그만큼 영적 수준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외면적인 풍요로움에 휩쓸려 정작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줄 모르는 현대인들의 상황이 음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자연을 파괴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인식 또한 음악을 통해 우주와 공감했던 고대인들의 사고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우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인간은 문명을 이룩했지만, 그 대가로 내면에서 울리던 아름다운 소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지은이가 치유로서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그리스 시대수학자이자 신비주의자인 피타고라스가 우주 만물의 하모니를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코드로 변환시킨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몸은 우주와 진동으로 연결되어 있다. 동양학에서는 기(氣)라고 표현되는 우주 진동을 따라 인간은 몸에서 펼쳐지는 리듬을 느낀다. 지은이는 그 리듬이 멜로디가 되고 우주와 하모니를 이루면 고통을 치유하는 음악이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생명의 작은 몸과 우주라는 거대한 몸이 진동=기로 엮여 이 세상을 살기 좋은 세계로 만들어낸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음악에 내포된 치유 능력을 알고 있다. 복수심에 불타던 남자가 음악을 듣고 복수심을 내려놓는 유명한 일화를 지은이는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몸과 우주가 기(氣)로 이어져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화려한 마천루가 즐비한 세계가 자본주의를 대변하지만, 우리는 정작 그 속에서 자기 마음을 잃은 채 살고 있다. 무한 경쟁이라는 사회 조건에 물들어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될수록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화려한 사회에 물들어 지나친 욕심에 휩싸인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는 ‘치유 음악’에 주목한다. 재즈나 록 음악보다 지은이는 명상 음악에서 그 계기를 찾는다. 시끄러움을 시끄러움으로 극복하려는 의도가 현대 대중음악에는 깃들어 있다. 고요한 음이 필요한 세계에 더 시끄러운 음이 처방된 격이라고나 할까? 개인의 취향으로 밀어버리기에는 전체 사회에 미치는 불쾌감이 크기만 하다. 불협화음은 결국 지나친 욕망에서 뻗어 나온다. 그것을 갈무리하려면 그에 걸맞은 음악이 그래서 필요하다. 동양음악에 대한 지은이의 지극한 관심 또한 이리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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